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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露)는 소전(小篆)에 처음 보이는 글자로, 의미요소인 우(雨)와 소리요소인 로(路)가 결합된 형성(形聲)에 속하는 글자이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 비(雨)이다. 이슬 또한 비가 만들어지는 이치와 같다. 다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면 근처의 물체, 주로 낮은 수목이나 화초(花草)에 맺힌다는 점이 다르다. 로(路)가 소리요소이긴 하지만 이슬과 전혀 무관치 않다. 로(路)는 길을 암시하고 있는데 주로 이른 아침 길을 걸을 때 옷이 젖는 것을 연상해 보면 된다. 이슬은 물체의 표면에 맺히므로 밖으로 '드러나다[露出]''드러내다[揭露]'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노천(露天), 노지(露地), 토로(吐露), 폭로(暴露)에서처럼 쓰인다. 뼈가 드러나다의 노골(露骨)은 뜻이나 의도를 완전히 드러낸다는 의미로 은유되어 쓰인다. 진상(眞相)이 드러나거나 드러내는 것을 노마각(露馬脚)이라 한다. 이슬이 희게 보이는 것은 이슬이 맺힌 후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시경(詩經)에 '갈대는 푸른데 흰 이슬은 서리가 되어가네[蒼蒼,白露爲霜]'라고 하였다. 아직도 낮으론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건만 어느새 가을은 우리 앞에 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