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소구라는 이름의 소년은 오늘 하루종일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갑자
기 마음껏 잠을 자게 해주는 것도, 그렇게 하라고 야단치던 글공부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이 불안하기만 했다. 마음속에 피어오른 불안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갔다.
평소라면 어떻게 해서든 어디든 숨어서 잘 시간이었지만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게된 소구에게, 자신이 어디 도망 못 가게 하인들과 함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 또한 수상쩍은 것이었다.
문틈 사이로 밖을 쳐다보던 방소구라는 이름의 소년은 어디 숨을 데 없나 자
신의 방을 쳐다보았지만 숨을 곳은 아무대도 보이지 않았다.
방소구라는 이름의 소년은 다시 한번 문틈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오늘부터
자신의 하녀가 된 취하의 뒤에 이상한 옷을 입은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자신의 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에 머리카락 하나 없는
반들반들한 대머리가 위로 삐죽 튀어나온 것이 문어처럼 보이고, 손에는 날이
시퍼렇게 선 한 자루 검이 들려 있는 것이다.
황급히 문에서 시선을 땐 소년은 새파랗게 질려서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 으악! 괴물이다! 어디 숨어야지?! 어디로----?"
그렇게 안절부절 하면서 숨을 곳을 찾는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의 시선은
한곳에 고정되었다.
좁은 방 안에 숨을 곳은 단 한군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침상 밑으로 방소구가 기어 들어가고 '드르륵'하면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
다.
"아니 얘가 저 밑에서 뭐 하는 거지?!"
소구의 어머니는 황당하다는 듯 침상 아래로 기어 들어가 발목만 보이는 아
들의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소구는 침상 밑에 숨어보았지만
소구의 발은 침상 밖으로 튀어나가 소구가 침상 밑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었다.
방소구의 어머니 장봉화는 침상 밑에 들어가 있는 아들의 튀어나온 발을 쳐
다보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하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 끌어내라!"
"예, 마님!"
두 명의 건장한 남자 하인들은 방소구의 발목을 하나씩 부여잡고 밖으로 끌
어당기기 시작했다. 일곱 살에 불과한 아이였지만 방씨 집안에서 가장 힘이 좋
은 사람은 소구였다. 그래서 소구의 어머니는 집안에서 가장 힘 좋은 하인 둘
을 대동하고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었던 것이다.
방소구는 침상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끝까지 버티며 소리쳤다.
" 놔! 나 안나가!"
그렇게 소리치며 발버둥을 치는 아이는 불과 일곱 살 밖에 안 먹은 어린아이
였기에 건장한 장정 두 명이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달라붙은 것이다. 침상 밑에 숨어 있
는 일곱 살 난 어린아이를 끄집어내기 위해---.
" 어이쿠!"
아이의 발목을 부여잡고 용을 쓰며 꼬마를 끄집어내려 하던 두 명의 남자 하
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발버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방바닥으로 나뒹구
는 한심한 추태를 연출해내었다.
그리고 정각은 이 집에 들어와 세 번째로 놀라야했다. 상대는 이제 겨우 일
곱 살짜리 꼬마인 것이다. 일곱 살 짜리 꼬마가 건장한 그것도 힘깨나 쓸 것
같은 장정 두 명을 이긴 것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정각이었다.
심각한 불안에 휩싸인 아이는 절대로 침상 밑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
다. 그래서 단단히 바닥에 박혀 있는 침상의 다리를 붙잡고 악을 쓰며 버티는
중이었다. 하인들이 나가 떨어졌다는 것을 느낌을 통해 알게 된 아이는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흘릴 때 또다시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을 느끼고 다시 한번
침상 다리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발목에 잡히는 손의 느낌이 틀렸다.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
이 아니라 단지 손을 대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목을 통해 짜르르 전기가 오는 느낌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힘이 쭈
우욱 빠져 버린 꼬마는 침상다리를 움켜쥐고 있던 손이 힘없이 풀어졌다.
아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각은 금방 축 늘어진 아이를 침상 밑에서 끌어내
고 머리를 흔들었다.
치료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 힘이 빠지게 하는 아이는 생전 처음이었다. 아이
를 침상 밑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설마 내공까지 끌어올려 점혈을 해야 할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불과 일곱 살의 아이에게 이 정도의 비정상적인 힘이
있는 경우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에 아이의 몸에 쌓여 있는 엄
청난 양의 비정상적인 양기를 알게 된 정각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아이를 쳐다
보았다. 모습만 아이였지 가지고 있는 힘은 결코 아이의 것이 아닌 엄청난 것
이었다. 정각은 확신을 하고 물었다.
"부인, 혹시 이 아이가 어렸을 때 무언가 이상한 걸 먹지 않았습니까?"
장봉화는 얼굴이 시뻘개 친 채 축 늘어져서 노승의 손에 거꾸로 매달린 막내
를 쳐다보다, 정각이라는 노승의 질문에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이상한 걸 먹은 적이 없는데----."
"그래요? 이상하군요. 보통 아이보다 이렇게 힘이 세니---, 이건 뭔가 힘을
내게 하는 물건을 먹었나본데----?"
노승은 미심쩍다는 듯 아이의 어머니를 의심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무언
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정각의 머리 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보, 이 일이 알려지면 막내를 잡아먹으려고 드는 인간이 생길지도 모르니
절대로 입 밖에 내서는 안돼.'
가족 모두가 산삼을 한 뿌리씩 먹게 되었을 때 남편이 그녀에게 말해주던 일
을 떠올린 장봉화는 말을 해야할지 말지 망설여졌지만,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
해서는 그 일에 대해 말해줘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천하에서 가장 유명하고 불심도 깊은 노승이었다.
장봉화는 무언가 생각하는 척 하 호들갑스럽게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아! 제 남편이 관직에 나가기 전에 고려에 갖다 온 적이 있는데---."
"그래서요?"
기대에 차서 정각은 황급히 질문을 던졌다.
" 그때 고려 인삼을 꽤나 많이 가지고 왔지요. 그래서 온 가족이 한 뿌리씩
다 먹은 적이 있지요."
"그것뿐입니까?"
"징그러워서 아무도 안 먹은 어린 아기 같이 생긴 건 이놈이 먹어버렸지요."
"네?!"
정각은 놀라서 되물었다.
" 동자같이 생긴 삼이라고요?"
"네. 그게 인삼 속에 끼어 있었는데 소구 녀석이 장난치다 먹어버렸어요."
"도---동자삼!"
부르는 게 값이라는 동자삼을 먹어버린 꼬마라는 것을 알게 된 정각은 놀라
서 자신의 손에 그때까지도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부---부럽다!'
한순간이지만 정각의 머리 속에는 그런 생각이 흐르고 있었다.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뛰어난 무공과 내공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약영초였다. 그리고 정각 역시 소림에 입문하고 무공 또한 익혔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사님, 소구가 잠만 자고 있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요?"
"예, 부인. 제 짐작으로는 그것 때문인가 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정각은 소구라는 아이를 침상에 올려놓고 이제서야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좌 우로 쭉 째지고 눈 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는 눈, 튀어나온 이마, 뾰족한
턱---, 한마디로 심술이 가득해 보이는 얼굴을 한 꼬마의 눈은 열심히 사방으
로 눈을 굴리고 있었다.
정각은 꼬마의 온 몸을 만지면서 골격과 몸 속에 퍼져 있는 엄청난 양기(陽
氣)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구나. 이 아이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으면 양기가 골수까
지 뻗쳐 백치가 될 뻔했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각은 품속에서 침통을 꺼내고 아이의 몸 이곳 저곳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할 지라도 제대로 처방을 해서 먹지
않으면 독이 되는 것이다. 그런 독한 약을 먹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백치가 안된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경우 보통 힘은 장사가 되면서 머리
는 바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정각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크--, 이 할아버지 누군데 내 몸에 이렇게 바늘을 꽂고 있는 거야?! 아이고
아파!'
소구라는 이름의 소년은 자신의 몸에 꽂혀지고 있는 바늘로, 눈에서 눈물이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입도 벙긋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면서 정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느새 옷이 다 벗겨진 아이의 온 몸에는 침이 빽빽이 꽂혀진 상태였다. 옆
에서 그 광경을 보던 소구의 어머니 장봉화가 소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분 스님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소구야. 네 병을 고쳐주시려고 오
신 분이니까."
그리고 자신의 몸에 바늘을 꽂은 문어대가리 할아버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이 아이가 먹은 것은 제대로 처방을 해서 먹지 못하면 잘못하면 타죽는 수
도 있지요. 게다가 운이 좋아 살게 되어도 거의 대부분 백치가 되는 게 보통인
데---, 부군께서 무언가 방법을 강구하셨나보군요. 이렇게 지독한 양기를 다스
릴 방법은 거의 없을 터인데---."
정각은 아이의 몸을 보면서 바로 조금 전에 관청에서 보았던 배만 툭 튀어나
고 얼굴에 살만 쪄서 축 늘어진 볼을 하고 있던 방종대라는 이름의 현령에 대
해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노승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장봉화는 방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취하
라는 이름의 계집종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뜨거운 막내의 몸을 식히는 일을 하
는 것은 바로 소구에게 주어진 계집종들이 할 일이었다. 순음지기를 간직한 여
아들을 찾아 하녀로 삼은 장봉화였다. 그런 것은 굳이 이 노승에게 말할 필요
는 없을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바늘이 꽂힌 자리가 아파서 눈을 꼭 감고 고통을 참고 있는
꼬마의 귀에 백치라는 늙은이의 말이 들려왔다.
'백치란 말의 의미는 바보라는 말이잖아? 내가 바보가 될 뻔했다고?'
꼭 감고 있던 꼬마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늙은 중과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방소구는 결코 바보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
래서 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아픔을 참고 치료가 끝
나길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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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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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인삼은 역시 고려인삼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