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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 (아줌마1을 돌아보며) 아줌마 애들 원래 은 거예요 울면서 크는 건데 왜 그래요?
아줌마1: (당황하고 겁먹은 얼굴로) 예 예
원상: (아줌마 쪽으로 돌아앉으며)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 아니 요 은 그냥 청와대로 갈라구 하는 건데 돈두 없구 좀 빨리 갈 일이 구 그래서 이 버스 잠깐 빌리는 거예요
아줌마1: (아이를 달래며) 그 그럼 사 살려 줄 거죠?
경득: (돌아보며) 걱정 말아요 쓸데없이 사람을 왜 죽여
흘러나오던 노래가 뚝 끊기며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린
아나운서: (소리) 뉴스 속보 니 인천 남구 독배부리 해안 무장 공비 20여명이 나타나 버스를 탈취해 경인가도로 향하고 은 소식 니
상필: 무장 공비?
볼륨을 높이는 정진
불안한 승객들과 훈련병들의 모습 위로
아나운서: (소리) 무장 공비들은 송도 역 앞 삼거리 서 항도 교통 소속 버스를 탈취해 시민들을 인질로 삼고 습니 시민 여러분께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고 뉴스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 속보가 들어오는 대로
라디오를 꺼버리는 정진
경득: 켜 둬 뭐라고 떠드는지 계속 들어보자 보고 무장 공비라메? 요즘엔 무장 공비들한테 김일성이 목 따오라고 훈련시키는 가보지
그 때 끼이이익 멈춰서는 버스
크게 흔들리는 승객들과 훈련병들
전면 보면 육군 2명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기리고
상필: (정면을 노려보며) 개새끼들
정진 앞을 보고 뒤를 돌아보면 재빨리 뒷 유리창 밖을 보고 돌아보는
원상: 없어요
정진: (기사의 어깨를 짚으며) 정면으로 나가
기사: 저 저 정면으루요?
정진: (앞을 응시하며 철컥 장전하고) 밟아
일제히 장전하고 창밖으로 몸을 빼는 훈련병들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액셀을 밟는 기사
전면을 향해 총을 겨누고 선 상필과 정진
군인들이 장전하는 것을 본 순간 동시 불을 뿜는 정진과 상필의 총구
버스 정면의 유리창이 악살 나면서 전면의 군인들이 쓰러지는 것이 보이고 창밖으로
타타타탕
총을 쏘기 시작하는 훈련병들
버스 안의 승객들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엎드리고
군인들의 응사가 이어지자 민첩하게 엎드리는 훈련병들
그러나 기사의 어깨 총알이 박히고
크게 흔들리는 버스
엎드려 던 정진 운전석으로 가서 핸들을 잡고
그 와중 시 날아온 총알이 경득의 옆구리를 관통한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경득
그런 경득을 안으며 바닥으로 엎드리는
민호: 아저씨!
군인들이 쳐 놓은 바리게이트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지나가는 버스
버스를 향해 사격하는 군인들을 정확하게 쓰러뜨리는 훈련병들
군인들 모두 쓰러지고 바리게이트를 넘어서서 제 차도로 들어선 버스
그러나 정진의 운전이 서툴러 버스가 덜컹거린
훈련병1: (운전석 쪽으로 가며) 내가 해볼게
정진과 교대하는 훈련병1
일어선 정진의 눈 피를 흘리며 민호 게 안겨 는 경득의 모습이 보이고
경득 게 가가는 정진 상필 등
숨을 헐떡거리는
경득: (억지로 웃으며) 무장 공비는 너무 한 거 아냐? 큭큭 하기는 영락없이 무장 공비기는 하잖아 큭큭 군복 봐라 계급장도 없지 북한 놈들 는 거 그대로지 宇거
순이: 까르르
한진희: 나도 아직 경험해 본 적은 없
<마루>
963 뭐시기 씁쓸하게 앉아 tv를 본
뭐시기는 뺨이 뻘겋게 부어 올라
‘토크박스’ 류의 쇼프로그램이 동물원 서 생방송 중계되고
동물들을 소재로 웃기려고 애쓰는 출연자들
빈정대며 미스 서울을 소개하는 사회자 미스 서울 카메라를 보며 낙타 얘기를 시작한 나름대로 진지해 보인
미스 서울: (소리) 낙타랑 낙타 새끼가 었대요 낙타 새끼가 “엄마 은 왜 등 혹이 어?” 하고 물었더니 낙타 엄마가 “사막 서 생활하려면 물을 항상 저장할 데가 필요하거든 안 그러면 목말라 죽으니까” 했대요 그랬더니 “엄마 눈썹은 왜 이렇게 길어요?” 라고 물었더니 “눈썹이 이렇게 길지 않으면 사막의 모래 바람이 전부 눈 들어올게 아니냐 ” 했대요 낙타 새끼가 “엄마 린 왜 이렇게 리 굽이 크고 넓어요?” 했더니 엄마가 돈이 안 걷혀서 실망했겠 (963 게) 너 솔직히 말해 봐 순이랑 사고치고 괜히 꼰대한테 넘긴 거지? 낄낄
963: (계속 TV 집중하며) 저 얘기 내가 해준 거
뭐시기: 저 냄비는 틀림없이 대가리가 텅 비었을 거야
시 천둥 번개가 친
<방>
여전히 방 벽 기대 는 순이 선 채로 드레스를 걷어 올린
한진희 얼굴이 빨개져 순이 게 돌진한
서로 격정의 순간을 맞으며 고함을 지른
<마루>
963 혼자 마루
정적 같은 고요
갑자기 한진희의 방을 향해 소릴 지른
963: 사이비라 그래서 삐졌어요? 예수도 사이비로 몰려 죽었어요 아시죠?
963 베란으 가 어둑해지는 하늘을 올려본
VISION
허공 서 내려보이는 시점으로 베란 서 는 963의 모습이 보인
누군가의 형체가 비구름 둘러싸인 검은 태양을 향해 떠오른
한진희
양 팔을 들어 올려 십자가 매달린 듯한 동작을 취한
118 아파트 계단
여기저기서 못 보던 얼굴들이 꾸역꾸역 기어 나온
대부분 행려 차림이
놀란 쥐들처럼 서둘러 짐을 싸 계단을 내려간
코흘리개는 신이 나서 뛰어닌
어수선한 가운데 한진희는 계단을 올라간
119 아파트 옥상/오후
난간 올라 서 는 뭐시기
뭐시기: 좆도 그냥 콱 뛰어 내릴란
뭐시기 주저하이 고개를 돌리는데 옥상 한켠 얼굴이 벌게진 한진희가 얼이 빠져 정신이 없
뭐시기: (그 자리 서 무릎을 꿇으며) 아부지 모든 게 죄송허요
뭐시기는 계속 바닥 머리를 숙이고 고
한진희 색색깔의 먹을 갈아 고운 창호지 부적을 그린
‘일필휘지’
부적을 그리고 는 한의 모습이 점점 엷어진
부적만 하나 남는
120 아파트 계단
개 코 뛰어 니는 코흘리개를 쥐어박는
개 코: 끼어 든 년 땜 여럿 치네 병아리 이 년은 대체 어디 간 거야
링거 병을 들고 쩔뚝이며 찾아닌
병아리도 마침 개 코를 찾고 었던지 어디선가 나타난
개 코: 이 년아 어디 갔 이제야 나타난 거야
병아리: 마침 잘 됐 집 가서 설거지 얼른 끝내고 돼지고기 사이 김치찌개 좀 끓여놔 나 좀 나갔 올테니까
121 아파트/방
방으로 들어오는 뭐시기 순이가 고 는 웨딩드레스 아래 혈흔이
주위를 둘러보이 얼굴을 가까이한
숨소리를 들어본
가만히 안아본
122 동물원/오후
963 브이맥스를 타고 동물원을 배회한
가 서 가 서
그러 중심을 잃는
안간힘을 쓰며 바로 세려 하지만 무거운 몸체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 엎어진
오토바이 몸이 눌려 빠져 나오지도 못한 쳐보는 인파들
쪽팔린
일으켜 세려 바둥대지만
미스 서울 963 게 가온
963: (깔린 채로) 웃겼어
미스 서울: 정말 웃겼어?
963: 이제 너 뜰 거 같애 정말이야
미스 서울: 또 뭐 웃기는 얘기 없니?
963: 오토바이와 시간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둘 후진을 할 수 없은 거지 그리고 속도는 시간을 훔칠 수 어
미스 서울: 그것도 니 깔따구가 얘기 해 준 거야?
963: 어때 같이 할래?
123 집/방
순이 흐뭇한 표정으로 잠 서 깨어난
순이: 까르르 들 어디 갔지?
12 옥상/저녁
순이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 부적만 한 장 덩그러니 놓여
순이 담배를 문
딱성냥을 긋는
담배 불을 붙인
부적 도 불을 붙인
도시의 야경 건물들 매달린 상호 갖가지 네온 십자가
불꽃이 튀며 불이 붙는
순이: (도시를 내려보며) 와!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야
125 도심 속의 길
963 미스서울을 뒤 태운 채 도심의 한복판을 질주한 오토바이를 모는 963과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963의 얼굴이 합성되어 보여진
네온 불빛들이 터지며 환상적인 불꽃들을 자아낸 고함을 지르며 바람을 맞는 둘
963: 어때? 재밌어?
미스 서울: 응 아주 죽여
미스 서울 퇴물미용사의 모습으로 바뀐
963: 근데 넌 누구야?
퇴물미용사: 미스 서울
963 기어를 바꾸며 전 속력을 낸
왜곡되어 보여지는 주변의 전경들
점차 모든 풍경이 사라지고
멀리 보이던 곡선으로 휘말려져 생겨난 작은 목표점이 점점 가까워진
점과 속도가 부딪치면서
엄청난 폭음이 들린
V-MAX 혼자 기름을 뿌리며 차로를 뒹군
멀리 떨어진 곳의 963 피를 흘리며 쓰러져
고개를 돌려 미스서울을 본
이미 죽은 듯한 미스서울의 몸 구석구석 서 작은 화염이 인
963 몸을 비틀대며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낸
핸드폰은 이미 찌그러져 부서져
963: 지난번 일기장 썼던 거 거짓말 한 거 아냐 정말 정말 모든 게 휘어졌어 너도 같이 었으면 좋았을텐데 (NAR) 근데 나 허리가 부러진 거 같아
126 아파트 앞
병아리와 순이 손을 잡고 아파트를 바라본
병아리: 언니 사진은 찍었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스티커 사진 찍을까?
순이: 지금?
병아리: 기념사진 한 장 찍자 스티커 사진은 어 되게 신기해 찍는 사람 맘대로 배경을 바꿀 수가 거든 린 그냥 웃고만 으면 돼 자 얼른 웃어봐
순이 작은 조약돌을 한 개 줍는
병아리도 집어 들고는 함께 아파트를 향해 던진
병아리 고개를 돌려 웃는
순이도 따라 웃는
스티커 사진의 그림처럼 화면 정지된
웃는 둘의 모습 뒤로 배경이던 아파트가 와르르 무너진
흙먼지가 피어오른
순이와 병아리 무너지는 아파트를 뒤로 한 채 걸어간
신디로퍼의 ‘GIRL JUST WANT TO HAVE FUN'
신나게 들린
병아리: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순이: 글쎄? 허리 병신이나 데리고 살까?
병아리: 누구? 개 코 오빠?
둘 동시 까르르
건설업자들 뭐시기와 무너진 아파트 앞 서 악수를 한 007 가방을 건네고는 흐뭇한 얼굴로 사라진
뭐시기: (가방 속의 돈을 세며) 마음을 비웅께 손 안 대고 코 풀고 그러게 내 뭐랬냐? 그냥 냅둬도 무너진 했제? 허허
먼지를 일으키며 오토바이 하나가 도착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10대 배달원 뭐시기 앞 서 내려 짜장면을 꺼낸
뭐시기: 어이 아저씨 (수표 한 장을 꺼내주며) 일루 와 등이나 좀 긁어 줘 쓸쓸한 사람 위로하는 데는 등 긁는 게 최고니께 뭐시기는 짜장면을 적적 먹고 고 배달원 을 삐쭉거리며 뭐시기의 윗도리를 걷어 올린
등판 그려진 이중섭의 <네 어린이와 비둘기>
그 위를 ‘벅벅’ 긁기 시작한
127 필로그
웨딩드레스 차림의 순이가 덤블링의 탄력으로 튀어 오릅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끝도 없이 비상할 듯 합니
허공 서 점차 정지되며 어정쩡한 포즈를 취합니
금방이라도 ‘까르르’ 웃어버릴 듯 한 표정으로 들을 내려봅니
귀여운 판타지로 영화는 끝이 납니
끝
귀여워 1
963: 첫째 아들 퀵 서비스 맨 여자를 너무 안 좋아하는 문제아
뭐시기: 시대가 요구하지 않는 건달 셋째 아들
순이: 줏어온 여자
한진희: 과거가 복잡한 철없는 가장 배른 세 아들의 아비
개 코: 둘째 아들 애비를 습게 아는 효자 전갈 위의 하이 나
막내: 뭐시기만 따르 짤리는 참 아까운 건달
병아리: 개 코를 빼앗길 수 없는 동네 꼬마
미스 서울(미니스커트): 얼굴은 예뻐 ‘미스 서울’ 당선된 여인
미용사: 퇴물 냄새를 풍기지만 앳된 목소리
훈탁: 뭐시기의 ‘형님’
코흘리개(쌍동이) 형제
오토바이 수리점 주인과 그의 아내
비뇨기과 여의사
뭐시기의 동생들
서울 건달들 매춘 기둥들
그 외 아파트 주민과 그럭저럭 해피하게 사는 도시인들
0 프롤로그
시내의 한복판인 광교 근처엔 서울을 대표하는 빌딩들이 많습니
대형 건물들의 운집 어울리게 도로의 폭도 대단하지만 그 도로를 채은 차들도 아주 많아요
느릿느릿 배회 고양이 게 어울리는 움직임 니
제스처는 그렇지만 넓은 도로를 관통해 지나치는 고양이는 쫓길 수밖 없어요
저기 도심의 지하와 연결된 구멍이 어요 (만일 없이 아스팔트 공사를 하던 중 연히 생겨난 구멍이라고 치지요)
꼬리를 곧추 세운 고양이는 그리로 향합니
무슨 특별한 냄새를 맡은 것일 수도 어요
음침한 어둠 어울리는 질퍽거림과 온갖 종류의 부패한 쓰레기들
몇 십 년 전 복개된 10차선 찻길 지하의 그로테스크한 터널을 달리기 시작합니
이번엔 공중 니
지리적으로만 친이 지금 고양이가 달리는 지하 터널 바로 위 위치한 교각 위의 고가일 테지만 공중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보일 겁니
가오고 시 멀어지는 허공의 가로등 불빛과 함께 둥둥 떠니며 잔상을 일궈냅니
시야를 방해하는 데는 피어오르는 시멘트 먼지들이 주위의 어둠보 훨 뛰어납니
희뿌연 대기 속 중장비들의 둔탁한 움직임이 저마의 헤드라이트 불빛 속 괴기스럽게 드러납니
조숙해 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호수를 들고 나와 물을 뿌립니
먼지를 향해서인지 포크레인을 향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철거를 작업 중인 중장비들 대항하는 것처럼도 보 니
결코 위압적이지도 않은 포클레인의 동작 초라하게 쓰러지는 모습이 스꽝스럽기조차 합니
포클레인이 덤프트럭 몇 삽을 실어내면 집 하나가 뚝딱 없어지는 마술 같은 상황 니
웬 초췌한 중년의 사내가 나뒹구는 가재도구들 속 서 아까부터 무언가를 찾고 습니
철사 줄 같은 걸 몇 개 집어 들고는 제일 굵어 보이는 놈을 골라냅니
먼지와 어둠 잘은 안보이지만 꼼지락대며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합니
시 고양이의 시선 니
여전히 미친 듯이 뛰어가는데 갑자기 터널 천장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립니
벽을 타고 민첩하게 올라 지상으로 뛰쳐나옵니
기세등등했던 야생의 고양이는 스꽝스럽게도 사내가 꼼지락거리며 만든 허술한 올무 목과 리 한쪽이 걸립니
앙칼진 소리를 내질러보지만 공중 대롱대롱 매달리고는 그것으로 끝 니
공중의 오토바이는 하늘로 쏘아 올리는 두타의 불빛을 뒤로하고 흉물스런 아파트를 지나칩니
헬멧의 창을 올리고 더욱 속력을 냅니
고개를 하늘로 살짝 젖히는 순간 마주치는 바람 헬멧이 통째로 벗겨져 저 멀리 떨어집니
그리고 동시 무인 속도 단속기의 후레쉬 불빛이 섬광처럼 퍽 하며 번쩍 니
그 위로 자막 - 1st '963'
사내는 철사 줄 매달려 축 늘어진 고양이를 끌고 아파트로 향합니
무너진 집더미 사이로 오토바이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칩니
“저런 호로 새끼”
963 동네 근처의 허름한 미장원으로 들어갑니
여주인이 머리를 감겨줍니
눈은 찡그리고 지만 편안한 표정 니
(NAR) “그때 난 아팠
쓰러지고 시 깨어나 하늘을 올려보면 온통 세상은 시커맸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 자길 아버지라고 했 누굴 찾아 나서긴 내가 처음이라고도 했 오토바이 실려 흘리던 땀을 식혔 꿈인지도 모르겠”
사내는 아파트 내부 계단과 복도를 따라 걷이 기와집 대문을 떼어온 듯한 나무 관문 앞 섭니
한참을 기리 결국 포기하고 뒤돌아섰던 어느 중년여인이 헉헉대며 뛰어옵니
애점지를 위한 사내의 썰이 시작됩니
"결혼한 지 한 십 년은 됐겠네? 어디서 들었어?/네?/내가 용하단 얘긴 누구한테 들었냐고?/전 부적을 써보긴 했는데 애점지는 선생님 따라갈 사람이 없이 하면서 제가 잘못 찾아 왔나요?/사실 자네 같은 경운 부적이 문제가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아? 몰라? 혹시 부적의 기원을 아는가?"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어둠 속 복도를 따라 걷는 듯한 카메라 시선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면서 저 멀리 아파트 측면으로 난 출구로 빨려듭니
출구와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똑같이 생긴 바로 옆 아파트의 측면 계단 어느새 사내와 중년 여인이 씹을 하고 습니
바지만 대충 내린 벽치기 니
여인은 헉헉대고 사내는 처용 운운하며 부적의 기원을 설명합니
"옛날 '처용'이라는 사내가 살고 었네 하루는 집 들어와 보니 아내의 리 옆 또 른 리가 척 뻗어 더란 말이지 '처용'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지/헉 헉/이를 본 역신은 '처용'의 기백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 그 뒤로는 '처용'의 얼굴 그림만 봐도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이 역신을 물리치기 위해 '처용'의 그림을 대문 앞 붙여두던 것이 부적의 기원이라네/헥 헥/이번엔 어 확실히 억 떡두꺼비 한 놈 윽 내지를 테니까 으으윽 됐어 끙”
옥상 위 서 는 솟대를 중심으로 양 옆 펼쳐진 도심의 질감이 아주 대조적 니
화려하이 까지는 할 수 없지만 고가 위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날 쌘 흐름과 흙먼지 속 둔탁한 중장비들의 철거 상황이 묘한 분위기로 황학동의 이미지를 만들어냅니
물론 허공 서 불쑥 끼어드는 귀여운 여자애 순이의 환타지 같은 등장까지 말 니
순이: 아이 귀여워!
메인타이틀 ‘귀여워’
순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어리둥절해하는 한진희
헛것을 본 것 같
1 탄천 자동차 극장/밤
무지 화면 타이틀이 소개된
무전기의 지직거리는 소음
카메라 멀어지면 커란 옥외 스크린을 중심으로 승용차들이 열을 맞춰 늘어서
레커차 한 대가 차량들의 맨 뒤 시동을 켠 채 세워져 고 개 코는 차안 시트 누워 건성으로 영화를 보고
둔탁하게 생긴 무전기 선 주파수를 바꿀 때마 갖가지 교신 소음들이 들려오고
희미하게 경찰들의 교신 소리가 들린
교통사고 소식이 잽싸게 일어나 레커차 위 경광등을 올리는 개 코
극장 서 빠져나와 차선과 거꾸로 차를 몬
마주 오던 차들이 급정거를 하기도 한
2 올림픽대로/밤
기름과 피로 흥건한 사고 장
승용차 몇 대가 구겨져 뒹굴고
사고 여파로 주변의 차량들은 꽉 막혀 고 구급차와 경찰차 몇 대의 레커차들도 그 속 같이 엉켜 질퍽대고
사고차들 앞으로는 길이 휑하니 뚫려 는데 저 멀리서 개 코의 레커차가 의기양양 달려온
개 코 사고차를 매달고는 경찰 게 가 능청스럽게 돈을 찔러준
장 주변을 기웃거리며 눈치를 본이 어수선한 틈을 타 사고 차들의 찌그러진 보닛 안 서 배터리들을 슬쩍한
음악을 틀고는 휙 중앙선을 넘어 달리기 시작한
3 아파트/한진희의 집
어둠침침한 집 안 가스레인지 위의 커란 솥 선 김이 나고 고 한진희와 963은 무를 듬고 양념을 하는 등 김치 담그기 만 열중하고
배터리 몇 개를 들고 들어오는 개 코 낄낄대며 안을 둘러보고는 마루 한 구석의 배터리를 새로 가져온 배터리와 교체한
어두웠던 실내가 환히 밝아진
개 코: 이럴 때 보면 둘이 참 잘 어울려
한진희: (솥의 뚜껑을 열어보며) 도시 서 야성을 잃지 않는 건 고양이 밖 없더란 말씀이야
한진희 카세트 데크를 가져와 버튼을 누른
몇 번 튕겨지며 작동이 안 되가 테잎이 돌아가며 느끼한 음악이 흘러나온
‘빠로레빠로레’
김장 열중하는 세 부자의 모습이 측은해 보이기도 스꽝스럽기도 하
한진희는 노래 속 아랑드롱의 말소리를 따라 흥얼대며 막걸리를 마시기도 한
개 코: (한진희를 보며) 낄낄 어디서 여자나 하나 줏어 줄까?
그 위로 자막 - 2nd ‘개 코’
교도소 근처의 선술집
선술집 내부의 형광등이 껌뻑거리며 켜진
방금 잠 서 깨어난 얼굴로 밀린 설거지를 시작하는 주인 여자
출소한 차림의 뭐시기 터덜터덜 걸어 들어온
비 옷이 흠뻑 젖어
구 쌓여 던 박스 서 막걸리 한 통을 꺼내 흔든
주인여자: 혼자야?
뭐시기 몇 모금 마시더니 얼굴이 그새 벌겋게 올라
주인여자: (큼직한 두부를 내오며) 가족들은?
뭐시기 길고도 시원하게 트림을 한
그 위로 자막 - 3rd ‘뭐시기’
막내 땀을 흘리며 허겁지겁 뛰어 들어온 “형님!” 바닥 엎드려 큰 절을 한
막내: 아따 씨벌 한참 찾았소
산을 접고 뭐시기 앞 앉는
뭐시기: 형님은 밖 계시냐?
문 위 걸쳐진 발을 촤악- 헤치며 밖으로 나간
어슴푸레한 이른 아침이
선술집 앞엔 보슬비만 내리고 아무도 없
뭐시기 얼굴이 일그러진
5 고속도로/오후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속도로
운전 중인 막내 뭐시기를 힐끔 보고는 흐뭇해한
뭐시기 뒷좌석 쌓인 청첩장(훈탁 父의 회갑연)을 꺼내 본
창문을 열고 씁쓸한 얼굴로 얼굴을 내민
뭐시기: 조촐허니 출소항께 (시트를 뒤로 젖혀 눕는) 뭐시기 북적스럽지도 않고 나쁘진 않구먼 그래 안 그래 이 새끼야
멀리 ‘서울’ 톨게이트가 보인
6 건달 합숙방
깔끔한 실내
건달 동생들 뭐시기의 양복을 리고
뭐시기: (소리) 구겨지지 않게 잘 걸어 놓아라잉
뭐시기 심각한 표정으로 만화책을 보고
동생들은 비디오를 보고 고
뭐시기 가전제품마 깜박거리고 는 시계를 본
“정말 겁나게 할 일이 없구만”
베란으 나가 전화를 한
잘 려진 양복을 고 들어오는 뭐시기 뻥튀기와 순대를 잔뜩 사들고 들어온
아무도 없
뭐시기: 이 새끼들은 어디 갔어?
무료하게 앉아 벼룩시장을 보며 뻥튀기를 먹는 뭐시기
막내 게 전화를 한
뭐시기: 워디냐? 글쎄 너 지금 뭐하냐고?!
뭐시기 들어온
피로 얼룩진 신문지 둘둘 쌓여 는 연장을 허리춤 서 꺼내 침대 밑 집어넣는
동생들 슬슬 눈치를 보 인사를 하고 나간
뭐시기 방안 나뒹구는 비디오 테잎들 속 서 하날 골라 데크 집어넣는
벽 기대 웃기는 건달 영화를 본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지켜보이
전화벨 울리고
막내: (소리) 워쩔라고 또 연장질을 해부렀소? 그러길래 나가
뭐시기: 몰러 씨불놈아 나 지금 피곤항께 전활 끊는
화면을 빨리 돌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찾아서 본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며 토한
7 길/오후
길게 뻗은 아스팔트의 후덕지근한 열기 춤을 추듯 일렁이는 도로 위의 차들
차들
파란 모자를 쓰고 어깨 수건을 두르고 뻥튀기 담긴 봉지를 어깨 걸치고 씩씩하게 걷고 는
순이의 모습이 멀리 서부터 점점 가까워진
딱성냥을 꺼내 담배 불을 붙이고는 손가락으로 튕겨 하늘로 날린
뒤 서부터 순이의 머리채가 갑자기 휘어잡아 당겨지고
“이 년아! 이 쥐 부랄 만한 년이 어디 남의 구역 서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화장을 한 0대의 여인이(역시 뻥튀기 봉지와 음료수가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를 든) 나자빠진 순이를 발로 마구 걷어찬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던 순이 발딱 일어나 옷을 걷어붙이고는 맞붙어 싸운
개 코 갓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
저 멀리 순이의 모습이 보인
얼굴 썬 크림을 바르고
개 코: (창문을 열고) 잘 었냐?
순이 차 올라탄
껌을 꺼내 씹으며 차 안 구석구석을 뒤진
개 코가 사고차량 서 건진 듯한 물건을 만지작거린이
순이: 근데 이거 좋은 건가 보네 어디서 났어?
개 코: 가만 냅둬 짜샤
차를 운전해 달리기 시작한
순이: 너 그거 알어? 널 보면 전갈 위 올라탄 하이 나 같애 (선글라스를 쓴 씹던 껌으로 풍선을 만든) 으히히 근데 자기 아빠 되게 밝히는 분인가 보 나 같은 영계 찾는 걸 보면
개 코: 지랄 주제
순이: 아무튼 너도 참 효자
8 아파트 앞/밤
아파트 근처 칙칙하던 분위기가 어느새 시원하게 밀려 고 굽어진 병풍처럼 늘어선 아파트들의 적막감이 황량한 주변의 분위기와 함께 범상치 않게 느껴진
옥상 어딘가 붉은 깃발을 단 솟대가 시커먼 하늘을 향해 솟아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로 개 코의 레카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도착한
순이: (조수석 서 내리며) 아휴 오줌 매려 (담배를 물고 주위를 둘러본) 와 동네 죽이네
아파트 1층 난간 걸터앉은 병아리 순이를 유심히 쳐본
순이 그늘진 곳을 찾아 ‘쉬’를 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9 아파트/한진희의 방/거실
촛불이 밝혀져 는 작은 방 호랑이 산신령 그림이 불빛의 움직임 따라 기괴하게 일렁거린
정좌해 는 한진희의 뒷모습 부적을 그리고
붓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침을 꼴깍 삼킨
개 코: (소리) 괜찮은 걸로 줏어 왔어
순이 방으로 들어선
한진희 계속 부적 그리는 데만 열중하며
한진희: (소리) 둘째랑은 어떤 사인고? 솔직히 한번 말해 보거라
순이: 그냥 길 서 만났어요
한진희: (소리) 길 서? 아주 특별한 사이구나
한진희 등을 돌려 순이를 바라본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
한진희: 너 너 혹시? 전 그 귀여워? 아니 헛것?
거실
한진희 순이 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막걸리와 맥주 몇 병을 놋쇠 주전자 붇는
주전자 을 대고 꿀꺽꿀꺽 들이킨
개 코는 사고차량 서 건진 듯한 작물들을 정리하며 연신 히죽대고
순이: 까르르 생각보 참 진지하 나 여기서 살아도 된이 하던데 맞아요?
한진희: 반갑 내 술 한 잔 주마 그래 이름은 냐?
순이: (술을 받으며) 네? 까르르 순이예요 그냥 순이
개 코: 왜 자꾸 술을 멕일라 그래? 낄낄
쾅쾅대며 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문은 잠겨 지 않았는지 쿵쾅거리던 중 그냥 열린
아래 위 까만 옷을 은 963이 들어온
거울로 가 담배 불을 붙여 몇 모금 연기를 마신
매연 때문인지 얼굴도 까맣게 군데군데 얼룩져 눈가 붙인 반창고를 떼어내고 말라 는 피딱쟁이를 뗀
개 코: (소리) 저거 또 술 쳐 먹은 거 같은데
왠지 불안해하는 한진희와 개 코
963 노래를 흥얼대며 상 앞 앉는
게슴츠레한 눈이 술 잔뜩 취해
주전자를 들이킨
963: (혀 꼬인 소리로 개 코 게) 라면 좀 삶아와라 너무 불지 않게 왜 싫으냐? 똑바로 살아 임마 (순이 게) 넌 뭐냐? 너 나 아냐? 모르면서 왜 쳐봐
한진희: 누가 널 쳐봤이 그래
963: (순이 쪽으로 얼굴을 들이민 생글 웃기만 하는 순이의 반응이 기분 나쁘) 술 취했이 무시하냐? 난 무시 받기 싫 (밖으로 나가며) 너 암내 피이 말고 빨리 꺼져
순이: (생글생글) 왜? 난 여기가 마음 드는데 까르르 까만 옷이 너랑 잘 어울린 얘
10 아파트 옥상/밤
963 옥상 바닥 누워
(NAR) "몇 번이나 이사를 녔는지 항상 부서졌고 몸만 빠져 나와 또 시 무너질 곳을 찾아 스며들었 반복되는 건 삶이 아니라 꿈이"
963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 난간으로 가 헛기침을 하며 몇 번 꽥꽥댄
도심을 내려보며
(NAR) "여긴 지옥이라고 했 사람들은 전생 죄를 많이 지어 이 곳으로 끌려왔이 했 나도 그렇게 믿기로 결심했” 어디선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
병아리 눈물을 닦으며 걸어온
병아리: (걸어와서는 시 등을 돌리고서) 저기 헤프게 생긴 여자 개 코 오빠랑 어떻게 알았는데요? (계속 울먹이며) 나한테만 말해주면 안돼요?
963 해줄 말이 없
병아리 구석 는 덤블링 판으로 가 통통 튀어 오른
11 호텔 연회장 로비
뭐시기 로비의 한쪽 벽 기대 서
웅성거리는 소음들
“봉투들 봐라 훈탁 형님 준비 잘 혔네 ”
“그래서 슈팅 아니냐”
“영택이 소식 들었냐? 그 놈 생활 정리 했대매”
“밥들 묵었냐?”
“안 들어가 보자”
“회갑 잔치 건달들 루루 비디오 찍혀 불면 나중 라도 보는 사람들이 기분 좋겄냐?”
“니가 자식아 형님이랑 나 사이를 몰라서 그러나본데”
카메라 느린 속도로 점점 멀어지면
수많은 건달들 사투리가 제각각인 어깨들이 모두 핸드폰을 한 손 들고 어슬렁거린 축의금 봉투를 몇 십장씩 건네는 손들
행사장의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 새어 들리는 뽕짝 음악들
소음들 속 뭐시기를 알아보며 건네는 인사들
대충 웃어 보이기만 하는 뭐시기
훈탁 거들먹거리며 로비로 나온
접수대 서 봉투를 챙긴 뭐시기 훈탁 쪽으로 향한
12 연회장
뷔페 음식이 차려진 주변으로 듬직한 젊은 건달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누군가의 신호 음식들을 수북이 나르기도 한
훈탁과 뭐시기 구석의 테이블 앉아 병풍 건달 두부를 가져 놓는
훈탁: 어여 먹어
뭐시기: 많이 보고 싶었습니 형님
훈탁: (갑자기 싸대기를 날린) 어여 먹으라고 (주변의 노인네들을 보며 많이 드시라는 제스처를 한) 너 감옥엔 왜 갔어?
당황하는 뭐시기 두부를 통 채로 삼킨
훈탁: (뭐시기의 얼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칼질하 갔제? 넌 어떻게 된 놈이 나오자마자 또 연장을 써부냐? 너 거가 그립냐 시방? (담배를 비벼 끈) 왜 그리 분위기 파악을 못 허냐고? 응? 응?
건달 훈탁의 귀 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린
훈탁: 하여튼 씨벌 막내한테 몇 달 전부터 일 맡겨 논 거 응께 쫓아가서 그거나 해
뭐시기의 뒤통수를 때리고 간
혼자 남은 뭐시기 무지하게 착잡하
등 뒤로 훈탁의 소리 들린
훈탁: (소리) 뭐시기 그 놈이 나대신 살 나온 놈이요 출소하자마자 험한 일 시킬 정도로 나가 인정머리 없는 놈은 아닝께 걱정 붙들어매고 그냥 좀 봐주소 한 두번 장사하요? 껄껄 아따 근데 남의 잔치 빈 손으로들 왔소?
뭐시기 슬쩍 돌아본
사복 하나가 봉투 몇 장을 내민
훈탁의 어깨를 툭 치고는 사라진
그런 훈탁을 보며 흐뭇해하는 뭐시기
춤을 추던 노인네 하나가 뭐시기 게 가와 웃으며 술을 따라준
13 거리/새벽
뭐시기 노래를 흥얼대며 운전을 한
천천히
빨리
지그재그로 가이 후진을 하이
지 꼴리는 대로 운전한
막내 핸들을 붙잡으며 말린
막내: 면허증도 없는 양반이 뭔 추태요 이게
뭐시기: 술 마시니께 좋구만 까지꺼 잊어불자 나가 누구땜 징역을 살았냐 알제? 좆도 씨벌
계속 마신
막내: (술병을 뺏으며) 음주로 달려 들어가 덤탱이 쓸라 그라요? 제발 분위기 파악 좀 하소
뭐시기: (웃는) 너 시방 뭐라 그랬냐?
막내: 내 말이 뭐 틀렸소? 형님 나이가 지금 몇이오? 이제 그렇게 꼴리는 대로 했간 이 생활 못허요 동생들도 사탕이라도 사줘야 형님 대하고 떠받들제 폼만 잡고 맨날 쓰잘 데도 없는 옛날 얘기만 한이
뭐시기 갑자기 핸들을 꺾어버린
건너편 가로수 처박히는 차
하얀 연기가 뿜어진
구겨진 차 문을 열고 내리는 막내 일그러진 얼굴로 인도 변 쭈그려 앉아 피 섞인 침을 뱉어낸
뭐시기 옷 떨어진 유리 조각들을 대충 털고는 막내 게 가온
옆 앉으며 담배를 몇 모금 빨고는 막내 물린
막내 외면한 뭐시기 막내의 볼을 붙잡고 뽀뽀를 하려한
막내: 형님 나한테 와 그라요 진짜
뭐시기: 없는 동안 대가리 많이 컸구나
막내: 말 나온 김 나가 한 말씀만 더 합시
뭐시기 손바닥으로 막내의 면상을 후려친
뭐시기: 그래 나도 참 쪽팔리
1 집 부엌/방
한진희와 순이 시멘트 바닥 쪼그리고 앉아 빨간 라이 잔뜩 쌓인 그릇들을 같이 설거지한
순이는 딱 달라붙는 미니스커트를 고
한진희: (고개를 끄덕끄덕) 난 자꾸 순이 너와의 만남이 운명적이라고 생각한 난 워낙 영험해서 처음 보는 순간 그걸 느꼈 너 말 까라
순이: 말을 왜 까 요?
한진희: 내게서 권위가 느껴질까봐 그런
한진희 순이의 팔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둘의 등 뒤로 중년 여인 몇이 대문을 열고 들어온
등산복 차림들이
그 중 는 배가 슬쩍 부른 여자도
함께: (소리) 저 계세요?
한진희: (순이를 끌고 거실을 거쳐 방으로 들어간) 오늘은 영업 안 해 얼른 문 닫고 나가! (방 앉히며) 자 순이야 불 끄자
순이: 뭐? 대낮부터 무슨 불을 꺼?
15 아파트 앞/옥상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산 속의 병아리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린
CUT TO
순이 비를 맞으며 한 손 는 검은 비닐봉지 묘종을 들고 른 한 손 는 뻥튀기 기계를 끌고 온
썰렁했던 옥상의 난간 스티로폴과 버려진 가재도구들로 만들어진 화분이 가지런히 올려져 고 그 위로 보슬비가 내린
16 오토바이 수리점/아침
아파트 근처의 허름한 오토바이 센터
오토바이 짐받이를 용접하는 963
가게 안을 청소하던 사 십 대의 주인 남자 리를 절뚝이며 가와 963의 오토바이 시동을 걸어 소리를 들어보고는 액셀러레이터를 당겨본
머플러 서 흰 연기만 쏟아져 나온
주인: 그래 돈은 좀 모았냐? 브이 맥스 그 놈은 부스터란 게 따로 달려 어 단 박고 알피엠이 육 천만 넘어서면 오토바이 출력이 바로 두 배가 되거든 그럼 아주 작발나는 거지
가게 안 딸린 작은 방문이 벌컥 열린
주인의 아내가 빨간 라이를 앞 놓고 구슬 꾀기를 하 말고 소리를 지른
아내: 미친 놈 또 헛소리하네 빨리 마늘이나 까 이 빙신아
아이들 방안을 기어 니며 빽빽거리며 울기 시작한
주인: 그럼 애새끼고 마누라고 없어
17 교차로/낮
교차로의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자 쏜 살 같이 튀어나가는 택배 오토바이들
서쪽의 차로 서 가로질러 질주하던 963의 오토바이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튀어나가던 오토바이들의 맨 앞 나선
963 급하게 방향 회전을 해서인지 뒤 실려 던 박스 몇 개가 교차로 한가운데 떨어진
바닥을 뒹굴던 종이 박스가 열리면서 안 접혀 던 프린트(도트프린터의) 용지가 한 칸 씩 한 칸 씩 빠져 나와 꼬리를 이으며 날린
서둘러 오토바이 서 내리는 963 빠르게 지나치는 오토바이들을 피하며 바람 날리는 용지의 끝을 잡으려 쫓아가지만
종이들은 허둥지둥 대는 963을 약 올리며 끝도 없이 펼쳐진
교차로 어느 고층 건물 위로 ‘미스 서울’이 모델을 한 대형 간판이 크레인 매달려 올려진
무전기 소리: (스피드코리아 총무) 963 재 위치는 963 963 야 임마! 빨리 송신 안 할래!
신호가 바뀌었는지 사방 서 ‘빵빵’대고 963을 포위하며 점점 몰아세은 차량들
도시의 소음들
18 고층 빌딩 안
이빨 담배를 물고 건물로 들어서는 963 커란 박스를 들고 건물 로비를 지나친
가뜩이나 무거운 박스가 앞을 가려 힘겨워 보인 정장을 한 로비의 안내 직원(남)이 가와 가로막는
안내 직원: 어디 가시죠?
963: 18층
말을 하이 담배가 밖으로 나와 떨어진
안내 직원: (무표정하게 바닥의 꽁초를 주며) 안내 데스크 서 출 사유와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하셔야 합니
안내 직원 963 앞을 지키고 서서 비킬 생각을 안 한
963 엘리베이터 앞 선
‘홀수 짝수’ 전용의 엘리베이터 두 대가 나란히
짝수 전용 엘리베이터는 내려 올 생각을 안 한
홀수 전용도 한참 지나서야 도착하고 루루 타는 넥타이들
963도 하는 수 없이 홀수 전용 올라탄
19층 내리는 963
커란 통유리로 된 사무실 내부가 보이고 엘리베이터 앞 서 직원 몇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963 내려가는 계단을 찾으려 이쪽저쪽 둘러보지만 찾을 수가 없
963: (도심이 내려보이는 창문 앞 앉아 잡담하는 직원들 게) 저 비상계단이?
남자: 사무실 안 들어가야 어요
시 수 떠는 직원들
963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1층 시 내리는 963 시계를 본
멀리서 안내직원이 963을 예의주시한
963 짝수 전용 엘리베이터 오른
16층
963 인터폰 앞 서서 조그맣게 붙어 는 안내문을 읽어보고는 네자리 번호를 계속 해서 눌러보지만 통유리는 열릴 생각도 않는 수첩을 꺼내 번호를 뒤적이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
963: ‘스피드 코리안’데요 못 들어가니까 전화를 했죠 (소리를 지른) 눌렀어요 ‘뭐? 물 정자’요!
소리 없이 자동문이 열리고 직원들 몇이 지들끼리 깔깔대며 밖으로 나온
963: (NAR) 항상 웃을 준비만 하는 놈들 썰렁한 개그가 득세하는 건 너희 같은 놈들 때문이 화가 난 언젠가 테러가 일어날 거
19 황학동 먹자 골목/낮
분주히 장사 준비를 하는 주인
뭐시기 막내 건설업자들과 양주를 마시고
막내와 건설업자는 도면 같은 걸 펴들고 진지하게 얘기중이
서로간의 대화 는 별 관심도 없는 뭐시기 착잡한 얼굴로 혼잣말 하 듯 중얼댄
(NAR): 그래 나가 건달 되고 서울 와서 십 년 동안 철거밖 한 게 더 나 난 사실 른 건 몰러 씨벌 형님 고마요
20 아파트 구/낮
뻥튀기 기계 손잡이 달린 압력계의 바늘이 위험 표시인 빨간 숫자 근처 서 흔들거린
‘뻥’소리가 들리고 안개처럼 광장을 메은 연기
기계 서 터져 나온 뻥튀기 알갱이들이 밖으로까지 새어 나와 사방 흩날린 귀를 막고 던 코흘리개 형제
신났이 뛰어닌
순이 지나가는 주민들 게 빨간 라이 속의 뻥튀기를 나눠준
저 멀리 산비탈을 내려오는 뭐시기와 막내의 모습이 보인
코흘리개 형제 손가락을 넣고 꼼지락대며 순이를 멀뚱하게 바라본
순이: (고개를 쓰듬는) 코흘리개네? 뻥튀기 좋아해?
코흘리개 형제들 순이의 눈앞으로 불쑥 생 이빨을 뽑아 내민
소리를 내지르는 순이
낄낄거리는 코흘리개 형제
난간 위의 병아리 분바른 얼굴로 표독하게 쏘아본
순이: (병아리를 올려보며) 어머 너 쪼그만 게 참 조숙하네 엄마 어디 가셨니? 그릇 좀 가져올래?
병아리 순이의 얼굴로 침을 뱉고는 안으로 쏙 들어간
시 나타난 코흘리개들 순이의 엉덩이를 만지고 킬킬대며 도망친
순이 코흘리개 동생을 잡아 번쩍 들어 안는
바지를 벗기고 볼기짝을 찰싹찰싹 때린
뭐시기 계단 중간 서서 눈을 끔벅거리며 순이를 쳐보고
21 동네 시장/오후
후줄그래한 체육복 차림의 한진희 조리방법 등을 가게 주인들 게 하나하나씩 물어보며 찬거리들을 잔뜩 산
22 아파트 근처/석양
아파트 주변을 둘러보는 뭐시기와 막내
아파트 뒤편의 계단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땀을 식히는 뭐시기와 막내
뭐시기: (신문을 건성으로 들춰본 성 클리닉 광고들만 가득하) 신문들 꼬라지 하고는 (몇 장 더 넘겨보이 오늘의 운세를 본) “정의는 연 종속되는 법 미운 오리가 똥통 서 백조를 만나 찬란한 운명을 날개짓 헌?” 까는 소리하고 네
시장바구니와 비닐 봉투를 양손 하나씩 든 한진희 그 앞을 지나치이 뭐시기의 소리를 듣고는
한진희: 모든 생명은 그 운세를 따라가는 법! 잊었던 혈육을 만나 기똥찬 상봉을 한은 보기 드문 길운이란
한진희 몇 걸음 더 걷이 뚝 멈춰 선
뭐시기 쪽을 돌아본
한진희: 하! 하! 하!
23 아파트 근처 비탈길/석양
뻥튀기 알갱이가 반쯤 채워진 봉지를 들고 지나는 순이
‘18세 순이’를 흥얼댄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963 순이를 발견하고는 잠시 멈춘
순이가 뒤를 돌아보자 악셀레이터를 강하게 당긴
쏜살처럼 지나가는 963의 오토바이
순이: (뒤 서) 야!
2 아파트 옥상/관/석양
상 서 덤블링하는 병아리
병아리의 시선은 뛰어 오를 때마 밑의 관을 향하고
개 코의 레카차 관 앞 먼지를 일으키며 도착한
병아리 어느새 관 서 뛰어나와 개 코 게 쪼르르 달려간
병아리: (헥헥대며) 오빠가 데려온 여자 오토바이 뒤 타고 가는 거 내가 봤어 정말이야 막 신나는 얼굴이던데 그리고 내가 찌개 끓여놨어 가서 같이 먹자 응?
그런 병아리를 가소롭게 쳐보는 개 코
25 집/거실
초조한 얼굴의 한진희 거실을 왔갔하며 안절부절못한
개 코 어디론가 전화를 한
연결이 안 되는지 그냥 끊는
담배 불을 붙여 몇 모금 빨고는 한진희 게 건네준
개 코: 핸드폰도 꺼놨어 삐삐도 안 되고
한진희: 순이 걔가 틀림없이 오토바이 뒤 타고 었단 말이지? 아무튼 이 놈의 호로 새끼를 그냥
개 코 열 받은 한진희를 보고 즐거워하며 실실 쪼갠
보글보글
부엌으로 가 끓고 는 찌개 맛을 본
순이: (소리) 오토바이가 왜 좋아?
963: (소리)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이나 어
26 내부 순환로/석양
순이 오토바이의 짐받이 서
자세를 바꿔 몸을 뒤로 향한
통수로 마주 오는 세찬 바람 머리칼이 얼굴을 감싼
순이: 너한테 어울려 정말
흰 연기를 뿜으며 덜컹이이 멈춰서는 963의 오토바이
터널 안
자동차들 빠르게 지나친
963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려고 밀며 뛰어니지만 별른 반응이 없
씩씩대 결국 포기하는 963 쪽 팔린 지 혼자 오토바이를 끌고 간
뒤쳐져 따라가던 순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친
순이: 야! (목 걸고 니던 커란 수건을 내밀며) 땀 좀 닦아
터널 앞 주위는 어둑해져 도심의 불빛이 피어나고 까매진 수건을 시 받은 순이 이번 는 앞장서서 걸어간
963 오토바이를 끌고 뒤따라간
순이: 좋겠 너 원래 이런 때가 좋은 기회인 거야 쑥맥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음흉한 거 밖 더 어? 까르르
내리막길 앞
963 오토바이 오른
말없이 순이가 타길 기린
순이: (뒤 올라타며) 뭐든 어울리는 게 좋은 거랬어 (963의 허리 손을 꼭 감는) 아까 나 이대로 죽어도 좋은 생각을 했 니 뒤 서
내려가는 힘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오토바이
27 편의점 앞/밤
순이 오토바이 핸들 찝개로 끼워져 는 작은 크기의 메모장(오토바이 특송 ‘스피드코리아’가 인쇄된)을 꺼내본
닳아빠진 표지 는 ‘허약한 꿈’이라고 또박또박 제목이 쓰여
한 장씩 훑어보던 순이 어느 대목 선가는 깔깔대기도 한 963 술을 사들고 온
메모장을 뺏어 조끼 호주머니 넣는
편의점 파라솔 앉아 는 둘
963 데킬라를 병째 마신
작은 소금 봉투를 찢어 손 등 위 뿌린
레몬을 까서 즙을 손등 위 짜고는 땟국물을 핥아먹는
순이는 맥주를 홀짝인
순이: 왜 그래? (웃으며) 무슨 고백할 거 는 사람처럼
963: 그냥 말하기 편할라고 술 취해야 말을 재밌게 할 수 거든 바보처럼 (그새 취했는지 약간은 격앙 되서) 푸하하 오토바이 아니 내 뒤 여잘 태운 건 니가 처음이야
순이: 까르르
순이: 이제 보니 여자 꼬시는데 선수구만? (963 게 안주를 먹여준 어색해하며 받아먹는 963) 여자 친구도 많겠 너? 그치? 없어? 너 잘 생겼잖아
963 계속 술을 마신
순이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면서
순이 뻥튀기 침을 발라 하트(나비 별 꽃) 모양을 만들어 963 게 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963의 팔짱을 낀
963: 난 여자 안 좋아해 정말
팔꿈치 상처의 딱정이를 떼어낸
피가 배어난
순이: 어머 진짜구나 니 아빠가 너보고 또라이라구 그러던데 나 같은 여자도 안 좋아해?
963: 너 같은 여자가 뭔데?
순이: 까르르
963 마지막 남은 술을 들이붓는
순이: 술 먹으면 꼴리잖아 여자랑 자고 싶어지잖아 수컷들은 그렇던데
963: 좆도 (반쯤 풀린 눈으로 쬐려본) 너 나한테 왜 그래?
순이: 몰라서 물어?
963: (순이의 시선을 피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편안해 아늑해 잠이 와 그러이 난 가끔 이상한 걸 봐 누구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그건 아마도 미래 같은 거야
순이: 푸하하 오토바이 타면서도 조나보네? (캔을 비고는 일어선) 그러니 꿈이 허약하지 (돌아보며) 아무래도 니가 날 좋아할 거 같아
28 아파트 근처 언덕/밤
발정 난 고양이들
암수 한 쌍이 얽혀 서로를 핥아준
농염하
화환을 들고 지나가는 막내와 뭐시기의 실루엣
막내: 긍께 그 양반이 서울 어디선가 부적 판던 그 그 도망간 형님 아부지라고라? 참말로 웃겨부네 근데 기껏 튄 게 하필 여기여?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