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인파가 장난이 아니야.
오랜만에 광교산에 올랐어.
가을산의 정취를 느끼기엔 등산인파가 너무 많더군.
세시간 산행에 먼지만 뽀얗게 앉았어.
하산길 보리밥집엔 어디나 만원이라 줄서서 빈자리를 한참 기다려야 했지.
할수없이 버느네천을 따라 2킬로를 내려와 화홍문 굽은다리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할수 있었어. 2년만에 맘먹고 한 산행의 느낌이 무색해지더군.
막걸리 주점에서 대물드라마 재방을 봤어.
서혜림이 드라마틱하게 11표차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이야기였지.
드라마속의 서혜림이, 현실정치인 박근혜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다길레 한시간 넘도록
봤어. 고현정이 연기한 서혜림을 박근혜와 연관지어 보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더군.
박근혜는 섬세하면서도 대단히 세련된 절제가 돋보이는데 서혜림은 시골 촌부의 느낌을
줄정도로 어눌해 보이더라는 거야.
물론 앞으로 전개되는 서혜림의 놀라운 변신은 어느정도 예측이 되지만 말이야.
지키지 못할 공약은 하지 않겠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하지 않겠다.
서혜림식 클린정치가 승리하는 과정은 박근혜를 모델로 한것이 아니냐하는 느낌이 오더군.
말많은 드라마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것인지 갑자기 궁금해 지더군.
지금은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무르익어가는 시점이거던.
차기대선 구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치전문가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지면 날카로운 추론들이 검무처럼 휘날리지.
손학규 박근혜구도. 유시민 박근혜구도. 김두관 박근혜 구도.
예측은 제각각이지만 차기구도에 박근혜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항상 존재하지.
어느 누구도 박근혜를 빼고 차기대권을 논하는 사람은 없어.
드물게는 친이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그리고 박근혜 3자구도를 점치는 사람도 있지만 주자가 3명이든
4명이든 결국엔 양자구도로 갈것으로 점치지. 그러면서 현재는 박근혜가 대세임을 인정해.
그러나 대세론이 곧 대권이냐의 부분에 대해선 모두가 결론을 유보하고 있어.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이 대세론과 대권은 별개라고 보는 것이지.
그들이 대세론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일리는 있어.
지금까지 한국정치가 그랬지. 기본적으로 바람의 정치였어.
바람이 선거판을 휩쓸고 지나가면 대세론도 전문가들의 예측도 일거에 뒤집어 버렸지.
바람의 정치가 가능한것은 대중의 집단 감성이 선거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야.
노무현의 감성정치가 이회창의 대세론을 뒤엎은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박근혜 대세론은 인정하면서도 결론은 신중할수밖에 없을 거야.
정치와 선거에서 대중의 집단 감성은 참으로 오묘하지.
집단 감성은 변덕이 심한만큼 파급력도 크고 폭발성도 그만큼 강하다는 거야.
그래서 어느 정치평론가가 그랬지. 개인은 복잡하지만 대중은 단순하다고...
과연 박근혜 대세론도 과거의 대세론처럼 물거품이 될수 있을까?
지금 박근혜의 지지율과 지지층의 성향이 과거 대세론과 동일하다면 그럴수도 있겠지.
기존의 대세론은 조직의 최고 실권자에게 자연스럽게 몰리는 권력이동 현상이었어.
최고 실권자를 중심으로 주변 권력이 포진되면서 국민들에게 대세론을 각인시킨 것이지.
제왕적 총재하에서는 경쟁자가 나올수도 없고 생각이 있다해도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었지.
대안부재라는 상황에서 대세론이 형성되어졌다는 거야.
권력이 만들어낸 이런 대세론은 인지도가 상승효과를 타면서 한순간 반짝 지지도를 높일순 있지만
충성도나 결속력은 현저히 떨어지지. 대안세력이 나타나면 지지도는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야.
이회창의 대세론은 노무현이란 대안인물이 나타나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갔지.
권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회창의 대세론이 패배할수밖에 없는 구도였다는 거야.
사실 따져보면 대세론이나 감성론이나 단순한(?) 대중에게 일종의 착시효과를 이용하는 거야.
다만 이회창의 대세론이 재미와 감동의 요소가 없는 그저 그런 드라마였다면 노무현은 리얼
하고 극적인 드라마를 강렬하게 연출했지. 그만큼 대중의 착시효과가 컸다는 거야.
그럼 박근혜의 대세론은 어떻게 보아야할까?
박근혜식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 봐야 어느정도 실체가 보이지.
지지율도 거의 일정한 30%대를 유지하고 있어.
변화무쌍한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5년가까이 이런 지지율을 변함없이 유지해 간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야. 유권자 기준으로 본다면 600만명정도가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란
얘긴데 5년이란 세월동안 이탈보다는 더 숙성이 되고 단단해졌지.
여기에 온오프에서 10만명이 넘는 자발적 팬클럽회원들이 이 지지층을 받쳐주고 견인해
가고 있는 구조야. 그렇다고 박근혜가 특별한 퍼포먼스나 카리스마를 보인적도 없었어.
즉 박근혜 대세론은 권력 카리스마가 대중에게 착시현상을 일으켜 만든 대세론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위에서 형성된 대세론이 아니라,
아래 민심이 윗권력을 움직여 박근혜 대세론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야.
바로 이것이 박근혜 대세론과 과거 이회창 대세론의 근본적인 차이점이지.
버블과 콘크리트 차이지.
오세훈, 김문수, 정몽준, 정운찬, 김태호 등등
잠룡이란 이름까지 붙여주며 대권반열에 올려보려고 용을 썼지만 하나같이 허무하게 낙마했어.
과거방식에 익숙한 버블 대세론의 한계이지.
한가닥 한다는 인물들이 역풍을 맞고 줄줄이 잠수해버렸으니 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를 대적할
대항마가 출현할 가능성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구도야.
박근혜 대세론이 탄력을 받을수록 이명박은 한계론에 봉착하는 원리지.
한계에 봉착한 이명박의 선택은 여지가 없어.
박근혜 대세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으니까.
지금 박근혜의 지지율은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한 무너지지 않는 구조야.
기본적으로 전통적 온건 보수가 지지층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박근혜식 정치가 기존의
꼰데 정치에 식상한 젊은 세대들의 자유분망함도 담아낼수 있는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지.
이게 박근혜 대세론의 본질이야.
오랜만에 객주가 산행에 막걸리를 거하게 했더니 삭신이 뻐근하군.
밤은 늦었지만 개운하고 상쾌하게 월요일을 준비하자구.
내일이 박정히 대통령 기일인데 올해는 부득히한 사정이 생겨 현충원에 못갈것 같아.
많이 아쉽네.
2010년 10월 25일 한천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