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타인(아내)의 아이디를 도용하여 쓰는 글임을.
문제가 될 시에는 어떻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이글을 올립니다. ^^
원래 제가 자주 가는 북클럽에 일주일 동안 일기를 공개적으로 쓰는 게시판이 있는데
그 마지막 7일째 되는 일기를 아내와 함께 하고 싶어서
이 곳에 다시 옮깁니다.
아내 때문에 냥이네 가입한지는 오래 된 거 같은데
활동이 없다보니 [내눈엔 최고]게시판에 글 쓸 자격이 안 되네요.
그래서 아내의 아이디를 훔쳐서 글 남깁니다.
요즘 제가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 많이 다운되어 있는데
이 글 보고 힘내라고.
댓글 많이 남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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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월요일
아내와 고양이.
오늘도 아내는 지친 기색이 여전하다. 벌써 한달이 넘었다. 4월 13일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납골당에 모셔다 드리고 온 그 날 이후 아내에게는 기대치 못한 숙제가 생겼다.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어미가 없는 새끼 고양이를 한달이 넘게 우유(애완고양이용)를 먹여 키우고 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갑자기 달라들면 긴장하고 섬찟 놀라고.
길을 가다가 이쁜강아지가 있다고 쓰다듬어 주거나 친한척 하는 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우리 집에는 지금 고양이가 4마리나 있다. 아픈 기억, 어릴 적 숨어 있는 기억까지 들추어 내면
사연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 고양이 녀석들도 한 놈 한 놈 사연없는 놈이 없다.
아내가 수로요(도자기 만드는 곳)에서 근무할 때,
도자기 선생님께서 쥐를 잡을 요량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아내의 블로그에서.
이름이 '나비'다. 나비는 수로요에서 무럭무럭 자라 1년 후에 5마리의 고양이를 낳지만 4마리는 죽고 한마리만
살려 키운다.도자기 만드는 곳이다 보니 새끼를 물고 다니면서 도자기 안에서 키웠다. 도자기가 한 두개가 아니라 어디 있는지
다른 사람은 못 찾지만 아내가 '나비야'라고 부르기만 하면 도자기에서 목을 쑥 내민다. 아내만 가능한 일이었다.
아내가 '나비야!!'라고 부르면
고개를 쑤~욱 내민다
아내만 가능한 일이었다.
도자기 안에 들어있는 금강이
이녀석은 무럭무럭자란다.
아내의 말 마따나 '용항아리'에서 자라 튼튼하다.
근데 몸만 튼튼하지 그 기골의 장대함과는 달리 겁이 너무 많다.
그리하여 이렇게 멋진 고양이로.
중간에 '뚱'이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너무 뚱뚱해서 뚱이. 이놈이 고양인가 싶을 정도로 뚱뚱했다.
아내가 수로요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환청같이 고양이 울음이 들리더란다. 산 중턱에 위치한 곳이라 고양이들이
드나들기 쉽지 않은 곳인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처음에는 환청으로 생각했다.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들리는 환청. 그런데 자꾸 들려 나가보니 아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통통한 고양이가 있는게 아닌가?
이녀석은 수로요에서 아내와 잘 지내다 아내가 수로요에서 일하는 것을 쉬게 되자 밥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한 며칠씩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더니 이제는 소식이 끊겨버렸다. 아내도 많이 보고 싶어하고 나도 많이 그립다.
수로요에서 키우던 나비와 금강이를, 고양이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 않던 내가 집으로 데리고 오던 걸 허락하던 날,
아내는 고마움에 눈물을 보였다. 고양이 키우는 게 평생의 소원었단다. 그동안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던게다.
도자기를 하는 동생으로 부터 지인의 터키쉬앙고라가 새끼를 낳았는데 분양받겠냐는 제의에 아내는 내 눈치를 살폈고
나는 또 허락을 하고 만다. 금강이와 비슷한 또래라 사이좋게 지내고 나비에게 동냥젖까지 얻어먹고했는데 몹쓸병에
걸려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만다. - '무지개 다리를 건너다' 는 애묘인들이 고양이가 죽은 것을 미화한 표현이다
어릴 땐 참 억울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은강이
금강이와 함께 있는 은강이.
작년 10월 결혼식 준비로 바쁠 때, 아내와 처제가 시내에 볼일 있어 처제차를 몰고 가는데
길 옆에 주차한 트럭바퀴 옆에 새끼 고양이가 죽어있는 걸 발견했다.
아내가 안타가운 마음에 차에서 내려 다가가니
- 운전하다가 고양이를 발견하면 서행을 하거나 멈춰야한다. 통행에 지장이 없다면 ^^ -
새끼 고양이가 야옹거리면서 다가오더란다.
아주 꽤재재한 몰골에 오른쪽 뒷다리 관절 한 마디가 없는 녀석이었다.
아내는 차마 내치지 못하고 고양이를 안고 홈플러스 內에 있는 동물병원에 일단 맡겼단다.
그리고 볼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 꽤재재한 몰골을 하고 다리도 불편한 녀석을 집으로 데려왔다.
결혼하게 되면 그게 어느 정도는 나의 부담도 되는 일이라
내 눈치를 보면서 두달 정도만 키우고 분양할 거라고 했다.
아내의 그 말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7년을 넘게 사겼는데, 나의 여자가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고
측은지심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를 내가 잘 아는데..
더 탓하지 않은 건 아내가 좋아하는 일인지라, 돈 더 열심히 벌어야겠구나 라는 생각만 했다 ^^
오른쪽 뒷다리 관절 한 마디가 없고 아주 꽤재재한 몰골을 지닌 녀석이다.
근데 너무 이쁘게 생겼다.
이렇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나비 금강이 모녀에게 행패를 부리고 지나치게 별난게 문제지만.^^
올해 4월 13일 장인어른께서 별세하셨다. 납골당에 모셔다 드리고 온 날 저녁.
아내는 몸져 눕고, 나는 옆에서 멀뚱멀뚱. 이럴 때면 남자가 얼마나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인지가 드러난다.
위안이 못 되는게다. 옆에서 다독거리기만 할 뿐.
침대방에서 책 보고 있는데 고양이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죽일듯이 싸우나?.
그 소리가 범상치가 않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피곤해 신경쓰지 않더니 내가 재차 이야기하니 한 번 가보잖다.
우리집은 주택 2층 안채인데 이사오면서 처리하지 못한 이삿짐 박스가 있었는데 거기에 에어콘 배관을 넣어 옥상 올라가는
계단쪽으로 밀어뒀다. 그 박스안에 고양이가 있나보다. 나는 무서워서 아내를 앞세웠다. ^^ . 인기척을 느끼자 어미 고양이가
박스에서 후다닥 나와 우리를 한참을 쳐다보더니 사라진다. 박스안을 보니 새끼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박스안에서 출산을 했다. 우리는 어미고양이가 다시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빨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 때가 밤 10시쯤이었는데 새벽 3시가 넘어서도 어미고양이는 올 생각을 안 한다. 위협을 느꼈나보다.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새끼고양이를 데리러 갔다. 처음에 한 마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2마리는 죽어있었고
한 마리만 새근거리면서 웅크리고 있다. 새끼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왔다. 새벽 3시에 동물용품 파는 곳은 홈플러스밖에 없다.
나는 그길로 홈플러스로 갔다.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를 위한 초유(애완용)분유를 사러 갔다. 홈플러스에 애완용 분유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한 숨자고 일어나자마자 동물병원에서 초유를 사왔다. 2-3주 동안은 2시간마다 한번씩 먹여야한다.
그 날 이후로 아내는 새끼 고양이 돌보느라 피곤을 몸에 달고 산다.
나머지 2마리는 좋은 곳에 묻어줬다.
우리집에 온지 10일 정도 되었을때다.
그러니까 태어난지 10일 되었을때다.
책을 좋아하는 문학고양이다. ^^
이름은 '별' 애칭은 '벼리'
고양이의 세계도 오猫한지라
알력 다툼이 심하다.
나비와 금강이는 연령도 제법 되었고
모자지간이라 서로 어울리면서도
새로 들어온 산이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산이 또한 쉼없이 나비와 금강이 모녀를 공격한다.
그런데 새로들어온 별이와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산이와 많이 어울리는 별이가 아주 공격적으로 변하는것 별로지만.
공격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니 文武를 겸비하지 싶다.
자는 꼬라지 하고는 ^^. 별이와 산이.
두 달 후에 분양한다던 아내는 말을 다시 바꾸었다.
별이가 없으면 나비와 금강이 틈에서 산이가 너무 외로울 거 같다는거다.
말바꾸기가 거의 정치인이다.
총 출동이다. 아내는 이 모습을 보고
"이 아름다운 광경에 눈물이 활칵 날 뻔했다"
라는 감탄사를 남겼다.
멀리서부터
산, 나비, 별, 금강 이다
아내는 그림을 그려도 고양이
도자기를 만들어도 고양이
악세사리를 사도 고양이
책을 사도 고양이다.
이런 환경에서 고양이와 친해지지 않는다면 내가 미쳐버릴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나도 고양이와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아니 이제 고양이는 생활이다.
첫댓글 마리오랑 한 판 신나게 놀다가 들어간 카페에서 그만, 감동의 눈물이 펑..-_ㅜ
아...고양이~
문학냥이 별. 넘 이뻐요. 예전에 길가 화단에서 아기 고양이 주워다가 길렀었는데, 쫌 크니까 도망가서 돌아오지 않더라구요. ㅠ 별이랑 꼭 닮았는데. ㅠ
고양이 이뿌네요.. ㅋㅋ 제가 키운 최초의 동물은.. 군대서 키운 세퍼트였어요.. 제가 마지막 주인이어서 지금은 없지만.. ㅠ 2년간 고생많이했는뎅 보고싶넹.. ㅋ 괜히 .. 아~~ 막강기동추적진솔.. 안녕..
고양이 두마리를 키운지 이제 일주일..고양이집에 내가 살고있다..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산다..ㅋㅋㅋ
뚀잉~ 남편은~~ 보여줘~~
예전에 몇달 인연을 맺었던 길고양이 한마리가 날 떠난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그 중 하나는 개사료만 줘서 그런 것 같다...이뿌다^^*
그땐...그래도 마트가서(고양이사료는 없더군요~ㅋ) 사료까지 샀던 내가 나름 기특했다고 생각했는데...시간이 지나고보니 타우린성분이 냥이한텐 꼭 필요하다고 하더군요...꼬박꼬박 찾아올 땐 귀찮더니...안보이니 한동안 서운했음^^*
나역시 글쓴이처럼 뭔갈 키운다는건 상상도 못할일이지만.ㅎ.. 글속에 그사람의 마음이..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과 냥이를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이 느껴져서 므흣하게 글을 읽었어요.. 아` 좋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란건 또 이런거구나.. 싶어요.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아니면 안될듯.. 저도 강아지 키웠었는데 요샌 고양이가.. 케케-
올만에 들어오니 훈훈한 얘기가 여기에도 실려와 있네요. ^^ 고양이 넘 좋아요~~ 울 횐님들중에도 냥이님들 모시는 집사분들이 많으신가요??
저........................................................................................는 ..................................................................고................냥이............................................................................................ 알...........레............르...........기.......... 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입니다....-_ㅜ
우와~ 나도 키우고 싶어진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