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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갑도적(膝甲盜賊)
추위를 막기 위하여 바지 위에다 무릎까지 내려오게 껴입는 옷을 훔친 도둑이라는 뜻으로,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膝 : 무릎 슬(月/11)
甲 : 갑옷 갑(田/0)
盜 : 도둑 도(皿/7)
賊 : 도둑 적(貝/6)
출전 : 지봉유설(芝峯類說) 16卷 해학(諧謔)
이 성어는 조선중기 학자이자 정치가로, 그리고 후대에는 실학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이수광(李睟光)이 쓴 조선시대 문화백과사전의 효시라 평가받은 지봉유설(芝峯類說) 16권 해학(諧謔)에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昔有偸人膝甲而不知所用。
옛적에 어느 도둑이 슬갑(膝甲)를 훔쳤는데, 이 물건의 쓰임새를 몰랐다.
乃貼額上而出。人笑之。
그래서 이마 위에다 걸치고서 외출을 했다. 이를 본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故今謂竊取他人文字而誤用者。爲膝甲賊云。
그리하여 이제는 다른 사람의 문장을 훔쳐 잘못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를 슬갑(膝甲)도적이라고 한다.
(芝峯類說 卷16 語言部 諧謔)
우리 말에 슬갑도적(膝甲盜賊) 이란 게 있다. 남의 시문과 글귀를 몰래 훔쳐서 표절하여 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말한다.
또는 표적(剽賊)이라고도 한다.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하여 사용하여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학문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출처를 충분히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저작을 인용하거나 차용하는 행위를 가리키며, 기본적으로는 도덕적, 윤리적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다.
표절(剽竊)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은 자신의 것으로 도용(盜用)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본따서 나름대로 재창조한 모방과는 구별된다.
패러디도 다른 사람의 저작을 차용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기본적으로 원전(原典)을 밝히고 그것을 풍자적(諷刺的), 해학적(諧謔的)으로 표현하는 점에서 표절과 구별한다.
또 다른 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하여 존경의 뜻을 담아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오마주(hommage) 역시 표절과 구별한다.
한국에서는 교수 출신 공직자들의 논문표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각 대학이나 학회별로 표절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2008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마련한 논문표절 가이드라인 모형에 따르면,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命題) 또는 데이터가 동일하거나 본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경우 등이 표절에 해당된다.
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 연구결과 조작,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은 저작물의 경우는 중한 표절로 분류한다.
또 자신의 저작이라 하더라도 출전(出典)을 밝히지 않고 상당 부분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경우를 자기표절이라고도 하는데, 같은 논문을 거의 그대로 다른 학술지에 게재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영화와 음악 분야의 표절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순한 아이디어 차용은 표절로 보지 않는다.
음악의 경우 가락, 리듬, 화음의 3요소를 기본으로 하여 곡의 전체적 분위기, 두 곡에 대한 일반 청중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가락, 리듬, 화음 가운데 곡을 구성하는 음표(音標)를 배열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가락이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며, 화음(和音)의 경우에 연속적 전개방식이 독창성이 있다면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표현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여기에 따르면 종전까지 6마디 또는 3마디 이내의 악절(樂節)은 자유롭게 베낄 수 있다고 알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며, 이같은 양적 기준보다는 질적 판단을 중요시하여 유사한 부분이 곡의 클라이막스인 경우에 표절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곡의 음고(音高)에 대한 수량적, 기계적 비교는 참고사항으로만 이용된다.
기존 음악의 일부 음원을 샘플의 형태로 추출하여 사용하는 샘플링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였거나 원곡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창작성을 띤다면 표절은 문제되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대사뿐 아니라 등장인물과 플롯, 사건의 전개과정, 작품의 전체 분위기, 전개 속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한다. 단순한 줄거리는 아이디어에 해당하여 보호받기 어렵고, 구체적 플롯의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 작품의 분위기는 등장인물이나 플롯보다 중요한 판단요소는 아니지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장소 배경이나 작품의 전개속도는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한편, 표절은 법적으로는 저작권 침해의 한 유형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며(2조), 그 종류는 소설, 시, 논문, 강연, 연설, 각본(刻本)과 그밖의 어문저작물, 음악저작물, 연극 및 무용, 무언극과 그밖의 연극저작물, 회화(繪畵), 서예, 조각, 판화, 공예, 응용미술저작물과 그밖의 미술저작물, 건축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와 그밖의 건축저작물, 사진저작물, 영상저작물, 지도, 도표, 설계도, 약도, 모형과 그밖의 도형저작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 등이 있다(4조).
공표된 저작물에 대해서는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28조), 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시사보도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 방송 또는 시험문제, 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 녹화를 제외하고는 그 출처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37조). 출처 명시 규정을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38조).
본론으로 돌아가서 슬갑도적(膝甲盜賊)이란 한 도적이 바지 위에 껴입는 옷인 슬갑(膝甲)을 훔쳤는데 이것을 어떻게 입는지 몰라 이마에 쓰고 나오니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는 얘기에서 비롯됐다.
이 슬갑(膝甲)은 벌써 400년 전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나온다.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가 명(明)나라 시인의 것을 베낀 것이라며 조목조목 위작시비를 제기한 것이다. 명종(明宗) 18년(1563)의 일이다.
그는 지봉유설(芝峯類說) 권14 문장부칠(文章部七)에서 홍경신(洪慶臣)이라는 다른 사람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설헌(蘭雪軒) 문집인 난설헌집(蘭雪軒集) 가운데 금봉화칠지가(金鳳花柒指歌)는 전부 명(明)나라 사람의 ‘깨끗한 겨울은 유성이 흐르는 달밤이요, 그린 눈썹은 꽃비가 지난 봄뫼(春山)이어라’의 구절을 취한 것이다. 유선사(遊仙詞) 중 두 수는 당(唐)나라 조당(曺唐)이라는 사람의 시이고, 송궁인입도(送宮人入道) 율시(律詩)는 바로 명(明)나라 당진(唐震)의 시이다. 기타 악부(樂府)와 궁사(宮詞) 등의 작품도 옛 시를 많이 취했다.”
이어 이수광은 허난설헌 시 작품 중에서도 두 세편만 제외하고 모두가 위작이며 그녀의 걸작으로 통하는 백옥사상량문(白玉寺上梁文) 또한 동생인 허균(許筠)과 이재영(李再榮)이 편찬한 것이라며 표절 실례를 일부 들었다.
그렇지만 이수광은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만 일부 작품을 들어 했을 뿐 표절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어떻든 표절문제는 이수광에 뒤이어 허난설헌보다 3년 뒤에 태어난 신흠(申欽)이 다시 제기하고 나선다. 즉 신흠은 허난설헌의 백옥루상량문(白玉寺上梁文)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유선사(遊仙詞)의 절반 정도가 옛사람의 시라고 지적하면서 아울러 이것이 허균(許筠)의 소행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허난설헌 연구가인 허미자 교수는 지난 84년에 출간한 허난설헌(許蘭雪軒)이라는 연구서에서 신흠이 허균과 당파가 달라 악의에 찬 비난을 했다는 이유만 들면서 정작 표절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직접 언급을 회피했다.
이수광과 신흠 말고도 허균보다 조금 늦게 활동한 김시양(金詩讓)이라는 사람도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에 대해 혹평했으며 시화총림(詩話叢林)으로 유명한 홍만종(洪萬宗)과 구운몽(九雲夢)의 작가 김만중(金萬重), 정조(正祖)때의 대학자 이덕무(李德懋), 한치윤(韓致奫) 등도 표절문제를 제기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에서도 표절논쟁이 있었다는 점이다. 허균이 편찬한 허난설헌 작품집은 중국에도 알려져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양대 정민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난설헌집은 베스트셀러였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표절문제를 제기한 이는 전겸익(錢謙益)과 그의 첩 유여시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청(淸) 순치(順治) 9년(1652) 허난설헌의 인물과 작품 해제(解題)를 하면서 중국 문인들이 외국 여성이 지은 시가(詩歌)에 대해 경외감에 빠져들어 있으나 표절 흔적이 많으니 자세히 알아보고 읽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어 강희(康熙) 44년(1705)에는 주의존(朱彛尊)도 난설헌(蘭雪軒) 작품에 위작 흔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한국 한문학계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민 교수는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허난설헌 작품 중 일부의 표절 사례를 잘 알고 있는 정민 교수조차 간단히 짚고만 넘어갔다.
더구나 지금 허난설헌이 지었다고 전하는 작품 중 과연 얼마만한 숫자가 표절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은 없었다.
조선과 중국의 일부 문인이 표절문제를 삼은 작품 또한 일부에 불과했다. 이는 허난설헌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막강하고 무엇보다 관련 문중이나 단체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의 지식재산권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표절이 지금에 와서는 도덕 불감증까지 겹쳐 심각한 지경이다. 특히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대학생 사이에서의 표절은 이미 도를 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리포트를 짜깁기하는 것은 보통이고 외국의 여러 사이트에서 교묘하게 자료들을 조합해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것이다. 학기중의 리포트와 졸업논문 베끼기는 대학가의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우리 사회가 표절시비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한때 빈발했던 대중문화 표절시비가 이제는 유명 작가의 작품과 대학총장의 과거 논문으로까지 번졌다. 문제는 표절시비 당사자들의 반응이 당당하다는 점이다.
내가 먼저 썼네, 함께 썼네, 몰랐네, 관행이네 하면서 변명을 해댄다. 누구 하나 흔쾌히 ‘내 탓이오’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만큼 표절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이다.
표절행위는 흔히 도둑질로 간주한다. 훔치는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지적 정보긴 하지만 남의 것을 허락없이 사용하는 것은 범죄로 보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법으로 저작권을 보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표절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법적 처벌도 미약해서다. 또 손쉽게 빨리 성과를 얻으려는 현대인의 심리와 사회 풍토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가시적인 성과물을 남보다 먼저 창출하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또는 의도적으로 표절을 일삼게 된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인류의 지적 자산인 지식과 정보가 소수에게 독점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는 점이다. 지적 창작물을 향유할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이 그것이다.
이 운동은 저작권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학문과 문화, 예술 분야의 창작물이 널리 이용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문화 발전과 창작물의 이용 확대를 추구하는 저작권 본래의 목적을 살릴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접근이란 관점에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지식접근권조약을 적극 논의하는 것은 카피레프트의 정신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증거다.
그럼 표절은 허용돼야 할까, 허용된다면 창작 행위가 원활하게 이뤄질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무분별한 베끼기 행위를 방치하면 창작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싸구려 문화만 양산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이 사회,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가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지점은 어디일까?
학계출신 저명인사들의 표절시비가 최근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서 표절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공인의 자격기준이 높아져 과거에는 그대로 넘어갔던 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표절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증거다.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베껴 자신의 것처럼 발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간단하게 말해 지식 도둑이다. 법적으로는 저작권 또는 지적재산권의 침해행위이며 민, 형사적 책임이 따르는 범죄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표절이 잦은 데는 그럴 만한 문화적 배경이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근대화라는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의 지식을 수입해야 했다.
지식인의 중요한 임무는 번역과 소개였다. 그 과정에서 후진국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버티다 보니 표절에 관대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결국 국내에서 만들어진 지적재산도 존중하지 않게 됐다.
수량적 성과를 중시하는 대학의 시스템도 창조성을 소홀하게 평가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더구나 연고와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 조직 문화에서는 표절을 고발하려면 왕따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지적재산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표절에 엄격하다. 어느 미국 대학에서 최근 남의 논문을 표절한 한국 유학생의 박사학위를 취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는 국내 교수직도 상실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첨단기술을 포함해 국내 지적재산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한류 스타의 작품을 담은 해적판 DVD와 CD가 넘쳐나고 있다. 외국인에게 지적 재산권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우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예로부터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표절은 항상 시비의 대상이었다. 오죽하면 예술은 표절이든가, 혁명이든가 둘 중의 하나라고 했을까 싶다.
심지어는 초등학생들도 방학과제물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내용을 아무 죄의식 없이 그대로 베껴 제출한다고 하니 표절의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완벽하게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는 매우 어렵다. 인간의 창작물이 누적돼 있고 타인과 영향을 빈번하게 주고받는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표절이 잦은 이유는 완벽한 창작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표절의 심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의식하지 못한 표절과 의도한 표절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는 어느 날 독특하고 참신한 표현을 생각해 내고 스스로 감탄했다. 알고 보니 오래전 자신이 이미 쓴 글이었다.
이처럼 의식하지 못한 표절은 언젠가 경험한 누군가의 작업이 기억 속에 남고 이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결과물로 내놓는 기억 왜곡에 의한 표절이다. 반면 의도적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자기 것인 양 가장하는 표절이다.
표절은 남을 따라 하려는 모방처럼 인간의 본능일 수 있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잘 따라 한다. 태어난 지 사흘된 아기도 그 앞에서 혀를 내밀거나 입을 벌리면 흉내를 낸다.
이렇게 타인을 모방하는 이유는 생존하는 데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좀 더 안전한 결과를 얻으려는 본능이 작용해 표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표절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빨리 결실을 얻으려는 욕구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성공 욕구가 강한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 성공하려는 사람, 어떤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의도적인 표절을 하기 쉽다. 특히 표절은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눈에 보이는 분명한 결과를 중시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에서 표절은 자주 일어나게 마련이다.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찾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했을 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거나 자기 능력에 비해 좀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할 때도 표절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 膝(무릎 슬)은 형성문자로 厀(슬)은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꺾이다의 뜻(折/절)을 나타내는 글자 桼(칠, 슬)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膝(슬)은 몸이 꺾이는 곳, 곧 무릎의 뜻이다. 용례로는 무릎 앞 한가운데 있는 작은 종지 모양의 오목한 뼈로 종지뼈를 슬골(膝骨), 또는 슬명(膝皿), 겨울에 추위를 막기 위하여 무릎까지 내려오게 입는 옷 바지 위에 껴 입으며 앞쪽에 끈을 달아 허 리띠에 걸쳐 맴을 슬갑(膝甲), 무릎으로 넓적다리와 정강이의 사이에 있는 관절의 앞부분을 슬두(膝頭), 오금으로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을 슬괵(膝膕), 무릎을 꿇거나 앉거나 하고 총을 쏨을 슬사(膝射), 무릎 위를 슬상(膝上), 무릎 옆을 슬변(膝邊), 무릎을 꿇은 채 뒤로 물러감을 슬퇴(膝退), 무릎으로 걷는 것을 슬행(膝行), 무릎 아래라는 뜻으로 거느리는 곁이나 품안이라는 의미로 부모의 보호 영역을 이르는 말을 슬하(膝下), 조복이나 제복을 입을 때에 앞에 늘여 무릎을 가리는 헝겊을 폐슬(蔽膝), 무릎을 꿇어 절함을 굴슬(屈膝), 무릎을 침을 격슬(擊膝), 어린아이를 무릎 위에 앉힌다는 뜻으로 어릴 때를 이르는 말을 치슬(置膝), 궤几의 다리 밑바닥에 대는 말발굽같이 생긴 쇳조각을 곡슬(鵠膝), 부모의 슬하를 이르는 말을 자슬(慈膝), 서로 무릎을 가까이 대어서 앉음을 접슬(接膝), 무릎을 안고 깊이 생각함을 옹슬(擁膝), 무릎을 대고 마주 앉음을 촉슬(促膝), 무릎이나 간신히 넣는다는 뜻으로 방이나 장소가 매우 비좁음을 이르는 말을 용슬(容膝),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사닥다리를 굴슬제(屈膝梯), 남의 시문을 표절하여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슬갑도적(膝甲盜賊), 인도의 예법으로 존경하는 뜻을 나타낼 때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예배하는 모양을 우슬착지(右膝着地), 한결같이 무릎을 꿇고 앉아 착실하게 하는 공부를 일슬지공(一膝之工), 무릎에 앉혀 귀여워하거나 연못에 빠뜨린다는 뜻으로 사랑과 미움을 기분에 따라 나타냄으로써 그 언행이 예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가슬추연(加膝墜淵), 사내종의 얼굴과 계집종의 무릎이란 뜻으로 사내종이 고개를 숙이고, 계집종이 무릎을 끓듯이 남과 교제할 때 지나치게 굽실굽실하며 비굴한 태도로 일관함을 이르는 말을 노안비슬(奴顔婢膝), 무릎을 거두고 옷자락을 바로 하여 단정히 앉음을 염슬단좌(斂膝端坐) 등에 쓰인다.
▶️ 甲(갑옷 갑, 친압할 압)은 ❶상형문자로 새싹이 싹트면서 아직 씨앗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싹이 나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전(轉)하여 처음, 제일을 뜻한다. 또 씨의 겉껍질을 뜻한다. 단단한 껍데기에서 전(轉)하여 갑옷의 뜻이 되고, 음(音) 빌어 천간(天干)의 첫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甲자는 ‘갑옷’이나 ‘딱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甲자는 딱딱한 껍질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는 甲자가 갑옷에서 유래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골문에서의 甲자는 단순히 十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미늘 조각을 연결해서 만든 찰갑(札甲)의 문양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숫자 十(열 십)자와 혼동을 피하고자 둘레를 감싼 형태로 바뀌게 되면서 지금의 甲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甲자는 천간(天干)의 첫 번째 글자로도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甲(갑, 압)은 ①갑옷 ②딱지(몸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 ③껍질 ④첫째 ⑤아무개(이름 대용) ⑥손톱 ⑦첫째 천간(天干) ⑧첫째 가다 ⑨싹트다 그리고 ⓐ친압(親狎)하다(버릇없이 너무 지나치게 친하다)(압)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갗 부(膚), 껍질 각(殼), 가죽 피(皮), 겉 표(表), 갑옷 갑(鉀), 갑옷 개(鎧), 가죽 혁(革)이다. 용례로는 갑옷과 투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갑주(甲冑), 첫째 가는 부자를 갑부(甲富), 같은 나이를 갑장(甲長), 큰 배나 군함의 위에 철판이나 나무 등으로 깐 넓고 평평한 바닥을 갑판(甲板), 육십갑자의 첫째를 갑자(甲子), 열한 번째를 갑술(甲戌), 스물한 번째를 갑신(甲申), 서른한 번째를 갑오(甲午), 마흔한 번째를 갑진(甲辰), 쉰한 번째를 갑인(甲寅), 예순 한 살 되는 해를 갑년(甲年), 무장한 병정을 갑철(甲鐵), 곱으로 쳐서 받는 이자를 갑리(甲利), 크고 너르게 아주 잘 지은 집을 갑제(甲第), 으뜸가는 종류를 갑종(甲種), 갑옷과 투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갑주(甲冑), 재주를 부려 변신하는 술법을 둔갑(遁甲), 튼튼하게 만든 갑옷을 견갑(堅甲), 쇠로 만든 갑옷을 철갑(鐵甲), 나이 만 60세를 가리키는 말을 주갑(周甲), 같은 나이 또는 나이가 같은 사람을 동갑(同甲), 나이가 같은 또래의 사람을 연갑(年甲), 첫째 자리를 차지함 또는 두목이 됨을 거갑(居甲), 갑이라는 집과 을이라는 정자라는 갑가을정(甲家乙亭),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라는 갑남을녀(甲男乙女), 갑이 논하면 을이 논박한다는 갑론을박(甲論乙駁) 등에 쓰인다.
▶️ 盜(도둑 도)는 ❶회의문자로 沇(연; 침을 흘리다)과 皿(명; 그릇)의 합자(合字)이다. 접시 속의 것을 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다, 전(轉)하여 훔치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盜자는 '훔치다'나 '도둑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盜자는 마치 次(버금 차)자와 皿(그릇 명)자가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盜자의 갑골문을 보면 次자 아래로 舟(배 주)자가 그려져 있었다. 次자는 입을 벌려 침을 튀기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 갑골문에 나온 盜자는 배 위에 침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舟자가 皿자로 잘 못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盜(도)는 ①도둑 ②비적(匪賊: 떼지어 다니는 도적) ③도둑질 ④훔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몰래 엿듣는 도청(盜聽), 남의 명의나 물건을 몰래 쓰는 도용(盜用), 도둑 맞는 재난을 도난(盜難), 남의 산의 나무를 몰래 베어감을 도벌(盜伐), 훔친 물건을 도물(盜物), 남 몰래 사람을 죽임을 도살(盜殺), 몰래 엿봄을 도시(盜視), 남의 것을 훔치는 버릇을 도벽(盜癖), 폭행이나 협박 등의 수단을 써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 또는 그러한 행위를 강도(强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일 또 그 사람을 절도(竊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침 또는 그 사람을 투도(偸盜), 개처럼 몰래 들어가 훔치는 도둑을 구도(拘盜), 나라의 보물을 훔치는 도둑을 방도(邦盜), 잡히지 않고 남은 도둑을 잔도(殘盜), 도둑은 주인이 자기를 제지하여 재물을 얻지 못하게 하므로 이를 미워한다는 뜻으로 사람은 다만 자기 형편에 맞지 않으면 이를 싫어한다는 말을 도증주인(盜憎主人), 도둑에게도 도둑으로서의 도리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도역유도(盜亦有道),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엄이도종(掩耳盜鐘), 남의 시문을 표절하여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슬갑도적(膝甲盜賊),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써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필도적(文筆盜賊),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천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때로는 요긴하게 쓸모가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계명구도(鷄鳴狗盜),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궁해도 불의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인데, 도덕률의 엄격한 준행을 이르는 말을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목이 말라도 도盜란 나쁜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란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음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악목도천(惡木盜泉), 일부러 문을 열어 놓고 도둑을 청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 들인다는 말을 개문읍도(開門揖盜) 등에 쓰인다.
▶️ 賊(도둑 적)은 ❶회의문자로 贼(적)은 간자(簡字), 戝(적)은 동자(同字)이다. 무기(武器)(戎)를 들고 재물(貝)을 훔치는 무리라는 데서 도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賊자는 '도둑'이나 '역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賊자는 貝(조개 패)자와 戎(병기 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戎자는 갑옷과 창을 함께 그린 것으로 모든 병기를 망라하는 글자이다. 그러나 금문에 나온 賊자를 보면 貝자와 戈(창 과)자, 人(사람 인)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재물 앞에 창을 들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무력으로 재물을 강탈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賊자는 무기로 위협하며 재물을 강탈하는 '도둑'이나 '역적'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賊(적)은 ①도둑 ②도둑질 ③역적(逆賊) ④벌레의 이름(마디를 갉아먹는 해충) ⑤사악(邪惡)한 ⑥나쁜 ⑦도둑질하다 ⑧해(害)치다 ⑨학대(虐待)하다 ⑩그르치다 ⑪죽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적 구(寇), 도둑 도(盜)이다. 용례로는 해치려는 마음 또는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는 마음을 적심(賊心), 도적을 경계함 또는 도적이 일어날 기미가 보임을 적경(賊警), 도둑에게 재난을 당함을 적난(賊難), 도둑을 벌하는 법률을 적률(賊律), 도둑에게 당하는 변을 적변(賊變), 도둑의 괴수를 적수(賊首), 도둑질하는 버릇을 적습(賊習), 임금이나 부모에게 거역하는 불충이나 불효한 사람을 적자(賊子), 도적이 떼를 지어 모여 있는 곳을 적둔(賊屯), 도둑으로 생기는 근심을 적환(賊患), 도둑에게서 받은 피해를 적해(賊害), 바다를 다니며 배를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는 도둑을 해적(海賊),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산 속에 살며 지나가는 사람의 재물을 빼앗는 도적을 산적(山賊),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으며 행패를 부리고 돌아 다니는 무리를 화적(火賊), 밖으로부터 자기를 해롭게 하는 도적을 외적(外賊), 무장을 하고 떼를 지어 다니면서 살인과 약탈을 일삼는 도둑을 비적(匪賊), 강한 도적을 강적(强賊), 흉악한 도둑을 흉적(凶賊), 큰 도둑을 거적(巨賊), 과거에 급제하려고 옳지 못한 짓을 꾀하던 사람을 과적(科賊), 주로 집권자에게 반대하여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도둑을 난적(亂賊), 어떤 나라나 사회 안에 있는 도둑이나 역적을 내적(內賊), 자질구레한 물건을 훔치는 도둑을 서적(鼠賊),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 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나가고 난 후에야 문을 잠근다는 뜻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적출관문(賊出關門), 역적은 백발이 되도록 오래 살 수 없다는 말을 적무백수(賊無白首),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또는 불충한 무리를 일컫는 말을 난신적자(亂臣賊子), 간사한 신하와 불효한 자식을 일컫는 말을 간신적자(奸臣賊子), 문을 열고 도둑을 맞아들인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납적(開門納賊), 남의 시문을 표절하여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슬갑도적(膝甲盜賊),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써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필도적(文筆盜賊),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으며 행패를 부리고 돌아 다니는 무리를 일컫는 말을 명화도적(明火盜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