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이 정훈이 수진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은 함께 일산 청아공원으로 내달렸다. 운전은 내가 하고 보조석에는 강식이가 앉고(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의외로 중요한 부분) 정훈이의 설명을 들어가며 영술이를 보러 갔다. 그저께 연락이 닿은 기봉이 형하고 84경문이 형(지금은 서울에서 매우 유명한 학원선생님이라고 하는데...)도 온다고 했다. 순철이와 현정이는 먼저 와 있었고 우리 뒤에 곧이어 종혁이가 도착...장우는 친구 부친상에 간다고 못 온다고 했다.
강식이가 가져온 사진들을 돌려 보며 대학 때 영술이와 선후배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호상비문 앞,한라산(수학여행),제주공항(수학여행),학술답사, 엠티?, 마이웨이(?예전 애기능 앞 레스토랑) 사진이었는데 커다란 잠자리 안경, 긴머리, 어설픈 표정들이 참 재미있었다. 영환 형(영술이의 형)과 범주 엄마가 도착 후 영술이를 만났다. 영술이도 술 한잔 주고 우리도 조금씩...바닥에 앉아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현대에서 보내 준 꽃 바구니 이야기 그러면 뭐하나 남편이 없는데 라는 범주 엄마 이야기, 영술이 이모 이야기, 영술이방(납골당보다 어감이 좋은 것 같아서 써 봤다)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분위기를 잘 이끌어 준 정훈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영술이와의 짧은 만남이 끝난 후 조금(?) 떨어진 의정부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영술이와 억양이 똑같은 영환 형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영술이 생각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입관할 때 심정을 이야기 할 때는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있을 때 우리의 시선을 끈 것은 한 마리 벌이었다. 우리 주위를 정확히 말하면 범주 엄마 주위를 뱅뱅 돌던 벌. 무 김치를 접시에 앉았다가 백세주 잔에 앉았다가 다시 우리 주위를 맴돌던 덩치(?)가 제법 있던 벌. "영술이가 왔나 보다"라는 영환 형의 말에 '정말!' 하고 놀라기도 했다. 이야기는 이제 반쯤. 자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답은 돌아오는 길.
의정부에서 수원을 오는 길이 그렇게 멀 줄이야. 그정도 시간이 걸릴 줄 알았으면 중간에 연락이 왔던 권진이와 기영이도 볼 수 있었을 텐데.길눈이 어두운 내가 운전을 해서 그렇게 되었지만 집에 와서 캔맥주 마시며 생각해보니 어쩌면 잘 된 일이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 그럼 이 길이 왜 잘 된 길일까? 일산은 <영술이방>이고, 방학동 근처 드림랜드에서 <범주 돌잔치>를 했었고 <고대앞>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고 왕십리는 <예전 장우네> 가는 길목이라 영술이와 함께 왔던 길이고, 성수대교 넘으면 <기영이네>,여기도 같이 자주 왔던 곳이다. 대치동에는 영술이가 계속 있었던 <영동세브란스>가 있고, 양재대로 지나면서는 일원동에 살았던 나리 생각이 났다. 양재대로 옆에 있는 영술가 다녔던, 영술이 자리가 있었던 현대자동차 건물을 보며 친구 없는 황량한 자리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한참을 돌아온 것 같지만 영술이 흔적을 찾아 내려온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보조석에 앉았지만 길 안내를 전혀 하지 않은 강식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네 덕분에 지름길로 오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를 해줘서 운전하는 것을 잊게 해준 수진이와 정훈이도 고맙다. 2시간 20분(갈 때는 1시간 20분이었는데).헉헉... 수원이다...어제 잊기 힘들 것 같다. 영술아 다음에 볼 때까지 잘 지내라.
첫댓글 49제 다녀왔구나. 영술이가 반가워했겠다. 강식이 말대로 자료실에 '영술이를 그리며'라는 방 만들어놨다. 오늘 메일이 안 가서 강식아 이름맘에 안들면 글 올려라. 그럼 친구들 건강히...
지금 막 아무 생각없이 사진 자료실에 올렸는데 방을 따로 만들었다구? 미영이 너가 자료들 그 방으로 옮길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