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의 봄, 분홍의 바다에 들다
글 / 隱律 장 기 주
봄이 깊어지면 전주 완산칠봉의 능선은 거대한 분홍색 파도에 잠깁니다. 가벼운 벚꽃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작별을 고할 때, 이곳의 겹벚꽃은 수만 겹의 꽃잎을 쌓아 올리며 비로소 진정한 봄의 절정을 선언합니다. 마치 솜사탕을 뭉쳐 놓은 듯 탐스러운 꽃덩이들이 하늘을 가리고, 그 발치에는 핏빛보다 선명한 영산홍이 융단처럼 깔려 하늘과 땅 사이를 빈틈없는 화원(花園)으로 만듭니다.
이 화려한 꽃의 대궐 속으로 시인 隱律 장기주가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꽃길의 끝, 고고하게 서 있는 팔각정에 기대어 서면, 바람은 꽃향기를 머금어 달콤하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꽃그늘에 가려 부드럽게 부서집니다. 완산칠봉은 더 이상 산이 아니라 어느 거장이 평생을 바쳐 그려낸 한 폭의 채색화가 되고, 그 풍경 앞에 멈춰 선 隱律 장기주의 시선은 그대로 한 구절 깊은 시가 됩니다.
지는 꽃잎이 아쉬워 발걸음을 늦추는 오후, 팔각정 처마 끝에 걸린 햇살이 겹벚꽃의 투명한 속살을 비출 때 시인 隱律 장기주는 이 봄의 한가운데서 가장 화려하고도 서정적인 문장을 마음의 갈피에 새겨 넣습니다. 꽃은 지고 계절은 흘러가도, 시인의 가슴에 담긴 완산의 분홍빛 바다는 결코 시들지 않는 영원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