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갔을 뿐이야.
노를 젓던 노인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눈을 내리 깔면 보였던 심연의 깊음과 만새리, 청어들의 비늘의 반짝임이 공존하는 바다를 보던 노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깨에는 낚시줄을 등쳐 매고 저이가 당기는 대로 끌려가고 마는 그 낚시줄을 붙잡으며 쓸리고, 베이며 파이고, 고름 터지는 그 손들을 만지던 노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위대한 혈투라 스스로에게 우기며 주둥이부터 그 지느러미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고 멋진 청새치와 겨루던 노인은 앙상하게 굽은 허리와 낚시줄에 따라 음푹 파여진 등에 모든 힘을 기댔고, 그렇게 어림 없이 조각배와 함께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노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리아와 예수에게 기도를 올리던 그 두 손이 만약 부처를 알았더라면 당연히 불경을 외웠을 것이다. 신이라는 가면을 쓴 호구들에게 멋대로 계약을 맺고 자신의 의지를 외치며 당당한 거래를 한다. 그러고 서는 다시 낚시 줄이라는 현실을 잡고 청새치라는 문제와 겨룬다. 줄은 팽팽히 당겨지고 깊게 패인 손에서는 피가 흘러 그 줄을 타고 조각배의 한 방울, 저 넘어 바다에 한 방울 떨어트리고는 노인의 정신을 앗아간다. 기도손을 모을 수는 없어서 다시 전관근에 힘을 주고 과거의 일을 잊어버린다. 그러고는 “형제여”하고 외쳐서 자신의 이 힘든 역경을 위대한 발걸음이자 용을 앞에 둔 용사의 모습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저 줄 넘어 달려 있는 것은 청새치이다.
저 능선 넘어서 그 광경을 바라보더라면 한 노인이 바라와 낚시줄을 두고 씨름하고 있다. 노인은 갑자기 넘어지고, 배에 몸을 기대며 외마디를 질러댄다. 몸은 땀으로 가득하고 그 온몸에 난 주름 사이사이에는 땀과 약간의 붉은 피들로 매워져 있다. 이제는 입모양도 움직이지 않을 채 허공을 향해 가끔씩 침을 뱉는다.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는 추한 모습일까. 자연과 하나되어 그 속에서 투쟁하여 나가는 용감한 모습일까. 저 하늘 높이 떠서 먹이를 탐색하는 군함새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보면 어떨꼬. 하며 분명 노인은 생각했을 것이다. 먹이 중 일부일까, 피해가야 할 포식자중 하나일까. 허나 결국은 자연 안에 다 하나되어 형제로 불린다는 사실을 노인을 깨달았다. 이것은 방금 안 사실이 아닌 오랜 세월 바다에서 여러 낚시줄을 던지고 끌어 올리며 얻은 갚진 진리였다. 엮이고 벌어지다가 그렇게 끊겼다 생각하더라가도 이 바다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다시 파도와 함께 서로가 서로를 덮친다. 모두가 형제이면서 먹잇감이고, 동시에 포식자다. 생물과 생물로써 존경을 표하다 가도 결국 그 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나라는 생각에 조금의 씁슬함을 느끼면서 결코 큰 의미에 사과는 하지 않고 저 나의 형제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노인이였다.
더 깊게 생각 될 뻔했던 것을 저 멀리서 뛰쳐 오르며 줄을 거의 끊게 만드는 청개치의 움직임이 정신을 번뜩 차리게 했다. 정신 차리자. 보다 현실적인 것에 이 생각의 용량을 더 많이 할애 해야겠다고 노인은 다짐했다. 그러니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아쉬움과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이었다. 무엇이 있었더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왜 그것을 챙기지 않았지. 나를 좋아하는 그 소년이 있었더라면 모든 일이 쉽게 풀렸을 것이야. 노인은 다시한번 뛰어 오른 청개치에 끌려 그대로 넘어졌다. 팔이 욱신거렸고 땀은 눈에 들어가 앞을 보이지 않게 했다. 이딴 우는 소리도 그만하자고 다짐하며 그저 지금 당장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며 자신을 토닥이며 크게 소리쳤다. “이리로 오거라 고기놈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수없는 시간이 그 후로 계속 흘렀다. 그 긴 시간의 과정속에 노인은 다시 신을 찾아 기도문을 외우기도 하고, 자연과 진리에 대한 생각하기도 하였고, 후회와 연민을 갖기도 하였다가 문제에 대한 허무맹랑한 해결책을 생각하기도 했다가, 계속 현실적인것, 실질적인것, 하는 주문을 외우며 당장의 피곤에 찌는 몸과 머리를 움직이기도 했다. 그럴 수록 문제라 불리는 청개치와의 결착은 가까워 갔고 그는 점점 더 멀리 한도 끝도 없는 바다의 정중앙으로 향해갔다. 더 이상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자신에게 허락된 것 이상으로 더더 들어갔다. 그에게는 낚시줄을 끊어낼 자신이 없었고 그렇게 문제라는 혹덩이에, 혹은 자연 속 나의 형제에 그의 삶을 맡겨 버렸다.
본래 목표라고 불리던 청개치는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노인은 정신을 깨우고 자기 자신을 세뇌해 가며 다시 문제를 목표로 인식하려 노력했다. 그와 동시에 이런 인식보다는 몸을 움직이자며 손가락을 비틀었다. 다만 청개치의 모든 움직임과 아름다운 선율 같은 끝없이 이어지는 조각배의 여정은 이것들은 전부. 문제라는데 증인되어 말했다. 노인도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잠을 청하기도, 전혀 상관 없는 딴지거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다마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노인에게 힘을 주었지만 이 크고 막대한 상황을 조금도 해결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는 문제를 목표로 보았고 자연 속에 있는 자신의 상황을 하나의 해류에 그저 흘러가는 플랑크톤으로 보았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서 청새치와 겨루었다. 이런 자기세뇌야 말로 인간의 위대성일지도 몰랐다.
다만 이런 요소만 그의 여정에 함께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 삶에 닥친 이 본질적인 문제 내지는 목표를 해결하는 길에 있어서 노인은 꿈과 희망, 현실과 절망에 빠지고, 무지로써 손과 어깨만을 움직이기도하고, 가만히 앉아 저 하늘의 별들을 보며 진리와 자연의 신비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들은 오로 청새치를 잡는 것에 소모되었고 그 한 목표만을 위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에 대한 자각은 없었고 그저 노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당장의 상황에서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인은 목표를 이루어 내고 자신의 조각배 옆에 아주 큰 그 목표를 묶었다. 그러고 나니 자신의 이 모든 과정속의 생각과 행동이그저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인간, 자신의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할 수 있었다. 정신은 맑아지고 있었지만 몸은 어두워져갔고 저 멀리서는 상어들이 피 냄새를 맡고는 강압적이게 조각배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노인은 치열했다. 처절했고 용감하며 대담하고 아주 강했다. 하지만 자신의 온갖 힘과 정신의 상태를 거치며 얻었던 자신이 생각했던 삶의 귀중한 선물은 처참히 물어 뜯기고 있었다. 다만 노인은 자신의 삶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진리와 길에 대한 생각과 자연과 자신의 관계와 얼마전까지 잊고 있었던 호구와 한 거래와 약속도 기억해 냈고 나름의 핑계와 변명을 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칠 몸에 대해 느껴보며 고름떠지는 등과 손의 고통을 느끼며 현실을 자각하며 꿈에 빠지고 싶다는 꿈도 읖조려 보았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대해 생각하보고 문제 해결에 관하여 온 생각과 열정을 쏟기도 했다. 다만 어느하나 확실한 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앞에서는 상어깨가 다가오고 옆으로는 자신의 청개치가 앙상한 뼈만을 남이고 조각배에 매달려 허망하게 떠다니는 것이 눈에 훤히 비쳐 보이는 듯 했다. 그나마 낸 타계점과 해결책은 청개치와 함께 상어놈들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어 뜯겼고 노인은 주저 앉아버렸다.
멀리 나갔던 노인은 점점 자신의 영역에 가까워 졌다. 죽고 죽이는 자연에 대해 생각하며 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손을 어떻게 할지 궁리했다. 이 모든 생각과 상태 속에는 노인은 자신이 무엇을 붙들어 맬지 아무런 확신도, 어떤 생각 조차할 수 없었다. 이런 혼란과 고난 속에 남은 것은 뼈다구 뿐일 까봐 이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에 삐진 것은 아니였다. 자신도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약간의 허탈함 일까 해방감일까 하여튼 무엇인가를 하였다는 뿌듯함 일까 자연 속에서 자신을 인정하게 했다는 자만일까. 노인은 알지 못했다. 무엇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노인은 알지 못했다. 엄재서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했는지. 진리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도 몸을 가꿀 준비를 하는 이 감정속에 또 다르게 피어난 신에 대한 구애와 이에 대한 자신에 대한 불확실한 생각 정리들. 이 모든 것이 엮이고 섞여 자신의 내면에서 엉켜 꼬여버렸다. 아니 애초에 날 때부터 이것들은 꼬인 상태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노인은 그저 침대를 원했다. 자신이 어째서 이런 피곤에 찌들어야 했는지, 자신이 어째서 이 뼈와 겨루고 지켜야 했는지, 무엇이 자신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만들었는지. 노인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 그 어떤 것의 기원도 이유도 깨닫지 못하고 점점 뭍에 가까워졌다. 그는 이런 행동과 생각에서 결론을 얻지 못했고 사실 얻으려 하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다 끝나고 보니 노인에게 남은 것은 끈적한 땀과 숨쉬는 피 뿐이었다. 그저 잠을 자고 언젠가 희망찼던 혹 어째서 인지 기억에 남았던 그 시절로 빠지고 싶었다. 이 사흘간의 시간, 노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모든 질문과 속에 찬 응어리에 깊이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갔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