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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皇女[황녀] ; 끝은 시작을 의미한다
형편없는 군대를 보며 한숨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말을 듣고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은 나라를 걱정하여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러 온 사람이 아니라 수도 구경을
나온 사람들 같았다. 수도 구경을 온 사람들 치고는 얼굴 표정이 어두웠지만 말이다.
"애슐리 아펠리아 폰 차베스 황녀님이시다! 예의를 갖추어라!"
내가 그들에게로 걸음을 옮기자 그때까지 내 눈치를 살피던 기사가 먼저 그들에게 달려가 외쳤다. 그들은 내 얼굴을 힐끔거리며
서로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그 중에는 어린소녀가 자신들을 지휘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있는 듯 한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아마 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급하게 구해 온 듯 한 나무 상자를 밟고 올라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이런 상황에 만나게 되었지만, 반갑습니다"
내 말에 이야기 병사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성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 황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수도 안에는, 저 클라이엔의 자존심 안에는 뮤란의 검은 군대가 마치 저곳이 제 집인냥 자리를 틀고 앉아있습니다. 나는 내 눈
으로 그들이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는 지금 상황에 대한 분노와 도망친 나에 대한 분노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미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를 가
다듬느라 침을 삼켜야 했다.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고 그 위에서 자신들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저들을 나는 용서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곧 우리는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고 저들을 처벌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여러분과 함께 살거나 죽을 것입니
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더 비참해 지는 걸 느꼈지만, 비참해진만큼 꼭 이겨야 한다는 투지가 솟아올랐다.
이제 더 이상 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병사, 클라이엔의 백성들을 지켜야 한다. 맘속으로 다
시 한 번 다짐 했다.
내 말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병사들을 두고 상자 위에서 내려왔다.
환호나 함성까지는 바라지 않았어도 저렇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병사들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내가 내려가기를 기다리기
라도 한 듯 땅을 밟자 말자 등 뒤에서 병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랄프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씽긋 웃어 주셨다.
"라이더들이 안와서 어쩌죠"
라이더의 새를 타고 성 앞까지 들어가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으니 다른 계획을 짜야했다.
어쩌면 텔레포트를 해서 나왔기 때문에 뮤란군은 이미 우리의 위치를 파악해서 오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기 작게 보이는 성문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가 이미 보고를 했겠지?
"공성 할 때는.. 적어도 수성 하는 편의 숫자보단 많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괜한 피해만 늘리는 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를 힐끔 거리며 서로 대화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셀리스타키에서 불던 바람이 여기까지 온 것인지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
"밀고 들어가요"
아직 닫혀있지 않은 거대한 성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텍스트로 황제는 우리가 못 들어가도록 막을 만큼 우릴 두려워 하지 않을 거예요"
내 말에 선생님은 인상만 쓸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법이 없는 걸 잘 아는 나는 조금 전에 우리를 가장 먼저 발견했던 기사를 불렀다. 그 기사는
스텍텀 영지의 병사들을 지휘해서 왔으며 스텍텀의 치안관 이라고 소개하였다. 나는 그에게 제이로스 영지의 병사를 통솔해온 기
사를 불러오라 지시하였다.
처음에는 몇 명의 기사를 더 뽑아 군대를 나누려 했지만 막상 두 명의 기사를 불러 놓고 다시 병사들을 보자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며칠 밤낮으로 지도를 펴놓고 병사의 숫자를 배치했던 것이 다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적게 모일 줄은 생
각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짧아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들에게 정문을 통해 당당히 입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듯 했지만 곧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병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병사들에게 전달이 다 된 듯 대열이
맞춰 지자 나는 스텍텀의 치안관이 건네주는 말에 올라탔다.
지휘관으로써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뮤란이 제대로 된 방어체계를 갖추기 전에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박차를 가했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소수의 지휘관급 기사들뿐이었고 모두 보병이었으므로 전진하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
다행이도 우리가 싸울 곳이 장애물이 많은 성 안이라 다행이지 넓은 곳에서 싸웠더라면 기동력이 딸려 속수무책 없이 당했을 것이
다.
내 예상이 맞았는지 성 문은 열려 있었다. 그 대신 성문 뒤로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대열을 갖추어 서있었다.
성문을 경계삼아 양쪽으로 서있는 모습을 멀리서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 플레이트 아머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뮤란의 군대와 손질 덜된 가죽 갑옷, 체인으로 겨우 가슴과 허벅다리를 가리고 있는 우리의 병사들.
과연.. 스텍텀과 제이로스의 영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병사들을 보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
들을 보냈거나,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떠밀어 보낸 거겠지. 훗
나는 말에 박차를 가해 뮤란의 병사들에게 보란 듯 앞으로 나가 웃어주었다. 그날 텍스토르 황태자가 나에게 했듯이.
천천히 말머리를 돌려 우리 병사들을 보았다.
"나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뜨거운 피를 이곳에 뿌릴 각오가 되어있다! 마지막 까지 살아남아 함께 되찾은 클라이엔의
영광을 즐기도록 하자!"
마지막 말을 끝맺고 떨리는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이를 꽉 물며 말을 돌려 뮤란의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등 뒤에 매어놓은 칼을 뽑아 들어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클라이엔의 영광을 위하여!!!!"
말을 외친 동시에 할아버지가 내 갑옷에 마법을 건 것인지 내 갑옷에서 잠시 동안 빛이 퍼져 나갔다.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의도한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기 상승용으로 효과가 있는 듯 등 뒤에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라이트닝 스톰!"
함성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의 외침에 만들어진 폭풍은 전기를 내뿜으며 뮤란군에게 다
가갔다. 하지만 이미 저번 전투 때 그게 당한 적이 있는 터라 할아버지가 스펠을 외우는 모습을 보고 뮤란군의 마법사 역시 스펠을
외워 실드를 쳤다.
그 덕분에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폭풍우가 실드에 부딪히며 전기를 내뿜고는 사라져버렸다.
뮤란 제국은 마법석이 남아도는 것인지 대열의 중심에 서 있는 마법사들의 손에는 마법석이 박혀있는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최상
급 마법석이 마나를 증폭 시켜 마법사들의 능력을 높여 주고 있는 것이다. 마법석이 없었다면 할아버지의 마법을 약화 시킬 수는
있어도 막아 낼 수는 없었을 텐데..
하지만 스펠을 외우지 않는 라이델의 마법에는 미처 실드를 치지 못했던 것인지 그대로 불 덩어리를 맞았다.
흩어진 대열을 보며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뽑아든 칼을 꽉 쥐고 말에 박차를 가해 앞으로 나아갔다.
#052 皇女[황녀] ; 끝은 시작을 의미한다
내가 앞으로 뛰어 나가자 뮤란군의 기병들도 말을 몰아 뛰어나왔다.
뮤란군이 움직였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도 이곳에서 싸우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막막했다. 넓은 곳에서 싸우게 되면 그
만큼 우리가 불리하게 된다는 건 여기 있는 병사들 모두가 알고 있을 사실일 것이다.
검 대신 창을 주로 사용하는 뮤란군의 검은 기사가 찔러오는 창을 피하며 칼을 휘둘러 말의 옆구리를 베었다.
"이히힝~!"
갑작스러운 고통에 놀란 말이 앞다리를 쳐들어 기사를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기사를 깔아버렸다. 말의 무게에 갑옷
이 찌그러져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가차 없이 말을 돌려 다른 기사에게 검을 휘둘렀다.
말 위에서 갑옷이 미처 가리지 못한 부분에 칼을 찔러 넣기란 무척 힘들었다. 칼이 살을 파고드는 익숙하지않은 느낌도 나를 힘들
게 했다.
내 옆에서 말을 탄 기사 한명과 싸우고 있던 보병이 뒤에서 날아온 창에 관통당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창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
려가 그 기사가 다른 창을 뽑아들기 전에 베어버렸다. 목을 베어서 일까,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내 얼굴은 피를 덮어 쓰고 말
았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내 코를 마비시키는듯 했다.
창을 잡고 있는 기사의 팔을 베고 다시 공격하기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멀리서 날아온 창이 말에 박힌 덕분에 내가 타고
있던 말은 쓰러지고 동시에 나는 땅에 굴러야 했다. 말에서 떨어진 덕분에 말고삐를 잡을 필요가 없게 된 한쪽 손에 검 하나를 더
빼어들어 한쪽 팔이 사라진 기사에게 달려갔다.
한쪽 팔을 잃었다는 공포감에 빠져 있는 기사의 말에 칼을 찔러 넣고 말에 차이지 않기 위해 뒤로 빠졌다. 말에서 떨어진 기사의
목에 칼을 박아 넣고는 다시 다른 적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적군과 아군이 섞여 있어 광역 마법을 사용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라이델과 할아버지는 약한 전격 마법으로 적들을 공격하
고 있었다.
또다시 내게 달려드는 적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급하게 옮겨야 했다. 뮤란군의 보병들이 들고 있는 넓은 방패는
방어용이 아니라 공격용으로 만들어 진 듯 뿔이 박혀 있는 방패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방패를 휘두르는 적군을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뛰어 올라, 투구 사이로 보이는 얼굴에 칼을 찔러 넣었다.
"으윽!"
적군의 얼굴에 박힌 칼을 빼고 있던 내 팔을 스쳐가는 창 덕분에 내 입에서는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뽑고 있던 칼을 포기하고 창을 날린 병사에게 달려가 칼을 휘둘렀다. 창이 제법 깊게 스쳐 지나갔는지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는 것
이 느껴졌다.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자 이것은 더 이상 전투가 아니었다. 학. 살. 이건 학살이었다.
방패에 맞아 넘어진 병사들은 말에 밟혀 죽어가거나 일어날 틈도 없이 자신에 다가오는 창에 찔려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피. 피바다. 이 단어가 이곳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었다.
피가 땅에 스며들어 붉은 빛을 띠게 만들었다.
"피해!!!!"
처참한 주변 광경에 넋을 놓고 있을 때 랄프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자 말을 탄 기사가 창을 세우고 내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피할 시간은 이미 없었다. 몸을 낮춰 말
의 다리를 잘라버렸다. 말이 비틀거린 덕분에 내 머리 정중앙을 향하고 있던 창이 비켜 지나갔다. 머리카락을 스칠 정도로 가까이
지나가는 창을 보며 식은땀이 흘렀다.
오백의 숫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명장은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될 때를 판단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는데, 나는 명장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한낱 이기심에, 내 가벼운 자존심에 오백 명의 생명을 빼앗았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를 꽉 깨물고 넘어진 우리 편 병사에게 창을 찔러 넣은 기사에게 달려가 목을 베었다. 내 얼굴에 튀는 피를 애써 무시하며 넘어
진 병사를 일으키고 다른 적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젠장"
어느새 내 주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적들 밖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점점 거리를 좁혀 오며 날 압박하고 있었다.
그 어디에도 가죽을 걸친, 체인을 걸친 병사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일으켜 주었던 늙은 병사는 공포감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다리를 타고 내려 오는게 피가 아니란 것만은 알 수 있었
다.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칼을 고쳐 잡고 제일 가까이 있는 적을 향해 뛰어들었다.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인지 그 기사는 웃으며 다른
기사들에게 끼어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말에서 내려왔다.
조롱당한 기분에 화를 참지 못하고 또 다시 그 기사에게 달려갔다. 그는 익숙하게 내 검을 막으며 웃었다.
힘겨루기를 하면 진다는 생각에 재빨리 검을 쳐내고 검을 고쳐잡아 그대로 목으로 찔러 넣었다.
뜨거운 피가 내 얼굴을 적셨다. 목에 검이 박힌 기사는 놀란 표정으로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날 무시했던것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
하며 나는 크게 웃었다.
피를 덮어쓰고 웃는 내 모습이 괴기스러웠는지 동료 기사들이 인상을 쓰며 내게 달려들었다.
내 얼굴을 향해 찔러들어오는 창을 피하느라 그만 옆에서 베어들어오는 칼을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를 내어 주었다. 순간 나를 엄
습해오는 고통에 움찔하여 또다시 나를 찔러오는 창을 피하지 못했다.
창의 날카로운 촉이 내 얼굴을 찌를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하얀 빛이 눈앞을 가득 매웠다고 생각한 순간 내 앞에는 더 이상 적이 있지 않았다. 방금까지의 격투는 꿈인것 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던 적군이 사라져 버렸다.
"...뭐..야"
어딘지 모를 들판에 서있는 나를 보며 낮게 말했다.
내 옆에는 라이델이 서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다시는 도망치지 않으리라고, 그곳에 내 피를 뿌릴 것이라고 다짐 했었건만 나는 결국 도망친 꼴이 되어버렸다.
순간 내 옆에 남아있던 늙은 병사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그 적들 사이에 혼자 남아 있는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옆을 지키고 있는 라이델을 향해 다시 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어!!!"
눈물을 참기위해 눈을 돌렸다. 내 꼴이 너무나도 우스웠다.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오백 명의 목숨을 버린 샘이다. 그리고 나는 또다
시 도망쳤다.
"다시... 다시 보내줘"
어느덧 하늘 한 가운데 떠 있는 태양은 따뜻한 햇살을 내뿜고 있었다.
"다시 보내달란 말이야!!!"
라이델은 내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네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침묵. 오랜 침묵을 깨고 라이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황성에 텔레포트 시켜줘"
서로 아무 말 없이 그 넓은 들판에 서서 어둠을 맞이했다.
대답 없는 라이델을 보며 다시 말했다.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텍스토르 황제의 것도 되지 못하게 할 거야. 황성으로 텔레포트 시켜줘"
그제서야 라이델은 날 바라보았다. 라이델의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감정이 담겨있었다. 서글픔, 연민, 분노..
"도와..줄 거지?"
라이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성 안으로 텔레포트를 해줘. 기름을 어디에 저장해 두는지 알고 있니?"
내 말에 라이델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했다. 라이델은 내
생각을 읽어내기라도 할 것인지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내 눈을 바라보던 라이델은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입을 열었다.
[서쪽 저장고에 있어]
라이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었다.
"고마워 라이델. 텔레포트만 시켜주면 돼. 그걸로 만족해"
[죽는 건 허락 안 해. 죽게 두지는 않을 거야. 나약한 맘 먹지마, 네 죽음으로써 죽어간 사람들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하
지마]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저 웃어줄 뿐이었다.
하얀빛과 함께 다시 나는 황성으로 들어왔다. 라이델의 말처럼 황성 안에서 예전과 달라진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다만 클라이엔
의 황족을 상징하던 문양이 낯선 뮤란의 문양으로 덮여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클라이엔의 기사들이 입던 황금색 문양이 들어간
흰 갑옷과 정 반대로 검은 갑옷을 입은 뮤란의 기사들이 황성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내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날 쫒아 오기 전에 서쪽 저장고를 찾아 익숙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말을 무시하고 나와 함께 텔레포트 하여 황성으로 들어온 라이델은 어둠속에서 밝게 빛나는 황금색 털을 감추기 위해 작은 새
로 다시 변신하였다.
[저기야]
라이델의 안내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서쪽 저장고 앞에는 두 명의 병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적이 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무척 편안해 보이는 얼굴로 서로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마법을..쓸까?]
어차피 텍스트로 황제가 알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잠에 빠진 듯 다리에 힘을 잃고 쓰러지는 병사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열쇠를 빼들고 저장고의 문을 열었
다.
기름통은 생각보다 컸고 그 안에는 기름이 가득 차 있었다. 아마 겨울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 큰 기름통을 혼자 들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정말 불지를 생각인거야?]
큰 기름통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 내게 라이델이 물어왔다.
불지를 생각이 아니었다면 다시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다. 텍스트로 황제를 암살하거나, 그의 군대를 전멸 시키거나 그런 일
은 내게 불가능 한 일이니 이런 추잡한 짓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씽긋 웃는 나를 보며 라이델은 한숨을 쉬었다.
[도와줄게. 도와줄 테니깐, 이 일만 끝내고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숨어서 살자]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라이델은 눈을 감고 마나를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곧 나무로 만들어진 기름통이 터지며 그 안에 들어있던 기름이 공중에 떴다. 라이델은 다시 그것을 큰 회오리로 만들어 천장을 뚫
고 밖으로 내보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내가 한 일은 눈을 크게 뜨고 하늘에서 요동치는 회오리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회오리는 그 크기를 점점 키워 가더니 어느 순간 회전을 멈춰 기름을 온 황성에 뿌렸다.
회오리가 밖으로 나가며 뚫어놓은 지붕의 구멍으로 기름이 떨어져 내 몸을 적셨다. 역한 기름 냄새가 났지만 웃음이 났다.
[나가자]
회오리가 생긴 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병사들을 보며 라이델이 말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다시 빛에 쌓여 황궁의 성벽
위로 올라왔다.
[불은 네가 붙여]
겨울의 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황궁 중간 중간에 피워놓은 불에 기름이 튀어 불이 커진 덕에 따로 불을 지르지 않아도 될 것 같
았지만 라이델은 내게 말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벽에 걸려있는 횃불을 들어 황성 중앙을 향해 힘껏 던졌다. 바람의 도움인지, 내 분노의 힘인지, 라이델
의 마법의 힘인지, 횃불은 정중앙에 있는 궁까지 날아가 거대한 불길로 변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무런 미련 없이 성벽에서 내려와 텅 빈 수도의 대로를 걸어 나왔다.
곧 드래곤이 나와서 애슐리를 도와 텍스토르를 무찌르는, 이런 달콤한 스토리를 기다리셨던분들...
'드래곤 나온다며! 도대체 언제나와!'이렇게 화내고 계시진 않죠?
드래곤 나오기는 나와요 정말! 이제 정말 곧! 나와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허허허
어제 못올려서 죄송해요, 성실연재가...점점....어려워져요...흑흑
오늘이 토요일이라죠? 주말인데 날씨도 좋네요.
비오고 추워진다고 하더니 거짓말이였나봐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
다음편이 업데이트될 때 쪽지받으실 분은 댓글 앞에 +기호를 남겨주세요!
첫댓글 모순적이라니까요, 애슐리는.. 쿡쿡. 그것으로 인해 피해볼 백성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군요. 어엿한 왕족이 되었다니깐요, 정말로. 쿡쿡. 토르는 이대로 당할 인물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음.. 성도 불태워 없애버렸겠다..(아, 그러고보니 두 폐하의 시신도 함께인가? 쿡쿡.) 라이델과 함께 도망이긴 한데.. 어디로 가는거죠? 쿡쿡.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수도가아니라 그냥 황궁이니깐 백성들에게 피해가는건 그렇게 없을거에요...저도 이 부분 디게 많이 생각했었는데...헉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월흔님 지금 애슐리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텍스토르를 걱정하고 계시는 건가요?!
허, 성을 불태우다니..흠 애슐리는 어디로 가는걸까요 ㅠㅠ 선생님이나 할아버지는 무사한거겠죠
두분이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너무 많지않나요? 어딘가에 살아계실거에요!
오호 잘했다 라이델 그럼 그렇지 하하하하하 역시 대마법사가 애슐리 곁에있으니 좋군요 근데 뮤란제국 마법사들 마법석 어디서 얻은거죠?. 이상하네.. 애슐리 조심해.. 미치겠군요.. 어째 애슐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겁니까 아이러부라이델 흐흐흐 역시 넌 정의의 용사야! 애슐리의 남편감으로 인정해주겠어!............설마 애슐리 불지를 생각인..? 질렀군.. 설마 라이델이 드래곤은 아니겠죠..................?... 완벽주의자인 블랙드래곤! 저어엉엉말~ 보고싶어용 ㅠㅠㅠ불질렀으니까.. 텍스토르가 안에있다면 죽는건가요? 그렇게 쉽겐죽지않을텐데 ㅋㅋㅋㅋㅋ 성실연재..ㅠㅠ 괜찮아요! 오늘 칭구들이랑놀러가야되겠군요 날씨가굳!
ㅋㅋㅋㅋㅋ그러게요, 마법석만없으면 할아버지랑 라이델에게 쨉도안되는 녀석들이...휴.............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라이델이 변신을 한다하더라도..애슐리의 남편감.......ㅋㅋㅋㅋㅋㅋㅋ라이델이 드래곤이면 그게 최고의 반전인가요, 그럴 확률은...적지만요^^;;; 텍스토르가 설마 그렇게 쉽게 죽겠어요? 당연히~안죽었을꺼에요. 원래 못된놈들이 더 오래살아가니깐요!
+선생님과할아버지는어떻게된건가요ㅠㅠ? 애슐리는더이상황녀가아니군요.....ㅠㅠ
헉...그렇네요...............제목을 바꿔야 하나요?ㅋㅋㅋ 할아버지랑 랄프는 살아있을거에요! 분명히!!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ㅠㅠ그렇겠죠, 혼자힘으로는..안될거같으니깐!
+어....라이델이 할배 버렸다....ㅋㅋ
ㅋㅋㅋ할아버지는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사람!
+드래곤은?? 랄프죽은거??? 내사랑랄프가 죽으면안되는데!!!
설마..랄프가 죽으면 우리 애슐리는 이제 누구에게 의자하라구요ㅠㅠ
+결국에는 황녀가 아니가 일반 평민이 되는거 겠네요~ㅠㅠ 나오던 인물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듯해요~ㅠㅠ 텍스토르나 그웬델(?)이나 부모님은 어차피 죽었고;;; 선생님이랑 할아버지 그리고 삼촌까지 없고요~ㅠㅠ
다른사람은 몰라도...선생님이랑 할아버지는 아직 몰라요! 아, 등장인물 한번 물갈이해버릴까요? 이번기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드래곤은 어짜피 언젠가는 나온다!!! 라이델을 인간으로 만들어달라!!!! 라는 미친소리를 짖걸이는 1인이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토리가 막히면...그렇게 써볼게요^^;;라이델 인간 만들기! ㅋㅋㅋ 많은분들이 원하신다면야........
라이델을 인간으로 만들어달라!!!동감하는 1인
헉.......이렇게 많은 분들이 원하시다니 ㅋㅋㅋ 투표한번해야겠어요!
라이델이 인간으로 변신!해서 애슐리랑 요로코롱 되야되!!!!어차피 애슐리랑 라이델은 볼짱 안볼짱 못볼짱 다봣잖아??우후후후후후훗
ㅋㅋㅋㅋㅋㅋㅋㅋㅋ볼짱안볼짱....목욕까지 같이 했는데...라이델 여자로 만들던가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 중성?! 중성으로할까요?
+ 황녀가 성장하고, 강해지고, 똑부러진 성격을 가져서 여왕이되길 ㅠㅠ!!!!
애슐리가 내오기님 말처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주세요 :)
+자- 도마뱀씨? 여태까지 연락이 없는거라면 통구이가 되어 우리들의 맛난 양식이 되어줄꺼라는 그런 착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자 - 이번편에선 불과 꼬챙이를 준비해 둿으니 다음편에서도 안나오면 정말 맛나게 잡숴주겠어♡^^
라이델너는 일단 누나 품으로 앵기고, 메모장 넌 불타는게야- 음호하호하하하하하하하호하하호호하하하하하홯ㅎㅎ하 활활타올라라-!!!!!!!!!!!!!! (오늘도 정줄놓기)
ㅋㅋㅋ다음편에...드래곤이 나왔나 안나왔나 기억이 가물가물, 졸지에 캐스팅 해놨던 드래곤은 죽어버리고 다른 드래곤을 등장시켜야 하는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텍스토르, 종이라서 탈수도 있겠구나....하하하하
+하하하 좀 늦었습니다!!!!!! 자 우리 블랙아 귀엽고 깜찍하게 정의를 위해 싸우렴..호호호호호호 우리 라이델~ 이 누나품에 앵기렴 내가 애슐리 유모 역할도 해줄수 있어!
쉿, 이건 비밀인데요ㅋㅋㅋㅋㅋㅋ고멘네님이 항상 찾으시니는 블랙이, 60편에 나옵니다...특별히 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60편안에는 나올거에요!
으흠... 설마 드레곤이 텍스토르를 도와주는건 아니겠죠;; 이상 황당한 가설이었습니다; 죄송해요ㅠㅠ 언젠가 애슐리가 옛날의 영광을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ㅋㅋㅋ그렇게되면...애슐리에게 희망은 없잖아요, 중립! 중립어때요?ㅋㅋㅋ
으음...................애슐리가 빨리 기운차리고 쎄졌으면 좋겠네요, 근데...텍스토르는...정말....미련을 못버리겠어요.ㅜㅜ흑흑, 텍스토르는 여전히 착한녀석!흑흑ㅜㅜ(미련미련미련미련미련)
텍스토르.......................여전히.........착한........녀석이라니 ㅋㅋㅋ 아, 어떻게 더 나쁘게 만들어야 텍스토르를 나쁜 놈이라고 하실래요!
+으음.......블랙도마뱀?언제 나오냐구!!!!!!!!
답답할수록 필요한 존재, 블랙드래곤! ㅋㅋㅋ
+망할것들...ㅠ
ㅋㅋㅋ짧지만 강렬하네요, 망할것들! 다 망해버려라~
에이씨 .... 블랙드래곤은 안도와주는거에요 !?ㅠㅠ 초대황제폐하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대요 ?!ㅠㅠ
그러게요...블랙드래곤 성격 많이 좋아졌는데요~셀리스타키에서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데, 자기 앞마당에서! 이렇게 조용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