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 로스 아르코스 – 로그로뇨
7일 차(27.8Km)
군주론의 주인공, 보르지아의 무덤
비아나의 산따 마리아 성당의 반석 아래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인물이 묻혀 있습니다.
바로 교황 알레한드로 6세의 아들인 께사르 보르지아(Cesar Borgia) 입니다.
그는 16세에 빰쁠로나의 주교, 19세에는 추기경, 22세에 가톨릭 군대의 장군이었고
24세엔 나바라 왕의 처남이 되었습니다.
그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쓸 때 영감을 준 사람으로
군주론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르지아의 강렬한 인상은 레오나르도 같은 그 시대의 예술가들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널리 알려진 이미지 모델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로그로뇨 (Logroño)
자랑스런 스테파노
첫날 나폴레옹 루트 넘는 날
전날 비가 와서 통제할까 걱정.
그러나 날이 맑아 도전
6시30분 출발.
앞에 아무도 없었지만 4킬로쯤 오르자 많은 사람 보임
앞 동네(오리손)에서 출발한 사람들.
보통 2일에 나폴레옹 루트를 넘음
손이 곱을 정도로 춥고 바람이 부는 중간에 간식을 먹고
1450고지를 넘어 숙소 도착. 10등 이내
매일 순례도 마을 성당마다 방문(다른 순례자들 대부분 지나침),
하지만 항상 숙소에 10위권 이내 도착
올레길에서 연습한 결과인 듯
(출발 1개월 전 26코스를 왕복으로 850킬로 완주)
벌써 절뚝거리는 순례자 다수 발견.
자랑스럽다 스테파노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하기로 예약.
7시 10유로
한국의 위상
숙소마다 한국인 발견. 평균 4~5명.
지금까지 중국인 2, 일본인 2 발견
생장출발 국가별 순위 한국 7위(2013년)
수퍼마켓에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는 흔히 듣고
숙소입구에 환영이라는 조그만 현수막 건데도 있음
어느 알베르게 세탁기 앞에는 한글로
'3유로 넣으면 돈만 먹어요.
안내실에 가서 코인으로 바꾸어 넣으세요' 라는
주의문을 어느 한국인 순례자가 적어 놓기도.
외국인과 인사할 때 의례 korea에서 왔어요? 할 정도
한국은 아직 카톨릭이 성장해서 그런 듯.
어쨌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흐뭇함
순례길에 만나는 성당을 순례자 대부분이 지나침.
순례의 목적이 종교나 영성이 아닌 듯
5월 26일 로그로뇨 – 나헤라
8일 차(29.6Km)
알베르게 단상
침대는 깨끗하고 커버를 주는 곳도 있음.
보통 한 방에 10~20명 수용하며
큰 곳은 200명 수용하는 곳도 있음.
생장에서는 단층 2인실 사용.
룸메이트는 아일랜드인 프란.
5일째까지 3번 만남
땀냄새는 전혀 없고, 코는 골지만 견딜만함
특이한 사람 1명
감기걸려 계속 기침을 10번 이상 하고는
'오마이갓!' 을 5번 정도하고 코를 곰.
이런 일 5번 반복하고는 잠에 떨어짐
옆 침대와는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
남녀 혼숙하며 노출이 심함
아침 5시 되면 깜깜한 데서 여기 저기 배낭싸느라 부스럭 거림
나는 4시반 아침 먹고 6시 출발.
깜깜한 데서도 배낭 꾸리는데 달인이 됨
아직 아침에는 쌀쌀한데 외국인들은 반바지 차림이 많음
배낭을 침대에 묶어두는 사람 없음
(한국에서 분실방지로 그렇게 하라는 이야기 많이 들음).
그렇게 한다면 외계인 대접 받을 듯
숙소에서 아침을 먹으면 보통 7시 식사.
출발이 늦어 3일차부터 전날 마트에 들러 음식구입.
새벽 4시 반에 식사
다른 순례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불을 켜지 않고 컴컴한 식당에서 먹다가
사과에 붙어 있는 상표도 먹음.
순례마치고 중식 겸 석식은 제대로 먹고,
저녁은 생맥주와 안주로 때움.
아침은 빵 종류와 과일로
식당에 가면 '뗑고 암브레' 즉 배고파 하면 친절히 안내.
보통 10유로 전후
사과상표까지 먹던 날 시라우키를 지나옴
시라우키와 옆동네 마네루는 지역 분할로 분쟁이 있을 때
두 마을 대표 노파가 포도주 많이 먹기 내기를 했는데
몇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지않자
마네루 사람들이 시라우키 노파 잔에 쥐를 넣었지만
승부는 시라우키가 했다고~
나중에 마네루 사람들이 시라우키 노파에게
이상한 것 못 느꼈냐고 하자
목에 뭔가 걸리는 것 같았지만 그냥 먹었다 함
시라우키는 살모사 둥지란 별명대로
사람 접근이 어려운 지형이라 그리 불렀다 함
▼ 나헤라
나헤라는 과거 기독교 왕국과 이슬람 왕국 사이에 있었습니다.
로마 시대에 세워진 이 도시를 아랍인들은
‘바위 사이의 도시’라는 의미인 나사라(Naxara)라고 불렀습니다.
산초 엘 마요르 왕은 나헤라를 왕국의 수도로 삼았으며
까미노 데 산띠아고를 지나가게 함으로써 도시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나헤라에는
산따 마리아 라 레알 수도원같이 훌륭한 건축물이 많습니다.
이곳에는 가르시아 엘 데 나헤라, 현명왕 산초, 도냐 블랑까 데 나바라 등
서른 명 가량의 왕의 무덤이 있습니다.
그 동안 좋았던 날씨가 지금 천둥치고 비가 오고 있음.
자고 나면 개이면 좋으련만.
기도하고 자야지
오늘도 4시에 컴컴한 식당에서 살며시 밥을 먹고 있는데,
밖에서 간절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
문이 2개 인데 체크인 할 때
큰문(알베르게 사진 왼쪽 둥근 화분옆 문)은 닫히고
작은 문(스틱이 꽂혀있는 곳)으로 들어와
당연히 출입문은 작은 문 일거라 생각.
그쪽으로 가보니 열쇠로 잠겨있어 문을 열수가 없다고 하자
밖에서 손을 모으고 열어달라고 간절히 부탁을 함.
나도 순례자라 키가 없다고 하자 큰 문 쪽으로 와 또 두드림.
혹시나 해서 문을 당기고 밀고 하다 보니 열렸음.
두 손 모으고 고맙다 하고 침대로 사라짐.
외국여성이었는데 얼마나 밖에서 있었는지~
추측 컨데 비가 오나 안 오나 보려고
또는 더워서 바람 쐬려 나갈 때 문을 닫자 자동으로 잠겨
밖에서 들어올 때 문이 잠긴 것은 아닌지
어쨌든 새벽부터 한 사람의 구세주가 된 기분.
5월 27일 나헤라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9일 차(21.0Km)
산토도밍고 데라 칼사다
에스까라이 산에서부터 아로의 포도밭까지 펼쳐진 넓은 평원에,
늘씬한 탑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이 탑은 나침반처럼 까미노 데 산띠아고를 나타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탑이 있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대성당은
‘까미노의 건축가 성인’이라고도 불리는 성인이 남긴 것이며
도시의 이름도 성인의 이름과 동일합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성과 성당, 순례자를 위한 병원, 궁전,
스물 네 개의 아치로 만들어진 오하 강 위의 다리 등이 있습니다.
닭의 기적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는 닭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15세기에 독일 윈넨뎀 출신의 우고넬이라는 이름의 18살 청년이
신앙심이 깊은 부모님과 함께 산띠아고 순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머물던 여인숙의 딸이
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여 사랑을 고백했으나,
신앙심이 남달랐던 우고넬은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습니다.
상심한 처녀는 그에게 복수를 하려고
은잔을 우고넬의 짐 가방에 몰래 넣고 도둑으로 고발을 했습니다.
재판소로 끌려간 우고넬과 그의 부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청년은 유죄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그의 부모는 산띠아고 성인에게 기도를 올리며 순례를 계속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 “산띠아고의 자비로 아들이 살아있다”
(성인이 교수대 밑에서 아들을 받치고 있다)는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음성을 들은 기쁨에 찬 부모가
재판관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달려갔습니다.
마침 닭고기 요리로 저녁식사 중이던 재판관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살아 있다면 당신들이 날 귀찮게 하기 전에
내가 먹으려 하고 있었던 이 암탉과 수탉도 살아 있겠구려.”
그러자 닭이 그릇에서 살아나와 즐겁게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재미있는 전설 덕택에 1993년부터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이 기적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었던 청년 우고넬의 고향인
독일의 윈넨뎀과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산또 도밍고의 재판관들은 우고넬의 결백을 믿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죄로
몇 백 년 동안 목에 굵은 밧줄을 매고 재판을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전설과 전통 때문에 중세에 순례자들에게
여행 중에 수탉이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은 징조로 여겼습니다.
프랑스 순례자들은 순례길을 걸으며 닭의 깃털을 모았는데,
그것이 순례 중에 그들을 보호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폴란드인들은 순례 지팡이 끝에 빵 조각을 얹어서 닭에게 주고 했는데,
닭이 빵을 쪼아 먹으면 순례에 좋은 징조라고 여겼습니다.
마을마다 성당이 있지만 문이 잠긴 곳이 많음.
하지만 시간마다 종을 쳐 중세시대로 돌아온 듯
숙소마을에서는 잠자리에서 계속 종소리를 듣는데
시끄럽지 않고 운치가 있음
산토도밍고 성당에는 오늘도 닭 2마리가 닭장에 있으며 울고 있다.
지금 장닭 우는 소리가 계속 들림.
오늘 까미노를 걷다 문득 순례자 노래를 만들고 싶어
'나그네 설움'을 개사하여 계속 부르며 걸었음
오늘도 걷는다마는
희망에 찬 이 발길
지나온 자국마다 은총이었네
마을성당 종소리가 축복을 비네
순례자 나갈 길은 산티아고네
어제 밤 요란하게 천둥치고 비가 오더니 아침엔 개어
날씨도 선선하고 길도 약간 물기가 있어
발걸음이 푹신거려 걷기에 편함.
은총의 나날
숙소에서 한국인 부부 만남.
금년 퇴직했다 함.
부인이 지씨라 더욱 반갑고 부인이 요리한 스파게티로 요기함
비 신자인데 같은 날 완주예정.
첫댓글
지금 멀리에 계신가 봅니다
늘 건강하심의 축복이 함께 하소서
세잎 클로버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