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런 대접받아도 됩니까?
교회에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감명 깊게 읽고 저녁시간 3층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가 일반 전화기 들고 연거푸 감사하며 허리를 굽혔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내 신협 계좌가 옛날 전화번호 맞는지 물었다.
‘왜 그래요?’
‘주차장 위에 산 권사님이 알려 달라 하시네요.’
아내에게 권사님이 전한 말을 몇 번 들었다.
교회 십자가 레온이 우산 중학교 방향에서 보면 나갔단다.
권사님께서 옥상에 올라가면 십자가가 안 보여 부담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난 소방서 쪽으로 다니기에 몰랐다.
겨울이라 춥고 십자가 탑이 높아 교체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에 망설였다.
오래전, 새벽 기도 조금 다닌 분이라 이름도 성도 모르고 지냈다.
가끔 교회 앞으로 가시며 인사해도
얼른 알아보지 못한 얼굴이라 미안할 정도였다.
그런 분이 십자가 수리 비용으로 100만 원을 보냈다.
저녁 먹고 내려갔는데 1층에서 우연히 만났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연제동 새은혜 교회 권사여요.
미역국 한번 끓여 드세요.’
소고기와 딸기 상자를 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통장 확인하고 그분 이름을 알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그야말로 하나님이 보낸 천사였다.
십자가 레온 수리할 업자에게 바로 조치를 취하고 생각에 잠겼다.
지난달, 기도하며 남해화평교회
건축비로 100만 원 송금한 지 보름도 안 되었다.
전혀 예상치 않은 분의 손길을 통해 채우셔서 놀랐다.
이런 후한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하나님께 물었다.
주는 자가 기뻐할 일이요 능력임을 깨달았다.
다음 날, 코로나 전까지 예배드렸던
늘푸른 요양병원 이복점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자전거로 신나게 갔더니 숨이 갚았다.
1층에서 신문 보며 기다리는 손을 반갑게 잡았다.
청력이 약해 웃으며 양손을 움킨 김질례 할머니,
명절이면 넥타이 선물한 김경자 어르신도 반겼다.
‘목사님, 올해 나이가 몇이요?’
‘예순다섯이요.’
‘우리 아들 목사보다 많네요.
난 여든여섯 됐어요.
개성에서 6.25 때 내려와 지금도 TV에 김정은이 나오면 악몽을 꾸어요.
기도 좀 많이 해 주세요.
간호사들과 원장님이 너무 좋아 여생을 여기서 마치고 싶어요.
그나저나 빨리 코로나 끝나고 지난번처럼 예배드리면 좋겠어요.
아들이 용돈 주면 목사님도 드릴게요. 자주 들려주세요.’
할머니가 쇼핑백을 내밀어 집에 돌아와 열었다.
콘플레이프 천마차 7개, 배양근 산삼 환 5개,
천마 홍녹보 10개, 천마 십전대보 10개, 홍삼 한방 파스 한 봉지..
다양한 종류였다.
노인이 즐겨 드신 건강보조 식품이었다.
지난 주간 설 명절 선물로 사과 상자 나눈
수고의 대가로 하나님이 주신 위로의 손길 같았다.
과연 이런 사랑과 관심을 받아도 되는지 하나님께 다시 물었다.
목요일, 새벽 기도 후 정자교회 방문 위해 서둘렀다.
먼 길에 공복을 깨뜨렸다.
첨단등대교회에서 다섯이 만나 땅 끝 선착장으로 갔다.
산과 들을 감싼 안개와 푸른 바다가 아름다웠다.
‘칼의 노래’(김훈)에 등장한 물결과 물비늘이 아니었다.
노화도에서 보길도 다리를 한참 지나자 황토 벽돌의 정자교회가 보였다.
햇볕이 내려앉았다.
자연 채광으로 설계한 어머니 품과 같은 예배당에 안겼다.
강단 스크린을 올리면 따뜻한 볕이 들었다.
성도들이 만든 장의자도 예배당 분위기에 어울렸다.
뒷산 계곡물 흐르고 산새들이 우짖는 친환경 교회였다.
이름대로 정자, 로뎀나무 아래에서
건강한 화초와 주변 동백꽃이 환하게 웃었다.
옆 로뎀의 집은 사모님께서 지역 어르신들 섬기는 요양보호소였다.
은퇴 후 섬에서 7년간 협동 목회 사역한 이래성 목사님의 영접을 받았다.
아들 이재원 목사는 포천에서 미리 내려가 만났다.
그의 멋진 아들을 네 번째 보고 말을 걸었다.
‘내 알겠어?’ ‘몰라요’
‘만날 때마다 목사님! 용돈 주세요. 가르쳐 줬잖아.’
‘아, 맞아요.’ 만 원짜리에 고개 숙이며 웃었다.
2층 친교실과 어른 한글학교,
이주 여성 다문화 센터, 식당으로 공간이 많았다.
주민들이 바다 일하고 돌아와 운동 후 목욕하고 찜질한 쉼터였다.
태양열로 더운물을 써 부담 없었다.
권사님들이 베푼 간식을 먹고 예배드렸다.
‘하나님 앞에서, 예수님만 전하고, 예수님만 따르며,
예수님만 바라보는 교회’ 표어가 눈에 찼다.
양 목사님 설교가 새로웠다.
‘새해, 출애굽 당시 아말렉 군대가 원망과 불평에 쌓인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처럼 교회 공동체에 마귀의 공격이 예상됩니다.
예배, 전도, 심방이 어려운 때, 말씀 앞에
아멘 하여 하나님께서 이끄시도록 분연히 일어나 손들고 기도합시다.
여호와 닛시, 승리의 깃발 아래 대대로 싸우실
하나님 능력 의지하여 빈틈없이 대처하길 바랍니다.’
회의까지 마치고 밥을 먹었다.
자연산 생선회, 조도 윤 목사님이 감탄할 정도의 맛이었다.
바닷가 뷰에서 차 마시며 삶을 나누다 배를 탔다.
땅 끝 전망대에 올랐다.
가랑비에 먼바다를 못 봤다.
완도 백숙으로 저녁 먹고 헤어질 때 ‘처음처럼’(신영복)이 생각났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오는 길 개척 3년째 접어든 한 목사님 애환을 들었다.
‘이 지역에서 새은혜 교회와 저희만 전도합니다.
사택과 교회가 월세고 딸 대안학교 보냄이
쉽지 않은데 하나님의 은혜로 삽니다.’
그 형편과 비교할 수 없어 하나님께 이런 호강 받아도 되는지 물었다.
2023. 1. 14 서당골 생명생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