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0대 때 이야기

[성류굴]

나의 10대 이야기

남 도 국

일본의 압제가 극심하든 1937년 4월 26일 (음력) 오후 2시에 내가 태어났다 합니다. 소띠인 나는 그날 오후 2시, 소가 산에 올라가 풀을 마음껏 뜯어 먹는 시간에 태어나서 우리 엄마가 내게 “너는 태어난 시가 좋아서 평생 걱정 없이 잘 살거라” 예언해 주었습니다.

그때는 산부인과나 산파도 없어 우리 엄마 집에서 혼자 날 출산하는 고통을 겪었다 하며 할머니가 아기를 받고 태를 끊어 방 한쪽 구석에 이불때기로 싸서 뉘어 놓고 아이가 건강하게 살며 사람 구실 하는지 4, 5개월 지켜보다가 그때까지 잘 살면 면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했다는데, 부모님은 글을 몰라 동네 이장이 대리 신고해 주었다 했습니다.

우리 집은 조부모님을 비롯하여 부모님, 고모, 그리고 우리 형제 7남매, 모두 열세 식구가 한집에 살았으며, 집 본체에는 부모님과 아들딸 일곱 식구가 거주하고, 아래채에는 조부님과 형들이 방 두 개에 나눠 거주하였으며, 아래채 옆에는 소 마구간이 연결되어 있어 사람과 소가 배출하는 대소변이 저절로 이 화장실로 흘러가 집에서 발생하는 모든 대소변은 모두 이 하수 통로로 배출되었습니다. 화장실만 청소하면 자연산 유기질 퇴비가 생겨 집 농사에 넉넉히 충당하였다 하며, 지금 생각해도 우리 어른들 참 지혜로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 열 마지기 약 2,000평, 밭 다섯 마지기 1,000평, 우리 가족 먹고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는데, 매일 매시간 우리는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을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세계를 제압한답시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미국과 소련을 향하여 전쟁을 벌이고, 한국을 강제 합병시키고, 자기 나라의 속국으로 만들어 한국의 모든 젊은 사람들을 군대로 보국대로 위안부로 끌고 가 강제 노역시켰고, 농촌에서 경작한 쌀, 보리, 수수, 감자, 고구마 등 쓸만한 곡류는 전쟁에 사용한다며 강제로 공출해 가 버려, 우리 농민은 죽지 않으려 산에 올라가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거나, 산나물과 열매, 들판의 쑥 나물을 뜯어 먹으며 목숨을 유지해 왔으며, 물을 한 솥 가득 붇고 거기에 쌀 한 줌 넣고 휘휘 저어 죽을 끓여 마시거나. 보리 개떡 감자떡을 먹는 집은 부잣집이며, 우리 가난한 사람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보릿고개를 힘들게 넘어 목숨을 유지하며 지내 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말도 쓰지 못하게 하고, 학교에서 지어준 이름 南道國을 일본식 발음으로 미나미 도오고꾸로 불러라 했습니다. 만약 실수로라도 한글 이름이나 한국말을 사용하면 옆에 있는 학생이 위반 표 (일어로 깃부) 를 받아 학교에 제출하면 뺏고 뺏긴 학생들의 성적에 반영되어 많이 빼앗긴 학생은 불량 학생 명단에 올라 적절한 처벌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갈 때는 동네 학생 40여 명 모두가 마을 앞에 모여 일학년부터 학년대로 두 줄로 서서 일본 노래를 부르며 마치 군대 훈련처럼 1킬로미터 산 아래까지 행진해 갔습니다. 산길이 200미터쯤 좁고 꼬불꼬불 길이라 줄을 서서 행진할 수 없어 입구에서산을 넘는 길은 각기 자유 보행으로 허락되어, 여기서부터는 개별달리기 자랑이 이루어집니다. 책보에 교과서 연필통 지우개 등을 싸서 어깨에 메고 다른 학생 뒤지지 않으러 열심히 달려가는데 책과 연필통이 미끄러져 땅에 떨어져 뒹굽니다. 추운 날 손은 시리고 달려가는 아이들은 저만치 가서 보이질 않는데 책과 연필을 다 주워 다시 책보에 싸 짊어지고 죽어라 달려 학교 정문에 도달하면 상급생 형이 지각했다고 엉덩이를 차며 들여보냅니다.

연필이 너무 빨리 달아 대나무로 연필을 연결하여 연필 끝까지 남기지 않고 사용했으며, 지우개는 돈 안 드는 자동차 폐 타이를 한 조각 끊어 석유에 담아 사흘쯤 놓아두면 녹아 지우개로 변합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삼각자 컴퍼스 털운동화 귀마개 책가방 등을 메고 학교로 오고 가고 할 때도, 가난한 소년은 짚신발로 책보 장갑도 없이 학교를 오가고 했지만 다른 부잣집 학생을 부러워하거나 원망할 처지도 못 되어 타고난 운명이려니 생각하며 지내왔습니다.

아버지는 한글을 모르는 선량한 농부였고 형제 여섯 중 첫째로부터 둘째는 동네 한학 당에서 한문을 배웠으며, 셋째부터 여섯째 나는 운 좋게 일본 학교에 月謝金을 내고 다녔습니다.

1945년 8월 일본이 미국과 유엔군에 항복하고 조국이 해방되어 우리를 지키고 지도하든 일인들이 물러가고, 나라는 남과 북으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두 쪽으로 갈라지고, 무질서하게 돌아가든 1950년 6월 26일, 북의 김일성 일당이 무력 통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철저하게 준비된 군대와 탱크를 앞세우고 선전 포고도 없이, 깊이 잠든 이른 새벽에 남한의 삼팔선을 밀고 들어왔습니다.

남한은 사회질서가 어수선하고 권력 다툼이 여기저기서 만연하고 어려울 때라, 북의 침략에 손도 못 쓰고 남쪽으로 밀려났고, 피난길 행렬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며 굶주리고 고통스러운 세상이 전개되어 갔습니다. 강원도 작은 시골 동네 우리 집에도 인민군이 들이닥쳤습니다. 여섯 형제 중 첫째는 장애 때문에 군에 입대하지 못하였고, 둘째 셋째 넷째 형들은 의무적으로 군에 들어가 전쟁에 참여하였고, 다섯째와 여섯 째 소년은 나이가 어려 군에 가질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인민군 전쟁 뒷바라지하며 목숨을 유지해 살아왔습니다.

열세 살 소년은 바로 위 형과 함께 이웃 동네 작은 교회에서 가르치는 인민군 학교에 나갔습니다. 매일 인민군 노래와 북한 찬양 구호 및 헌법을 부르며 외우게 했습니다. 동네 머슴살이하든 사람이 인민군의 앞잡이가 되어 동네의 역사를 죄다 일러바쳐 우리 아버지는 세 아들이 군대에서 전쟁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형자 명단에 올라 집행 날짜만 기다라며 인민군이 시키는 부역 일에만 죽도록 충성하며 살았습니다.

3개월 후, 1950년 9월,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이끄는 해병대가 야밤중에 서해 물이 차는 시간을 이용하여 인천 상륙 작전을 전개하여 성공하고, 인천을 넘어 수도 서울을 탈환하므로 인민군의 보급로가 차단되었습니다. 남하한 인민군이 먹을거리, 탄약 등 군수 물자를 수송 받지 못하고 절단되니, 대구 부산까지 밀며 내려갔든 인민군이 힘을 잃고 사분오열 흩어져 항복하고, 전쟁 포로로, 혹은 태백산과 지리산에 공비로 숨어 살며 지역 민간인의 집을 습격하여 곡식과 가축을 빼앗아 가는 행패를 우리 전투 경찰들의 토벌 작전으로 전멸하고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6.25 전쟁은 그렇게 죽고 죽이고 치열하게 3년간 진행되다가, 보다 못한 중국이 중공군을 전투에 참여시키며 인해 전술로 전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되며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게 되자, 미국과 소련의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한 끝에 휴전에 합의하여 지금의 휴전선이 생겨나고, 71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전 상태로 서로 미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발생한 그해 3월 소년은 어렵사리 마련한 월사금을 내고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사회질서가 어수선하고 아직 제자리에 서질 못하여 학교는 선생님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영어, 국어, 수학 외에는 선생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였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단어 외우기만 급급했으며 회화나 쓰기 같은 분야는 전혀 관심이 없고 또 가르칠 형편도 못 되었습니다. 그나마도 석 달을 겨우 배우고 전쟁이 종전되는 1953년에 나는 중학교 3학년을 배운 것 하나 없이 학교 문만 들락날락하며 허송세월 보내다 졸업장만 들고 1953년 2월 울진 중학교를 졸업하였으며 그게 나의 학교생활 마지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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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여 고등학교 진학을 못 하고 집에서 아버지를 도와 쉬고 있는데, 친구 하나가 일찍 눈을 뜨고 객지에 나가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로 돈을 잘 번다며 휴가 나와 가난 병에 괴로워하는 시골 소년의 아픈 심정을 자극하였습니다. 열세 살 소년은 더 이상 물러앉아 있을 수 없다고 작심하며, 지리산 공비 토벌 마치고 군산경찰서에 발령받아 근무하는 넷째 형님께로 연락하고 찾아갔습니다. 형님의 경찰관 봉급으로 두 칸 방 전셋집에 형님 내외와 조카 둘 그리고 나 다섯 가족 먹고살기 빠듯했습니다.

학교 진학은 그림의 떡이라 엄두도 못 내고, 군산시립 도서관을 드나들며 학습을 계속해 보았지만 앞길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눈치 안 보고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군대로 입대하기로 결심하고, 1959년 3월 육군 논산훈련소에 입대하여 기초 훈련 4주간과 후반기 훈련 2주를 당당히 마치고 발령받은 것이 운 좋게 카투사로 떨어져 경기도 동두천 생연리 미 육군 제7보병사단 항공대로 군대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나의 일생 42년 동안 주한 미군과 함께 살아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1959년 7월부터 1961년 11월까지 주한 미 육군에서 현역으로 2년을 근무했고, 현역을 제대한 1962년 3월부터 군산 미 공군 비행장 문관으로 40년간 근무하다 2001년 6월 퇴임하여, 나는 주한미군과 함께 42년간 대한민국 국토방위와 세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 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