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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아이의 피를 빨아먹고 싶었지만 아이의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너
무 많았다. 그래서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고 다음 순간 벌어진 일
을 볼 수 있었다.
"아이쿠!'
작은 신음성이 아이의 몸 이곳 저곳에 이빨을 박아 넣던 사람들의 입에서 터
져 나왔다.
아이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다섯 사람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
다.
그는 아이의 몸이 돌이나 쇠처럼 단단하다는 것을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아
무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저들 대
부분이 이빨이 부러졌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다행히 아이는 깊은 잠에서 깨어
날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품에서 한 자루 비수를 꺼내들었다. 희미한 별빛 아래 칼날이
번쩍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는 아이의 손목을 들어올리고 속삭였다.
"미안하다, 꼬마야. 아프지는 않을 거야. 네 피를 조금만---, 조금만 가져갈
게."
자고 있는 아이에게 그렇게 속삭이면서 그는 비수로 아이의 손목을 그었다.
잠시 후 아이의 손목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는 품에서 작은 호로병
을 꺼내어 피를 받기 시작했다.
소구는 누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남기고 피를 뽑아 가는 줄도 모른 채 잠에
서 깨어날 생각을 안하고 꿈속에서 누나들에게 쫓겨다니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아이의 피를 호로병에 받으면서 비참해졌다. 자신이 왜 이렇게 비참해
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천애고아였지만 그래도 언제나 당당하게 살아왔던 자
신이 이렇게 아이의 피를 훔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호로병에 피가 거의 다 차자 그는 호로를 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밖
으로 다시 아이의 방에서 나갈 때 그의 귀로 뒤에서 툭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
다. 흘낏 뒤를 돌아본 그는 자신이 베어놓은 아이의 손목에, 입을 갖다대고 피
를 빨아먹는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도 저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역겨웠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기 시
작했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소림사에서 도망쳐야 할 것이다.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부처상 앞에서 염불을 외우고 있는 정각은 오늘
대리고 온 아이의 방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소림사를 수호하고 있는 사대금강이라 불리는 존재들 중의 하나는 아니었다.
약왕전을 돌아다니는 환자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는 뒤를 따라가서 약왕전
에 늘어서 있는 방중에 하나로 그들이 몰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
고 보게 된 그 광경은----.
방철은 당장에 그자들을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이 일은 일단 정각 장로에게
먼저 알려야 할 것만 같았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흐뭇해하는 인간들의 얼굴을 보면서 방철은 아이가 죽
었을 것이라 단정하고 정각대사에게 알리러 온 것이다.
'정각 대사님, 오늘 대리고 온 아이의 피를 사람들이 빨아먹고 있습니다!'
불상 앞의 포단에 앉아 있던 정각은 급히 일어서서 불당의 앞에 서 있는 사
대금강의 막내 방철을 쳐다보며 물었다.
"언제부터냐?"
"반 시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어서 가보자!"
승포 자락을 펄럭이며 대웅전에서 물러난 정각과 방철이 아이의 방을 향해
뛰어 갈 때, 아이의 방에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황급히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진맥을 한 정각은 아직 아이의 숨이 붙어 있다
는 것을 확인하고, 아직도 손목에서 피를 흘리며 자고 있는 아이를 안아들고
자신의 방으로 아이를 대리고 뛰어갔다. 아이는 피를 너무 빨려서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었지만, 아직은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깊은 밤이라 불들이 꺼져 있던 약왕전은 하날 둘 등불이 밝혀지면서 환하게
밝아졌다.
정각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약왕전에 소속되어 의술을 배우고
있는 의승(醫僧)들 대부분이 단잠에서 깨어나 정각의 지시에 따라 아이를 살리
기 위한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의식을 잃은 채 아이는 며칠 동안이나 정각의 방에 있다가 다시 원래 아이가
자고 있던 방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아이가 머물고 있는 방의 주위에는 사대금강이라 불리는 승려들이 지
키고 있게 되었다.
약왕전에 머물고 있는 환자들 중의 일부가 소림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뒤
늦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환자들 중 일부가 약왕전의 한쪽 구석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햇볕이 제법 따가운 여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늘을 찾아 할 일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환자들 중의 다섯 명이 모여서 주위를 살피면서 이야
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소림사의 승려들에게 절대로
들키면 안돼는 일이었다.
" 그 얘기 들었나? 오늘 정각 대사가 대리고 온 꼬마 말이야."
"자네도 들었나?"
"그 꼬마의 피와 살이 바로 보약이라고 하더군."
"정말인가?"
"동자삼이란 것을 먹은 아이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동자삼이라는 게 어디
흔한 것인가? 만년동자삼이라던가---? 전설에나 나오는 영약을 먹은 아이의 피
라면 보혈이 되고도 남지."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병만 아니라면
일세에 이름을 남길만한 절정의 무공을 소지한 사람들이었다. 정파가 자랑하는
최강의 조직인 암천혈혼대 출신의 다섯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도 오석광이라는 이름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뚱뚱한 사내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며 설득작업을 시작했다.
"그 아이의 피와 살이라면 우리의 불치병도 나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 역시 동감을 표현하면서 말했다.
"그 아이를 몰래 잡아먹기라도 하잔 말인가?"
사람을 잡아먹어서라도 병을 고치자는 말이 흘러나오자 모두가 황급히 사방
을 둘러보았다. 다행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 아버지가 등봉현의 현령이라던데---."
담장 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마른 얼굴에 홀쭉하니 큰 키를 하
고 있는 사람이 조금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오석광을 바라보며 말했다. 뚱뚱
한 몸매로 구르는 돌이라고 별명이 있는 사촌 오석광은 의미심장한 얼굴을 하
고, 자신과 마찬가지의 병명으로 이곳에 오게 된 사촌 오석동을 바라보면서 입
을 여는 순간이었다.
" 아무도 모르게----."
그때였다. 갑자기 그들의 뒤에서 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보게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나?"
약왕전의 구석진 담장 아래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 몇
몇의 환자들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황급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
의 상관으로 있던 그들과 마찬가지로 마도의 귀혈맹과 싸우다 이곳에 오게 된
악종진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비쳐졌다.
그늘 속의 일을 하고 있는 암천혈혼대 소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이 알려
지지 않았지만 악종진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 다섯은 악종진을 결코 좋
아할 수 없었다.
" 아---, 아무 것도 아니오."
모여 있던 무리들은 주섬주섬 일어나고 그 중 아주 뚱뚱한 사십대의 남자가
어눌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뿔뿔이 각자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화산파의 혈룡 악종진만이 오른팔을 붕대에 감은 모습으로
서 있게 되었다.
" 후--후, 모두 다 들었어. 그 꼬마의 피만 있으면 이 몸에 내상쯤은 금방
나을 수 있겠는걸----."
그렇게 중얼거리던 악종진은 밤하늘로 시선을 던졌다.
정파의 연합인 구파일방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구환맹(九煥盟)과 마도의 대소
문파가 연합해 만든 귀혈맹(貴血盟)과의 크고 작은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무림이었다. 화산파 장문의 둘째 제자인 악종진은 마도와의 싸움에서 부
상을 입고 치료와 요양을 겸해서 소림사로 오게 된 상태였다.
정각이라는 늙은 승려의 무림에서 불리는 호칭이 몇 있었다. 자비수(慈悲
手), 신불(神佛), 그리고 정파제일의(正派第一醫)라는 호칭 중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정파 무림에서 가장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호인 정파제일의
(正派第一醫))였다. 그랬기에 악종진이 소림으로 오게 된 것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악종진은 당장 죽는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극심한 중상을 입
은 상태였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서는 이렇게 걸음을 옮길 수도 있을 정도로
몸이 나은 것이다.
악종진은 구환맹에서도 가장 많이 싸우는 암천혈혼대 소속으로 강호에 모습
을 드러내고 얼마 안가 마도무림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출도
한지 이년만에 무림오룡 중의 하나인 혈룡(血龍)으로 자리잡았다. 피에 절은
용이라는 외호가 붙을 정도로 악종진의 손에 죽어간 자는 많았기 때문이었고,
백도 제일의 척살대라고 일컬어지는 암천혈혼대에서 악종진의 명성은 높아져
갔다. 암천혈혼대 열이 모이면 중소방파는 멸망한다는 말은 이미 공인된 상태
였지만, 백도에 암천혈혼대가 있다면 흑도에도 암흑전사단이라는 조직이 있었
다. 공시적으로는 마도연합인 귀혈맹 소속이 아니라 마교 소속의 조직이었지만
그렇기에 암흑전사단의 이름은 강호 무림에 공포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들이
움직이면 살아있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알려진 그런 자들과 악종진은 홀로
싸워야만 했다. 함정에 빠져 혼자 황산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악전고투를 거듭
하며 암흑전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는데 성공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
다.
다 죽어 가는 상태에서 황산을 탈출한 악종진이 소림으로 오게된 것이 석 달
전이었다. 다 죽어 가는 상태에서 몸을 어느 정도 거동 할 수 있게 되면서 악
종진은 대부분의 시간을 소림사에서 한참 떨어진 산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곳에는 그 말고도 화산파의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검에 있어
서 천하제일이라 불리는 사숙이라 불러야 할 사람이 있는 곳에서 가르침을 청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단 하루의 절반 이상을 미쳐 있는 사숙이었기 때문
에 악종진은 무공을 배우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마교의 독에 중
독 된 상태에서 구출된 사숙은 미쳐 있을 때가 제 정신을 차릴 때 보다 많은
상태였다. 그러나 천하제일검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기에 악종진은 목숨을 걸었고, 그래서 방금 약왕전에 도착하기 전에 풍
진자 사숙이 천하제일검이라고 불리게 한 뇌격일섬이라는 일초의 검결을 머리
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풍사숙이 머물고 있는 소림사에서 멀리 떨어진 풍사숙이 거처하
는 동굴에서 머물다 온 악종진이었다. 그래서 지금에서야 약왕전에 새로 들어
온 꼬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확실히 정각이라는 노승이 정파 제일의 의원이라는 말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악종진은 이곳에 와서 실감할 수 있었다. 덜렁거리는 오른팔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잘라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있었고, 그래서 악종진은 한쪽 팔이
잘리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팔은 시간만 흐르면 전처럼 사용할 수 있
게 된 상태였다. 문제는 내상만 남은 상태였다. 내공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태
에서 내공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악종진의 얼굴에는 희망
의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틀림없이 정각 대사님이 나도 치료를 해 주시겠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악종진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이곳에 부상으로 오게
된 정파의 협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완쾌되어서 다시 구환맹이 있는 복우산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마도와 정파의 힘이 이렇게 엇비슷한 상태에서 한사람 한사
람의 전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는 정각이라면 틀림없이 빠른
시일내에 완치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악종진이었다.
" 그럼 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는걸---."
각이 진 턱에 뾰족한 코, 하얀 얼굴에 맑고 큰 눈을 가진 악종진은 무림 여
걸들의 선망이 대상이 될 정도로 잘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악종진
은 잠시 전 이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고수라
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몸이 병들었다고 해도 결코 배우고 익힌 무공이 사라
진 것은 아닌 것이다.
" 그들이 아이를 잡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 것 같던데---, 아이의 몸에 이
상이 생기면 안되지---, 마도와의 싸움이 계속되는 한 부상자는 계속 나올 테
고 그 아이는 계속 보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몸을 하고 있으니---. 일단 이
일을 정각 대사에게 먼저 알려야겠구나."
그렇게 결론을 내린 악종진은 바쁘게 걸음을 옮겨 정각 대사의 선방으로 걸
음을 옮겼다. 한시라도 빨리 알려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죽기 일보 직전
의 사람들이었고 하나 하나의 무공이 일파의 장문인에 버금가는 무공을 소유한
다섯이라면 아무리 소림의 힘이 크다해도 아이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다.
첫댓글 감사 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