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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속에 버려진 성모님
어느 날 마리아 씨는, 쓰레기 수거함에 있는 검은 비닐 봉지에서 비죽 튀어나온 어떤 물체를 보았습니다. 눈에 익은 물건이라 비닐 봉지를 열어 보니 석고로 만든 낡은 성모상이었습니다. 그냥 두고 가자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쓰레기더미 속에 들어 있던, 연고도 모르는 성모상을 가져가자니 그것도 내키지 않고 하여 마리아 씨는 눈 딱 감고 그냥 발길을 돌리긴 하였지만, 쓰레기더미에 묻혀 계신 성모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계속 편치 않은 마음이라 합니다.
준성사로서의 성물(聖物)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전달해 주는 것을 성사(聖事)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성사는 일곱 개밖에 없어서 신자들이 이러한 은총의 기회를 자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신자들의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될 은총의 매개체들을 원하게 되었고 이로써 교회는 성사를 모방하여 그러한 매개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매개체들을 우리는 준성사(準聖事)라 합니다.
이 준성사의 종류는 대단히 다양하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준성사의 종류
준성사에는 크게 행위와 물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집이나 자동차 및 사람을 축성하거나 강복하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준성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그 축성된 물건이나 사람 그 자체가 은총을 전달하는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고 축성 행위를 통해서 하느님의 은총이 그 대상에 내리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성모상, 성인상, 십자가, 성수, 메달에 대해 강복하면, 이것들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해 주는 도구로 준성사가 됩니다.
준성사의 효과와 역할
성사가 마술이 아니듯 준성사 역시 마술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십자가 자체가 은총을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십자가를 통해 우리 마음이 하느님께로 향할 때 은총은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이렇게 준성사는 우리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즉 그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거기에 나름대로 동참하게 하며, 바로 이렇게 될 때 준성사는 우리에게 은총을 전달해 주는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릇된 준성사 관행
준성사의 이러한 기능을 무시한 채 일부 신자들은 준성사를 하나의 부적처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실내 거울에 달려 있는 묵주, 기도와는 상관없이 장식용으로 방 구석에 놓여진 성모상과 성화들,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변질된 묵주 반지와 십자가 목걸이 …. 마치 이러한 것들을 지니고 있음으로써 하느님의 보호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파손된 준성사(성물)의 처리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가 더러워지면 깨끗한 곳에서 태워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태극기가 더러워지면 우리나라에 대한 상징성이 다하기에 태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준성사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준성사가 된 물건(성물)은 그 자체가 거룩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파스카 신비를 전하는 도구요 또한 은총을 전달하는 도구인 까닭에 거룩한 것입니다. 따라서 파손되거나 더러워진 성물은 그 기능을 다한 것으로 보고 깨끗한 곳에서 태우거나 또는 형체를 알 수 없도록 부수어 땅에 묻거나 버리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비록 더 이상 준성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 의해 함부로 다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예상 외로 많은 준성사(성물)가 많습니다. 이 준성사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지요?
■방사받은 성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제게 방사(放邪)받은 묵주반지가 있는데 너무 작아서 손가락에 들어가지도 않고 또 모양이 너무 투박해서 사용하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이 묵주반지를 녹여서 다른 모양의 묵주반지를 만들어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우리는 성당에서 자주 신부님들이 십자가나 성모상, 묵주 혹은 다른 성물들에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축복의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신부님들의 이러한 행위가 곧 성물에 대한 축복의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신자들은 영신적 이익을 기원합니다. 이렇듯이 신자들의 영신적이고 현세적인 은혜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성수나 성유를 사용하거나 혹은 성호를 긋는 행위로서 사물이나 사람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행위를 준성사라고 하고, 이는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사를 모방하여 제정한 것입니다.
준성사의 종류에는 장소나 사물 혹은 사람에 대한 축복이나 구마 기도 등이 있지만 우리 신자들에게 익숙한 것은 주로 신자들의 신심을 돕기 위한 성물들에 대한 축복이 가장 일반적인 준성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이 축복받은 십자가나 성모상을 집안에 모시고 기도하고 또 축복받은 묵주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기도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하느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며 하느님께 대한 신심을 늘 새롭게 할 것입니다. 곧 신자들은 준성사를 받은 성물들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고 선행을 하도록 자극을 받으며 나아가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새롭게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준성사로 축복받은 성물들은 하느님 경배를 위하여 지정된 거룩한 물건들이기 때문에 존경스럽게 다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설령 개인 소유라 하더라도 속되거나 부적당한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교회법 1171조)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성물들이 낡아서 못쓰게 되는 경우에도 함부로 버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것들을 함부로 버림으로써 혹시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불경하게 다루어질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나 성모상 혹은 묵주 등의 성물들이 낡았다면 다시 고쳐서 사용할 수가 있겠지요. 그렇지만 더 이상 고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면 교회가 전통적으로 취해온 방법인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작은 묵주 반지를 녹여서 다시 만들어 쓰는 방법도 또 하나의 새로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성직자 아닌 신자의 '성체 분배의 직무'
Q : 영성체는 사제나 부제가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가 많은 미사의 경우에 영성체할 사람은 많고 사제가 부족할 경우에 수도자나 평신도가 같이 영성체를 나누어주는 일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미사 외에도 봉성체 같은 것을 아무 때나 줄 수 있는지요? 또 감실에 성체를 모시고 하는 일도 가능한 지, 스스로 자신이 영성체를 할 수 있는 지 묻고 싶습니다.
A : 일반적으로 성체 분배는 말 그대로 성직자인 사제나 부제가 해 줍니다. 성체를 만지고 관리하고 보존하는 직무를 성직자에게만 유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체 분배를 하는 일에 있어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미사 거행에서 영성체를 하는 데에 많은 신자 수에 비해 성체를 분배하는 성직자의 수가 적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이점에 대해 사목적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자나 수도자에게 성체 분배의 권한을 '한시적, 한정적으로 부여'하여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성체를 분배하는 일은 '교회의 사목적 필요'에 따른 직무 수행을 위해 부여한 역할입니다.
사제가 되는 과정 중에 여러 봉사자의 직무들을 수행합니다. 곧 전례에서 일반 봉사자들이 수행하는 직무를 받게 됩니다. 그것은 사제로서 전례를 거행하는 데에 봉사자의 역할부터 거쳐 전례 예식의 주례자 직무를 수행하도록 교육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하위 봉사직을 통해 상위 봉사직의 성실한 수행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 주어지는 직무가 먼저 독서직, 시종직입니다. 그리고 성직 품계에 들게 되는 부제품, 그 다음이 사제품을 받게 됩니다. 부제는 사제가 되지 않고 종신으로 부제직무를 수행하는 소위 '종신 부제'도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사제가 되기 전의 일정한 기간 동안 부제품을 받고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만 있습니다. 누구든지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꼭 부제품을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사제로서 성직자가 되는 과정 중에 앞서 받는 봉사직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독서직과 시종직입니다. 이 두 가지 직무는 사실 평신자에게도 줄 수 있는 직무이기도 합니다. 이 직무들은 그래서 직수여를 받았다 하더라도 성직자가 아니라 평신자입니다. 독서직은 '독서자'로서의 봉사 직무를 수행하도록 그 역할을 부여받는 직무입니다. '시종직'은 전례에서 주례자의 복사 직무를 맡는 일입니다. 또한 시종직에는 자기 고유 직무에 '필요한 경우에 성직자의 위임으로 인해 성체 분배를 해 줄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와 "성직자의 위임"으로만 그렇게 됩니다. 일반 평신자에게 주어지는 소위 '성체 분배권'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체 분배권은, 현실적으로 영성체할 신자는 많고 성체 분배를 위한 성직자가 부족하여 일손이 부족한 사목적 필요에 따라 일반 평신자에게 일부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권한을 수여한 것입니다. '성체 분배권 수여 예식'(Ritus ad deputandum ministrum qui ex indulto apostolico sacram communionem distribuere valeat)을 통해 성체 분배권자(신자)의 자격과 직무의 성격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이 권한에 해당되는 직무는 '자기와 남에게 성체를 나누어주고 임종하는 이에게 노자 성체를 모셔갈 중대한 직무'라고 말합니다. 먼저 이 권한을 받는 자격에 대해 언급합니다. ① 그리스도교적 생활과 신앙과 덕행으로 다른 모든 이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② 성체를 형제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므로 주님의 명대로 사랑(애덕)을 더욱 명백히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이 성체 분배권자의 자격입니다. 곧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앙이 깊고 애덕을 실천하는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이라야 합니다. 둘째는 이 직무의 성격입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자기와 남에게 성체를 나누어주는 일과 노자성체를 모셔갈 수 있는 직무"입니다. 하지만 이 권한은 성체 분배를 위한 '통상 집전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곧 아무 때나 자기가 원한다고 성체 분배를 해 줄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① '예외적 집전자'로서 성직자의 위임을 받았을 때만 거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 또는 다른 이들에게 성체를 나누어주는 일, 노자성체를 모셔 가는 일 이 모두가 성직자의 지시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② 또한 이 권한은 한시적이고 한정적입니다. 일정한 기간과 한정된 장소에만 이 권한이 주어집니다. 일반적으로 교구에서 간단한 교육과 수여 예식을 통해 이 직무를 수행할 수여증을 부여합니다. 기간은 1년 정도이고 성체를 분배할 수 있는 권한은 지정된 공동체의 성당 또는 경당에 한정짓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신자의 성체 분배권'은 ① 성체 분배의 통상 집전자인 성직자의 위임에 의해서만 수행하며, ② 지정된 장소에서만 거행하고 ③ 부여된 기간 동안에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추어야 하며, 한가지라도 부족하면 그 권한을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혹 성체 분배권자가 이 공동체에서 봉사하다가 다른 공동체로 갔을 경우에는 비록 그 기간이 남아 있고 성직자가 위임하더라도 수행할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므로 성체 분배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노자 영성체의 경우에도 '사목적인 필요에 따라' 통상 집전자인 성직자가 위임하였을 경우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임의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이죠.
또 한가지 덧붙여 생각할 것은 성체 분배권자가 자기에게 '스스로' 영성체를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직무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에는 분명하게 "자기에게" 영성체를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이 경우에는 성체 분배자가 영성체 때에 제대에 가까이 올라와 자신에게 직접 '영성체'를 한 다음, 성합을 들고 영성체를 시켜주러 가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전례 교육이 잘 이루어진 서구 교회나 일부 공동체에서는 그렇게 시행합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 교회에서는 아직도 많은 경우에는 성체 분배자는 사제가 영성체를 하는 동안 제단 아래에 기다렸다가, 사제가 성합을 들고 와서 자신에게 영성체를 주면 받아 모신 다음에, 사제로부터 성합을 받아 성체 분배를 위해 지정된 자리로 옮겨갑니다. 이렇게 제대 가까이 가서 성합을 받아오지 않는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 영성체를 한다는 것이 적합치 못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판단됩니다. 안정된 자리에서 영성체를 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기가 영성체를 하려면 제대 앞에서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사제로부터 성합을 넘겨받은 다음, 성합을 손에 든 채로 스스로 영성체를 한다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전례 공동체가 보기에도 어색하게 보입니다. 아울러 스스로 영성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가 영성체를 분배자에게 직접 주실 때에는 성체를 먼저 영한 다음에 사제로부터 성합을 받는 것이 더욱 안정된 모습으로 적절하고 좋을 것입니다. 따라서 성체 분배권자가 스스로 영성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해서 주례 사제로부터 '나 자신이 스스로 영성체를 할 테니 성합을 그냥 통째로 넘겨주십시오.' 하는 식으로 고집을 부려서는 안됩니다. 이것도 또한 주례 사제가 위임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단 난간에서 성합을 전해 준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아울러 감실의 관리에 관한 것입니다. 감실의 관리는 성체 현시 때에 성체를 꺼내고 넣기 위해 감실을 열고 닫는 경우, 감실의 성체를 확인하거나 노자성체를 위해 감실을 여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럴 경우에도 감실의 관리의 책임자인 성직자의 감독과 지시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경우에까지 '성체 분배권자'에게 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순 특집] 판공성사 이모저모
한국교회에만 있는 특별한 전통… 부담 느끼기보다 기쁘게 참여해야
한국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신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참회와 화해를 통해 일상을 돌아보며 주님의 부활과 성탄을 준비하는 것이다. 반면 정해진 기간에 의무적으로 성사를 봐야 한다는 부담은 참여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판공성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며 부담을 덜고 기쁜 마음으로 부활을 기다리면 어떨까.
Q. 다른 나라에도 판공성사가 있나요?
A. 판공성사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박해 시기에 신앙을 점검하고 하느님과 보다 가까운 신앙생활을 하고자 했던 신앙 선조들의 노력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천주교 신자가 지켜야 할 네 가지 법규인 ‘성교사규’(聖敎四規)는 ▲ 주일과 의무 축일을 지키고 미사에 참례할 것 ▲ 지정된 날에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킬 것 ▲ 해마다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을 것 ▲ 1년에 한 번 부활시기에 영성체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 법규에 나오는 고해성사가 판공성사다.
사제 수가 적었던 박해 시기와 박해 직후, 공소의 신자들은 1년 중 2번 사제를 만날 수 있었다. 봄과 가을에 사제들이 공소를 방문하는 판공 때다. 세례성사는 사제를 대신해 평신도가 집행할 수 있었지만, 성체성사, 병자성사, 그리고 고해(판공)성사는 사제 없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당시 신자들은 애타게 이 시기를 기다렸다. 판공 때 공소를 방문한 사제들은 신자들이 그동안 신앙생활을 잘 지켜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종의 교리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을 본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받고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판공은 ‘힘써 노력하여 공을 세운다’(辦功)와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判功)는 의미를 모두 사용한다.
Q. 판공성사는 대림·사순 시기에만 드려야 하나요?
A. 판공성사 기간 이후에 고해성사를 하는 신자들도 판공성사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는 2015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판공성사 기간에 성사를 받지 못하더라도 신자들이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유연성을 부여한 조치다.
고해성사의 의무에 대해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에는 “모든 신자는 일 년에 적어도 한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해야 한다. 이 영성체는 원칙적으로 부활 시기에 이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재의 수요일부터 삼위일체 대축일까지로 연장하고 있으므로 이 때에 맞춰 판공 고해성사도 집전해야 한다.”(제 90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2항에서는 “부활 판공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의 시기에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 때나 다른 때에라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판공성사는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신앙생활 지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속 본당이 아니어도 상황에 따라 타 본당이나 몇몇 교구에 설치된 상설고해소를 방문해 성사를 볼 수도 있다. 이 경우 판공성사표에 해당 본당이나 상설고해소의 도장 날인 혹은 서명 등을 받는 방법으로 판공성사를 본 사실을 확인받은 후 소속 본당에 제출하면 교적에 정상적으로 기입된다.
판공성사를 3년 이상 거르면 냉담교우로 분류되므로 판공성사에 성실히 임해야 하며 판공성사 기간에 가깝게 고해성사를 이미 보았거나 특별한 사유로 판공성사를 보기 힘든 경우에는 본당 사제와 미리 상의해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코로나19 팬데믹 때 고해성사를 보지 않고 사죄를 받았는데요. 언제 일괄 사죄가 가능한가요?
A. 교회법 제961조는 “개별적 고백 없이 한꺼번에 여러 참회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죄가 베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두 가지 예외를 두고 있다. ▲ 박해나 전염병, 전쟁이나 긴급한 재해 등의 위급한 상황에서 사제가 참회자의 개별적인 고백을 들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을 때 ▲ ‘중대한 필요’가 있을 때, 즉 많은 수의 참회자들이 있고 한 사제나 여러 사제가 적절한 시간에 참회자의 고백을 들을 수 없으며, 참회자가 자신의 탓 없이 오랜 시간 성사의 은총과 영성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 일괄 사죄가 가능하다. 두 번째 경우와 관련해 일괄 사죄가 베풀어질 수 있는 상황인지의 여부는 교구장 주교가 판단한다.
현재 한국교회에서는 부활 성탄 판공이 일괄 사죄의 이유에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일괄 사죄를 허락하고 있지 않다. 이는 “큰 축제나 순례 때 있을 수 있는 참회자들의 회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들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필요로 간주되지 아니한다”(「교회법」 961조 1항 2호)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험으로 개별 고해가 어려웠던 2020년 사순 시기 때 각 교구는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를 권고했다. 교황청 내사원에서도 같은 해 3월 20일자 교령을 통해 ‘실제 상황의 심각성’ 때문에 ‘개별 고백을 먼저 하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신자들에게 일괄 사죄를 베풀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일괄 사죄에 대해 “전시나 천재지변, 또는 많은 사람이 갑자기 동시에 죽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죄를 사할 수 있다. 그 밖의 경우에는 교구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96조)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으로 다수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일괄 사죄를 진행한 것이다.
Q. 판공성사를 받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판공성사를 받기 전에 먼저 자신의 죄를 알아내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지은 죄를 천천히 알아낸다. 그리고 고해성사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인 통회(痛悔), 즉 내가 지은 잘못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내가 되는 과정에 얼마나 해가 됐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통회가 판공성사의 중요한 요소인 이유는 죄의 고백했더라도 통회하는 마음이 없다면 죄를 용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통회를 한 뒤에는 다시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심인 정개(定改)가 필요하다. 죄를 범하지 않고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이웃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갈 것을 결심한다. 그리고 나서 고백을 할 수 있다. 가능한 자세하게 고백해야 하며 교회법에 따르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가벼운 죄도 고백하기를 권장한다.(988조 2항) 끝으로 고백을 들은 사제의 충고와 명하는 기도·선행을 실천한다.
교회법은 참회자의 자세에 대해 “그리스도교 신자는 고해성사의 구원의 치유를 받기 위하여 자기가 범한 죄를 물리치고 자기 자신을 바로잡을 결심을 하여 하느님께로 돌아갈 마음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87조)
[특집] 한국교회의 전통 ‘판공성사’
우리나라에만 있는 신앙 유산… 특별한 은총 누리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회개와 보속의 기간으로 보내는 사순 시기를 앞두고 신자들은 소속 본당에서 ‘판공성사표’를 받는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대림 시기와 함께 사순 시기에도 판공성사를 보는 것을 교회 전통으로 여긴다.
판공성사는 한국교회에서 오랜 세월 형성된 독특한 문화이자 신자들에게는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평소 고해성사에 부담을 갖고 있던 신자들도 사순 시기 판공성사 기간에는 소속 본당이나 상설고해소 등을 찾아 신자로서의 의무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판공성사란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한국교회 신자들이라면 누구나 ‘판공성사’라는 말을 듣게 된다.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를 앞두고 본당 주보 공지나 미사 중 안내를 통해 “판공성사표를 받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다.
판공성사는 ‘매년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면서 받아야 하는 고해성사’로 정의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교회만의 고유한 문화다.
판공성사는 한자로 ‘判功聖事’라고 적는데 ‘공로를 판별하는 성사’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에 바치는 고해성사를 판공성사라 부르는 이유도 ‘공로를 판별한다’는 의미처럼 다른 시기보다 특히 대림 시기와 사순 시기에 신자 스스로가 교회 앞에서 자기의 부족한 점과 허물을 깊이 성찰하라는 권고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사제 입장에서는 신자들이 세우거나 세우지 못한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신자들은 판공성사표를 받아 고해성사를 본 뒤 판공성사표를 본당에 제출하면 교회는 신자의 교적에 판공성사를 보았다는 사실을 기입한다. 교적에 남는 판공성사 기록은 신자 스스로에게 신앙생활을 점검하는 척도가 되는 동시에 교회 차원에서도 신자들의 신앙생활 동향을 살피고 신자들을 어떻게 돌볼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교회법 제989조에는 “모든 신자는 사리를 분별할 나이에 이른 후에는 매년 적어도 한 번 자기의 중죄를 성실히 고백할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돼 있어 1년에 한 차례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박해 시기부터 사제를 만나기 어려웠던 신자들이 1년에 두 차례는 사제를 만나 고해성사를 보았던 전통을 형성해 왔다.
박해 시기에 사제는 신자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던 만큼 판공성사를 주기 전에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면담과 가정 방문 등을 통해 자세히 살폈고 신자들 또한 판공성사를 보기에 앞서 자신의 신앙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한국교회는 박해 시기부터 오랜 세월 뿌리내려 온 판공성사의 전통을 「한국천주교 사목 지침서」(이하 사목 지침서)에 명문화했다.
사목 지침서 제90조 1항은 “모든 신자는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하여야 한다. 이 영성체는 원칙적으로 부활 시기에 이행되어야 한다.(교회법 제920, 989조 참조)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재의 수요일부터 삼위일체 대축일까지 연장하고 있으므로(교구 사제 특별 권한 제7조 참조) 이때에 맞추어 판공 고해성사도 집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2항에는 “부활 판공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의 시기에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 때나 다른 때에라도 받아야 한다”(교회법 제989조 참조)고 덧붙였다.
사목 지침서는 보편 교회법과는 구별되는 지역 교회법 역할을 하므로 한국교회 신자들에게는 교회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성격을 갖는다.
판공성사, 대림·사순 시기에만 드려야 하나
신자들은 칠성사 중 가장 부담스러운 성사는 고해성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기간이 정해져 있는 판공성사가 주는 부담감은 평소에 비해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교회는 판공성사가 신자들에게 주는 부담감을 덜어 주기 위해 주교회의 2015년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판공성사 기간 이후에 고해성사를 하는 신자들도 판공성사를 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판공성사 기간에 성사를 받지 못하더라도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유연성을 부여한 조치다.
이를 위해 판공성사표 양식을 바꿔 “판공성사 기간 내에 성사를 보기 어려우면 판공성사 기간 이후에라도 성사를 보고 성사표를 제출하면 된다”는 안내 문구를 넣기로 결정한 바 있다.이에 앞서 주교회의 2014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도 “부활 판공성사 기간 내에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도 성탄이나 1년 중 어느 때에라도 고해성사를 받으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것은 고해성사가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기쁨과 은총을 주기 위한 성사임에도 신자들에게 의무와 부담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해소하려는 한국교회의 노력이었다.
판공성사는 일반적으로 신자들이 자신의 소속 본당에서 보는 경우가 많지만 판공성사 장소가 소속 본당으로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판공성사는 교회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신앙생활 지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속 본당이 아니어도 상황에 따라 타 본당이나 몇몇 교구에 설치된 상설고해소를 방문해 성사를 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판공성사표에 해당 본당이나 상설고해소의 도장 날인 혹은 서명 등을 받는 방법으로 판공성사를 본 사실을 확인받은 후 소속 본당에 제출하면 교적에 정상적으로 기입된다.
판공성사는 신자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성찰하고 사제로서는 신자들의 신앙을 파악하고 돌보는 방편이 되므로 판공성사를 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판공성사의 은총을 풍성히 받으려면 성사 전 준비기도와 통회, 결심을 거쳐 고백과 보속 실천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판공성사를 3년 이상 거르면 쉬는 교우로 분류되므로 판공성사에 성실히 임해야 하며 판공성사 기간에 가깝게 고해성사를 이미 보았거나 특별한 사유로 판공성사를 보기 힘든 경우에는 본당 사제와 미리 상의해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법을 전공한 수원교구 안법고등학교 교장 최인각(바오로) 신부는 “교회법이나 규정에 앞서 판공성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한국교회만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신앙의 유산”이라며 “1년에 두 차례라는 횟수는 판공성사를 두 번만 보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자들에게 최소한의 지침을 제시한 것이어서 자주 고해성사를 보며 풍요로운 신앙의 은총을 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