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치는 춘장대 지난 추억 더듬고
쌀쌀한 겨울 바닷가를 바라보면 나는 추억들을 하나씩 머릿 속에 떠올린다. 여름과 달리 슬그머니 다가오는 파도와 그 흔한 발 자국 하나 없는 모래, 그리고 살을 에이는 듯한 바닷 바람….
늘 그 모든 것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고스란히 지키고있다. 이들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지나간 세월의 소중함을 비로소 느낀다.
일생의 한가지 한가지가 파도에 밀려 다가오고 자신이 지내온 삶의 흔적을 백지와 같은 모래 위에 살며시 새겨 놓는다. 이래서 겨울바다는 여름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전주에서 출발한 지 2시간여가 지난 오전 9시20분. 춘장대해수욕장은 겨울비로 인해 물기를 잔뜩 머금은지 오래다. 아직까지 해는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부끄러워서인지 구름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못하고 있다.
파도와 모래가 만나는 경계선을 따라 걸어가자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옷깃을 자연스럽게 여미게 한다. 춘장대 해수욕장을 떠나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의 홍원항으로 무작정 달렸다.
이 곳은 작은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고, 머리위로 갈매기들이 노니는 등 고즈넉한 어촌의 분위기를 자아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절로난다. 아마도 조그마한 포구가 주는 매력때문이리라. 이 작은 포구를 뒤로 하고 동백정으로 향했다. 승용차로 길어야 5분거리. 서천화력 발전소를 끼고 돌아 매표소를 지나니 그 유명한 동백정이다. 이 곳의 분위기는 인공미와 자연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인간들이 자연에 억지로 가공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나지만 반면에 정자에 올라 짐을 풀어 놓고 시선을 멀리 내다보면 가히 서해안의 절경임에는 틀림 없다. 불과 해발 50m도 안될 것으로 보이는 동백정에 올라 시선을 앞에다 두면 오력도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마치 손을 쭉 뻗으면 잡힐듯한 거리. 매력은 늘낄만한 섬은 아니지만 외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유일한 섬이다. 갑작스러운 겨울비로 시야가 불분명한 동백정 바로 밑에는 할 말많은 파도들이 출렁거린다. ‘이 곳에 왜 왔고, 언제 갈 것인가’라고 무언의 반응이라도 보이는 듯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곳의 동백꽃이다. 강한 바람때문에 키가 다른 곳의 6∼7m에 비해 2m에 그치는 동백 나무. 비록 난장이지만 꼼꼼하게 주위를 돌아다니면 연인들의 속삭임을 느낄 수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눈을 크게 뜨고 한적한 숲 속을 찾아보라)동백정을 내려와 마지막으로 해돋이·해짐이마을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해돋이·해짐이 마을은 얼마전 부터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단골코스다. 먼 장소에서 해가뜨고 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 이 때문에 1박2일의 코스가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의 해돋이는 사방의 검은 장막이 조심스럽게 사라졌다 그 붉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뒤 해는 기지개를 천천히 켠다음에 하늘이 검은색으로 돌변하더니 점차 더 짙은색으로 변하고 자취를 조심스럽게 감춘다. 이처럼춘장대주변의 비경은 자연의 그 자체보다는 사람마다 소중한 추억을 듬뿍 담고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소다.
전주에서 춘장대를 가려면 우선 전군간도로를 타고 서해안 고속도로 나들목으로 빠져 나온다.
춘장대 주변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장소
충남 춘장대를 방문했다면 주변의 다른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금강이 끝나는 충남의 서남단에 자리잡은 장항항도 옛 추억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군산까지 가는 것도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 또 서면 도둔리와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간을 잇는 총길이 3.47㎞의 부사방조제는 낚싯객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장소.
더불어 연인들의 추억을 만들수있는곳으로 이미 정평나 있다. 고려시대 문신 두영철의 유배막이 있었다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염분과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신경통에 좋다.
이와함께 세계적인 희귀어종 등 15만여점을 전시한 해양박물관과 특화시장은 한번쯤 둘러볼 장소.
숙박시설
겨울철 춘장대 주변의 명소를 찾게 되면 그다지 숙박에 큰 걱정을 안해도 될 듯 싶다. 춘장대 해수욕장을 따라 홍원항과 동백정주변이 모조리 민박 등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하지만 숙박시설을 정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숙박시설에 따라서 많게는 1만5,000원에서 적게는 5,000원까지의 차이가 있으니 세심히 알아보고 또 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팬션형(컨테이너박스)의 경우 모텔형보다는 저렴하니 가급적 이런 곳을 고르고 짐을 푸는것도 괜찮다. 일반적으로 해수욕장주변을 예로 1박2일 숙박비용은 4만원∼4만5,000원정도지만 휘황찬란한 모텔에서 하룻밤은 부담을 가질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알아보는게 좋다.
정보:새전북일보
○ 춘장대 찾아가는 길 (전주기점)
서해안고속도로를 쭉 타고 춘장대나들목(IC)까지 다다른 다음에 우회전한 뒤 21번 국도(비인방향)를 타고 3㎞가량직진한다.
네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하고 607번 지방도로를 타면 춘장대해수욕장과 홍원항, 동백정 등을 찾아갈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전군간도로에서 금강하구둑 나들목으로 빠져 나간 뒤 금강하구둑을 지나 서천장항간 국도 4호선과 21호선을 타고 진입해도 된다. 넉넉잡아 전주에서 승용차로 1시간30분내지 2시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