삵은 고양이과에 속하는 야생동물이다. 그러나 집고양이나 도둑고양이(들고양이)와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다.사람은 멧돼지를 길들이고 개량을 거듭해 집돼지를 만들었다.
말 역시 몽골 야생마가 직접 조상이며, 소 역시 지금은 사라진 오록스란 들소를 길들여 가축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멧토끼와 집토끼가 별개의 종류이듯이(집토끼는 이베리아 반도의 굴토끼를 개량시킨 것이다),
삵 역시 집고양이와는 뿌리 자체가 다르다.
삵은 한반도를 비롯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파키스탄까지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야생동물이다.
반면에 집고양이는 이집트 원산의 야생고양이가 반가축화된 뒤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동물이다.
삵과 집고양이는 외형이 비슷하다. 삵과 고양이를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특징은 귓바퀴 뒤쪽에 하얀 반점으로,
그것이 있으면 삵, 없으면 고양이다.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삵 또는 삵괭이란 동물은 제법 큰 덩치에 아주 사나운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삵은 크지도 않으며, 예민함과 호기심이 뒤섞인 동물이다.
더욱이 사납다는 이미지는 삵이 닭을 잘 훔친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나아가 궁지에 몰렸을 때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삵은 농촌 부근의 야산과 하천을 낀 농경지, 또는 넓은 습지와 인접한 농경지 주변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도시 근교의 숲에서 백두대간 능선까지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삵 영역 안에 들면 멀리서 뒤따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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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를 위해 사로잡은 어린 삵. 귓바퀴의 선명한 흰 색 반점은 확실한 삵의 특징이다.
- 집고양이에게는 이 무늬가 없으며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도 귓바퀴 뒤에 흰색 반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삵은 사람을 피한다. 특히 낮 동안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에 사는 삵은 사람 눈에 띄는 경우가 드물다.
대게는 사람의 활동이 뜸한 해질녘부터 다음날 아침나절까지 활동하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곳에 사는 삵이 낮에 움직인다 해도 보기는 힘들다. 그들은 우거진 덤불, 그늘과 햇살이 뒤섞
인 배경에 녹아들 듯 움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이 삵의 행동권을 헤집고 다닐 때,
삵은 사람을 멀리서 주시하거나 사람을 살며시 뒤따르기도 한다. 단지 사람이 그걸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의 활동이 미미한 곳, 그래서 사람이나 개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지역이라면 다소 상황이 다르다.
그곳의 삵은 사람의 존재에 대해 훨씬 덜 예민하다. 삵이 사람 앞에 포즈를 취해주는 대표적인 곳으로
서산 간척지를 들 수 있다. 삵의 입장에서 서산 간척지는 신천지가 된다.
그곳은 광활하며 내부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 ▲ 삵의 똥. 삵은 산길이나 임도 등에 쉽게 눈에 띄도록 똥을 눈다
- .
- 사냥 때는 사람이 가까이 가도 애써 외면
서산 간척지의 삵은 이와 같이 들켰다는 느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녀석들과 눈이 마주친 다음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 거리를 좁히려 급히 서두르면 삵은 금방 갈대밭으로 숨는다.
반대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무관심한 척하며 천천히 앉는 게 낫다. 사람과 마주쳐 제자리에 멈춰선 삵은 갈등한다.
그냥 전진할까, 되돌아갈까, 아니면 우회할까 등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자주 뒤돌아보거나 좌우를 살피는데,
그때 조금씩 자세를 고치면 된다.
삵이 사람과 마주쳤을 때 그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겁이 많은 개체는 사람을 보자마자
갈대밭이나 덤불로 도망친다. 지레 겁먹은
개체는 풀을 헤치는 소리에 놀라 무작정 도망친 후 다시 살금살금 덤불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자신이 놀란 원인이 뭔지 확인하려고 한다.
예민한 개체는 덤불에서 머리만 내놓은 채 꼼짝 않고 사람을 주시한다. 만약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소리도 내지 않고 바로 덤불로 사라진다.
반면에 대범한 녀석은 조용히 사람의 행동을 감상(?)한다. 드물지만 대낮에 사람과 5~6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기지개를 켜거나 고양이 세수를 하는 개체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삵도 곁눈질로 사람의 행동을 모두 감시한다.
사람에 대한 반응의 다양성은 유전적이거나, 사람에 대한 어미의 반응을 학습한 결과,
사람에 대한 과거의 기억, 서식지 환경의 특성, 당시의 상황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의 존재에 가장 무신경하게 반응하는 상황은 공통적으로 사냥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때는 사람이 단 몇 미터까지 접근할 수 있다. 삵은 사냥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사람이 가까이 가도
이를 애써 외면한다. 분명히 삵은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지켜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강렬한 사냥 본능으로 인해 사람이 공격하지 않는 한 사냥을 중단하지 않는다.
이는 삵뿐만 아니라 대개의 육식동물 모두에 해당한다. 삵은 갈대가 우거진 제방이나 돌이
많은 산의 바위굴에다 새끼를 낳는다. 어미 삵은 안전하고 부근에 먹이가 많으면 보금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새끼들은 눈을 뜨고 사물이 완전히 보이면 굴 입구로 나와 장난을 치며 어미를 기다린다. 그러다 사람이
나타나면 놀라 굴속으로 숨는다. 이때 멀리 떨어진 채 앉아 기다리면 새끼들이 다시 굴 밖으로 나온다.
새끼들은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채 나를 쳐다보지만 결코 굴 입구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번은 이미 알고 있는
삵의 굴로 새끼를 보러 갔다.
그때 까투리 한 마리도 새끼를 거느린 채 삵의 굴 근처를 지나다가 나를 보고 날아갔다.
까투리는 가까운 곳에서 꺼병이(꿩병아리)들을 부르는 소리를 냈다. 어미의 부름에 꺼병이들도
조심스럽게 삐약삐약 하는 소리로 응답했다.
잠시 뒤 굴 입구에서 새끼 삵들이 서로 경쟁하듯 고개를 내밀었다. 아마 굴 속에서 잠을 자다 ‘먹이(꿩병아리)’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새끼 삵들은 삐약거리는 소리로 귀를 향하면서도 눈은 나를 응시했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과감하게 굴 밖으로 나와 꺼병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결과적으로 새끼 삵의 꿩 사냥은 실패했지만 사냥에 몰입하는 삵의 행동을 여실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한반도 동물 생태계의 최정점에 있는 동물

- ▲ 삵의 발자국. 위의 것이 앞 발자국, 아래의 것은 뒷발자국이다.
- 전형적인 고양이과 발자국으로 발톱자국이 찍히지 않았다.
당시 그 친구는 한 농가를 빌려 작업실로 쓰고 있었는데, 그곳으로 놀러갔다.
그때는 등줄쥐를 촬영 중이었고, 마당에는 등줄쥐를 키우는 어항이 늘어서 있었다.
어항 뚜껑은 철망으로 덮어 놓았는데, 쥐들이 밤이면 이빨로
철망을 긁어댔다.
9월 어느 날 밤, 농가 부근에 살던 어린 삵이 마당으로 들어와 어항 곁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마도 쥐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침입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항 속의 쥐를 보며 온갖 궁리를 다 하는 듯했는데, 내가 손전등을 비춰도 재빨리 도망치지 않았다.
슬금슬금 걸어가는데 눈길은 쥐의 움직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어린 삵은 쥐를 못 잡은 대신 대문 밖에서 기르던 병아리를 낚아채 갔다.
당시에는 호기심과 재미난 관찰 욕심으로 그냥 내버려뒀다.
그러나 삵이 병아리를 훔치면 닭장을 완벽하게 고치든지, 삵의 접근을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
병아리 도둑이 닭 도둑이 되고, 이는 필시 삵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삵은 영역성이 강하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암컷의 경우 다른 삵이 제 영역을 침범하면 필사적으로 싸운다.
2003년 6월 어느 날 서산 간척지의 논둑을 걷다가 제방에서 고양이가 싸우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필시 삵이 싸우는 것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소리 나는 쪽으로 접근했다. 평소 관찰하고 있던
3마리 새끼의 어미가 다른 삵을 짓누르고 있었다.
최초 발견시에 나와 삵의 거리는 약 30m였는데, 2m 앞까지 접근해도 나를 인식하지 못했다.
두 마리의 삵이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 갈대밭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 안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침입자가 하천(와룡천)을 헤엄쳐
도망가서야 싸움은 끝났다.
삵은 우리나라 고양이과 동물 4종(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삵) 중 유일하게 그나마 장래가 보장된 종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는 호랑이가 한반도 생태계의 최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역할을 삵이 대신하고 있다. 호랑이는 삵에 비해 약 60배 가량 더 크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현재 한반도 생태계의 질은
100년 전에 비해 1/60로 악화되었음을 의미한다.
/ 글 사진 최현명 조경·동물연구가·<야생동물 흔적도감>(최태영 공저
첫댓글 군대 있을때 위병근무를서다보면 가끔 산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선임이 말하길 삵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크진 않을진데... 울음소리하나는. ㅎㄷㄷㄷ
저도 군에 있을때, 삵소리 듣고 정말 깜짝놀랐었는데 ㅎㅎ , 진짜 등골에서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발 멸종되지 않았으면 ㅠㅠ
제발 동물보호에 신경 좀 쓰시길..
생태통로도 좀 많이 만들어주고
멸종위기 보호종 지정만 하면 뭐함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