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함양읍은 2일과 7일이 붙는 날이 장날입니다.
5일장인 셈이지요.
왁자지껄하고 온갖 진기한 물건이 나오는
옛날의 장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철에 따라 풍성하게 나오는 편이지요.
초봄에는 묘목을 파는 나무장수가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그러다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 수박 등등
갖가지 모종들이 장을 차지합니다.
초여름인 요즘은 마늘, 양파와 매실이
특산물로 장에 많이 나와있고,
가을로 접어들면 말린 고추를 비롯하여
가을걷이들이 모인 집합체가 되지요.
며칠전 언니가 놀러왔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스트레스를 풀겸 왔다가
장구경을 하러 나갔지요.
이곳 함양에서 남원 방향으로 가는 중간에 운봉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지대가 높아 고랭지 배추 생산지입니다. 장날에 나가면
이 곳 운봉에서 농사지은 배추와 무를 트럭에
가득 싣고 나오는 중년 부부가 있습니다.
마침 김치가 떨어져 그 부부에게서 배추를 5천원어치 샀습니다.
언니왈, "배추값이 싸긴 싸도, 도시에서는 5천원으로 이만큼은 살 수 없어.
시골살이가 이럴 때는 좋긴 좋네.
배추도 무식하게 크지도 않고 맛날 정도로 딱 적당한 크기야. "
그날은 배추 옆에 매실이 가득 든 자루가 있었습니다.
매실을 보니 작년에 매실 엑기스를 조금 담가
여름에 음료수 대용으로 먹다 떨어진 아쉬움이 생각났습니다.
올 해는 넉넉히 담가 인터넷의 이웃들과 친지와도
나누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말씀이 설탕보다는 꿀에 잰 매실꿀엑기스는
정말 몸에 좋은 약이 된다고 하여,
올해는 꿀을 넣어, 땅에 묻은 독에 담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며칠 수다도 떨고
김치도 담그고, 매실을 꿀에 재며
"내가 지금 시골에서 지기들에게서
떨어져 외롭게 사는 거 맞나?"란 의문이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시골에서 사니, 언니가 찾아와 며칠씩
묵어가는 거지요. 도시에서 살았다면
며칠씩 언니가 묵어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 시골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라고
장보는 값을 대신 내주는 언니의 깊은 속마음도 느꼈습니다.
시골에 살게 되면서
정말 시골에서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도시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또, 도시에서의 이런저런 사연으로 사는 곳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플 때가 있지요.
그런 분들에게 저희 둥지가 어쩌면 희망이 될 수도 있겠고,
임시 휴식처가 될 수 있다면,
힘들어도 시골 사는 의미가 있겠구나 싶네요.
첫댓글 여기서 함양분을 만나다니 정말 반갑네요...아어 집에 가고 싶어라.
함양이 집인가 보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