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설날 연휴가 시작됐다.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에 덕담을 논하고 싶지만 지금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바짝 세워도 보아도 보이고 들리는 것은 암울한 소식들 뿐이다. 일부 기레기 언론은 혹세무민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세상을 바라볼 눈과 귀가 있는 사람들은 이 나라 이 세계 상황이 참으로 힘든 상황속으로 이미 접어 들었거나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눈 감고 진실을 보기 거부하는 사람이나 귀를 틀어 막고 제대로 된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요즘은 그 흔하던 한국 축구 간판 스타들의 활약상도 들리지 않는다. 상당수 사람들이 한국의 지금 상황이 총체적 난국 내지는 난기류의 엄습이라 판단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한국만의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이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고 조속히 마무리짓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감지되지만 한국은 그런 분위기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금 전세계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침체 나아가 경제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경기부양을 위해 마구 뿌려놓은 유동성이 큰 문제를 야기하고 게다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이중 삼중고를 연발하는 것이다. 경제 경찰이라는 미국은 기축통화의 위력을 앞세워 자이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한국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부채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돈이 급속도로 마르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장보는 것이 너무 겁난다는 주부들의 한숨이 잇따르고 있다. 각 가정마다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배달되고 있다. 설 명절이 결코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각 기업들은 사업규모를 대폭 줄이는 긴축에 들어가고 일부 대기업들에서는 명퇴니 자퇴니 하면서 직원들을 거리로 내쫓기 시작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락에 이어 신규 건축 공사장에서는 굴삭기의 굉음이 슬슬 사라져 가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에게 거액을 대금을 빌려준 은행들도 좌불안석이다. 이미 완공된 신규 아파트에 불이 켜지지 않는 곳이 늘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중단한다는 불안한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몇몇 중요 공사장에서는 이미 중단이라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미중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노선을 분명히 한 한국의 현정권으로 인해 중국은 한국 적대시함을 노골화하고 있다. 단기 비자를 중단한 것으로부터 또 다시 한국제품에 대한 수입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무역적자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무역 강국, 무역 흑자국에서 무역 적자국의 오명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중 한국인이 압도적 1위이며 1/4이상을 차지한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이 한국의 이런 일본 사랑에 대해 놀라움을 금지 못했다고 할 정도이다. 러시아는 최악의 경우 핵폭탄 사용을 언급했다. 북한도 한국 정권 간보기를 시작했고 그 대응을 놀리려는 듯 미사일 발사를 축포 쏘듯 난사하고 있다.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남한의 주요지점을 보란 듯이 오가는 상황인데 한국군은 뒷북치기에 급급하다. 방위산업에서는 세계 상위권을 자랑하더니 나라 영공이 구멍이 곳곳에 뚫린 모습이다. 무기만 많이 팔면 뭐하겠는가. 성능높은 총을 만들면 뭐하는가. 제대로 쏘지를 못하고 자국을 지킬 능력이 없으면 말이다. 한국 대통령의 중동방문에서 행한 말이 지금 중동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자국의 일도 잘 챙기지 못하면서 남의 나라들 훈수둘 때가 아닌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 정치는 또 어떤가. 여야는 당리당략에 함몰돼 민생은 거들떠본지 오래 된 듯 하다. 여당은 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친 대통령파 비 대통령파로 나뉘어지는 수십년전 폐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에게는 소시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당권을 장악해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것이 지상최대의 소망인 상황인 듯 하다.야당도 다르지 않다. 여당이 못하면 야당이라도 제 정신 차려야 할 듯 하지만 요즘 야당은 존재 의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인데도 말이다.
검찰은 야당 대표 소환에 재미를 들였다. 툭하면 소환이다. 이런 정도면 검찰청 안에 야당 대표 집무실을 하나 둬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소환하니 아예 검찰청안에 야당 대표 집무실을 둬, 수시로 찾아서 조사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라 보인다. 잘못이 있으면 야당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도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형평성이란 대전제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왜 소환조사를 안하느냐는 질문에도 검찰은 대답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공권력의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다. 들이대는 잣대가 왜곡되어 있으면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검찰의 일관된 행동은 자칫 야당 대표 탄압이라는 비난의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야당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혹 제기가 벌써 몇년째인가. 검찰이 아닌 것을 가지고 겁박하면 아니라는 증거를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 '내가 잘못이 없으니 소환에 응하면 되지. 뭐' 하는 태도는 일국의 야당대표로서의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도 내부의 묘한 상황때문에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도 내년 총선에 공천과 관련돼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정말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지금 혼란스럽다. 소환하는 검찰이 맞는지 죄도 없이 소환에 응하는 야당대표가 맞는지 정말 혼란스러울 것이다. 일반인도 아닌 일국의 야당 대표 그것도 여소야대상황속에 야당대표가 이래저래 검찰청에 들락날락하는 것이 얼마나 난삽하고 혼란스러운지를 정치 당사자들은 알기나 하는 것인가. 안다면 일부러 그런 것을 노리고 하는 짓인가. 군사 독재시절인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는 것이고 아무리 혹한이 계속되어도 봄은 오게 돼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박정희 독재정치도 측근의 총에 막을 내렸고 전두환 군부독재도 마감되고 그 두 사람은 지금 이 땅에 없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 이어졌고 몇몇은 감옥에 갔었다. 촛불혁명으로 세상이 제대로 바뀔 것 같았지만 돌고 돌아 지금은 또 다른 정권하에 있다. 전 정권에서 정답이 현 정권에서 오답이 되며 온통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이러다가는 검찰을 수만명 증원해야 할 판이다. 나라의 지도층들은 알아야 한다. 지금 이 시점이 모든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정권도 바뀌게 되고 또 다른 시스템이 도래한다. 그만큼 권력은 유한한 것이다. 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 물론 그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민족에게 말이다. 특히 정치권은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다시 힘주어 말하지만 권력은 유한하고 나라는 무한하다.
2023년 1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