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에 따라 강화된 소방시설을 무조건 소급적용하도록 되어 있던 관련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는 엉터리 소방시설 설치 규정들이 올해 중 고쳐질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7일 개정된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소방시설기준을 강화할 경우 반드시 소급적용토록 규정하고 있던 기존 법규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규정은 그동안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강화되는 소방시설을 무조건 기존 대상물까지 소급적용하도록 적시하고 있어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기술적 문제를 불러올 수 있고 현실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소방방재청은 기존 법률에서 소급적용하도록 규정했던 소화기구, 비상경보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및 피난설비 등에 대해서는 정작 개선이 시급한 부분조차 정비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이번에 개정된 법률에서는 해당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어 앞으로는 시설 강화에 따른 강제적 소급적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이 그동안 법률 개정 이후 개선하겠다던 사안들을 올해 추진하는 소방시설 규정정비 계획에 실제 반영할지 주목되고 있다. 과거부터 소급적용으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이 우려돼 개선하지 못한 소방시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아파트 11층 이상 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유도등과 10층 이하 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축광유도표지 ©최영 기자 | |
대표적인 규정 중 하나는 공동주택 11층 이상에 설치되는 유도등과 10층 이하에 설치되는 축광유도표지다. 현행 화재안전기준에서는 11층 이상에는 유도등을 설치하고 10층 이하에는 축광식 유도표지를 부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도등은 화재 시 원활한 피난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되는 소방용품으로 평상시에는 전기로 , 비상시에는 비상전원에 의해 1시간 가량 지속적으로 빛을 발한다.
반면 10층 이하에 설치되는 축광유도표지는 외부 전력을 공급받지 않고 전등이나 태양빛 등을 흡수해 일정시간 동안 발광하게 되는데 늦은 밤 발생되는 화재에는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2008년 본지(FPN)를 통해 최초 보도(2008년 10월 10일 493호)되면서 같은 해 국점감사와 2009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연이어 지적된 바 있지만 소급적용으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으로 개선되지 못했다.
▲ 1회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간이완강기의 모습 ©소방방재신문 | |
또 하나는 숙박시설에 설치되는 현실성 없는 완강기 규정이다. 현행 소방법에 따라 숙박시설에는 의무적으로 ‘간이완강기’가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간이완강기는 단 한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1회용 이어서 모텔이나 호텔 등 2인이 묵는 숙박시설에서의 화재 시 가위 바위 보로 살아남을 한 사람을 정해야할 판국이다.
이 문제점도 2012년 본지 보도(2012년 1월 10일 571호) 이후 같은 해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의원을 통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2인 객실에 한명 밖에 피난할 수 없는 1회용 간이완강기를 설치토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객실 수용인원에 맞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201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현행 숙박시설 객실에 설치되는 일회용 완강기를 2개 이상 설치하거나 반복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었지만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이처럼 그동안 개선하지 못한 문제들을 법률 개정 시점에 맞춰 현실성을 반영하고 신규 대상물부터라도 적정한 소방시설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요구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