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중국 순례에 동행하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세종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인 한수산 선생님은 이 시대의 거울같은 분이십니다. 한수산 선생님을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리와 함께 길을 떠나시는 기회여서 선생님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춘천 토박이(1946년생)인 선생님은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수학하셨습니다. 196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그리고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4월의 끝>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 중의 하나인 <부초(浮草>를 발표하면서 짙은 감성, 화려한 문체로 1970년대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1981년 중앙일보에 장편소설 <욕망의 거리>를 연재했는데 소설 중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 문제가 되어 유명한 "한수산 필화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일로 신문사 관계자들과 함께 한수산 선생은 정보기관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정신을 완전히 놓을 정도로 심신이 망가지는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사건은 당시 문화계를 거의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지만 1980년대 초 암울한 전두환 정권의 강력한 언론 탄압정책으로 필화사건 자체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지지도 못했습니다.
한 선생님은 오랜 고초를 겪은 뒤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석방되긴 했지만 당국의 감시와 박해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1988년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르지 못한 채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오랫동안 일본에서 머물게 됩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불길이 다시 오르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또 1997년부터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후진을 양성하며 글을 써 오시고 계십니다.
날카롭고 예리했던 선생님의 글은 혹독한 십자가의 길에서 이젠 그리스도의 사랑과 여유를 한껏 가슴에 안은 아름다운 글들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수산 선생님은 그동안 홀로 성지순례를 다니시며 참혹한 순교의 현장을 호흡하고 또 그 시절로 돌아가 순교자들과 함께 아파하며 기도해오셨습니다. 그 동안 가톨릭 잡지에 써 왔던 글들이 모여 2000년에 생활성서사에서 출판한 성지순례기 <길에서 살고 길에서 죽다>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
공교롭게도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일생을 묘사하는 데 이 책 제목만큼 감동적인 울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주교님은 정말 '길에서 살고 길에서 죽은' 우리의 목자였습니다.
한수산 선생님이 자연스레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일생과 성덕에 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하느님의 섭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선생님은 이번 순례길에서 브뤼기에르 주교님, 그리고 그의 애제자 왕요셉의 길을 함께 따라갈 것입니다. 단순히 현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서 주교님의 고통과 기도, 그리고 눈물과 육신의 고생까지 함께 겪으실 것입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영성이 이젠 한수산 선생님의 글을 통해 부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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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브뤼기에르 주교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중국순례에 한수산 선생님과 함께할수있게 되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