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생전에 “성공한 인생을 사셨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었다. 뜻밖에도 그는 “나는 실패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습니다. 혼자서 나의 그림자만 보면서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동행자가 없다는 것은 사랑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말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이 전 장관의 그 말이 늘 생각이 난다.
누구나 진정한 동반자를 원하지만 정작 인간 세상에서 평생 변하지 않는 동행자를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전 장관은 “더러는 동행자가 있었지만 나중에 경쟁자로 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쉽지만 이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혼자 사는 즐거움’, ‘친구가 없어도 좋다’는 등의 이야기가 보편화되고 있다. 관계의 측면에서도 변화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동행자가 있다면 행복한 일이지만 없더라도 크게 슬퍼할 필요는 없다.
믿음의 선배들은 하나같이 세상의 동행자보다는 주님을 동행자로 삼아 평생을 살아갔다. 고아들의 아버지로 불린 조지 뮬러는 하나님을 영접한 이후 평생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동행의 삶을 ‘거룩한 독립’이라고 말했다. 주님과 함께 걸으며 환경과 사건, 친구, 죽음 등 세상의 변수로부터 요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관건은 주님을 만나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과 동행하면 우리는 거룩한 독립을 이루며 언제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