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사탕발림 공약의 결과다
정부가 어제 동남권 신공항 사업 백지화를 공식화 했다. 후보지인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떨어져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도 투자 대비 편익성이 낮다면 추진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화를 키우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은 늦었지만 당연하다.
걱정스러운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냉정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공항을 건설한다 한 들 현재 적자에 허덕이며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다른 많은 지방 공항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쉽더라도 '불복종 운동'이니 하는 과격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도 주민들을 선동하는 언행을 삼가야 함은 물론이다.
신공항 사업은 사실 시작부터 잘못됐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데 과연 동남권에 또 다른 대규모의 국제공항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정치적 고려로 추진됐다는 게 문제의 출발이다. 더욱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면 경제성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당연함에도 표를 얻기 위해 덜컥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게 화의 근원이었다는 얘기다.
타당성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는데도 역시 정치적 고려로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 논란을 더욱 키운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백지화와 관련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다. 국익을 생각했다면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2009년 12월에 백지화 했어야 했다. 결과 발표 사흘 전에 백지화를 흘리고는 부랴부랴 평가단을 꾸려 반짝 실사에 나선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 그러니 누가 흔쾌히 결과에 승복하겠는가.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사탕발림 공약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 신공항 백지화를 달콤한 선심성 공약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정치권의 반성 못지않게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중요하다.
어경선 / 아시아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