옛날부터 사람들은 인생의 단계를 나누어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티푸스 이야기에 괴물 스핑크스가 오이디
푸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아침에는 네 발로, 점심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 유아 시절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성장하면 두 발로 걷고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걷는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 인생은 유아기, 소-청-장년기, 노년길 나눠진다.
논어에도 열다섯에 배움이 뜻을 두고(志學), 서른에는 생각이나 사회생활 측면에서 자립하고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으며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고 (知天命)예순에는 듣는 귀가 순해지며 일흔에는 하고자 하는 바대로 해도 바른길
에서 어긋남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오늘날에도 40대를 '불혹의 나이가 됐다'고 일컫곤 한다.
미국의 성인발달 전문가 프레데릭 M. 허드슨은 『인생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김경숙 옮김, 사이)에서 20세부터 100
세까지의 삶을 10년 단위로 나눈다. 혼란과 실험의 시기인 20대, 적응과 갈등의 시기인 30대, 대전환기인 40대, 인
생의 화해기인 50대, 인생을 재설계하는 60대, 이런 식이다. 20~30대는 성인기 인생의 시작, 40~50대는 한 가운데,
60~70대는 후반기, 80~90대는 마무리 시기다.
30대는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시기'다. 성공과 출세에 시간을 바치면서 보상과 인정에 대한 욕망이 가장 강한 시기다.
30대를 부지런히 달리다가 도달하는 40대는 인생의 가장 큰 전환기다. 40대에 접어들면 삶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
서 쫓기는 심정이 들고 젊을 때 했던 선택에 발목 잡힌 기분이 든다. 지금 가는 길이 맞나 의구심도 커진다. 그러면서
인생의 전망, 가치, 목표에 큰 변화가 일어나거나 이른바 중년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허드슨은 이 시기를 특히 "인생
의 재고 조사를 하는 시기'라고 표현한다.
인생에서 힘들지 않은 시기가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시기가 가장 좋을까? 허드슨은 50대를 든다. 삶을 대하는 자세
가 편안해지고 야망이나 소유의 껍데기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경제적 불안감이 크지 않다면,
50대는 대체로 편안한 10년이 될 수 있다. 반면 60대는 인생의 주류에서 소외된다는 두려움에 상처받기 쉽다.
허드슨은 60대에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드슨은 우리가 인생을 직선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사회가 정한 시간표에 따라서 일직선으로
쭉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 바로 여기에서 많은 성인들이 좌절감가 무기력을 느낀다. '사람들이
다 가는 한 방향 일직선에서 나는 뒤쳐져 있다,' 이렇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허드슨은 인생이 순환형으로 작동한다
는 점을 강조한다. 인생에는 오르내림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나오고 끝나는가 싶으면 또 새롭게 시작되며, 좋을
때가 있으면 궂을 때가 있다. 한마디로, 인생사에 일직선은 없다.
그러니 인생 단계를 충분히 감안하되 단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을 필요도 있다. 허드슨의 다음 조언에 밑줄을 그어
본다.
"성숙한 성인이란 모든 단계와 상황에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고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다."
글 표정훈 사도 요한 / 평론가
2025년 3월호 빛 책자 중에서 옮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