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의 결사대....
손문(쑨원)을 지키기 위해 모인 8인...
돈을 돈답게 쓰고 나눌줄 아는 슬프고 애상한 눈빛을 가진 대부호(옥상), 시대를 변혁하려는 혁명가,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부딪히는 대부호의 아들, 사랑에 빠진 선량한 인력거 꾼, 이루어 질 수 없는사랑의 상처로 좌절에 빠진 무예의 고수, 도박에 빠져 사랑을 지키지 못한 무예의 고수, 전직 승려이자 싸워본 적이 없는 초두부 파는 남자,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버지 때문에 옮겨다니는 것이 지겨웠던 여자.
이들이 펼쳐내는 영화는 대부호(옥상)의 눈빛의 느낌으로 일관되고 있는 것 같다. 시대의 불안함이 그대로 그의 눈빛에 드러나고 있는것 같다.
청조말기- 신해멱명이 일어나기 전... 쑨원의 비밀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결성된 8인의 결사대는 대부호의 인간미 넘치는 설득과 관계에 의해 결성되게 된다.
대부호가 참여한 것은 친구를 돕기 위해서였고, 혁명가인 친구가 죽은 줄 알고...망해가는 청나라 정권의 박해가 부당하다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친구로 인해 이미 쑨원의 사상에 동조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혼담을 넣어달라고 대부호에게 청한 인력거 꾼...그리곤 아무런 주저함 없이 결사대에 참여하고,
아버지의 딸을 사랑한 댓가로 그 여자는 죽었고 평생을 괴로워 하며 산 남자를 대부호는 그래서는 안될 일이었다며 그의 집안에 가보를 돌려 주었고 그는 마지막 자신의 무예를 불사르게 된다.
초두부를 파는 전직 승려...외모와는 달리 그는 한번도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를 지켜달라는 대부호의 부탁을 아무런 질문없이 수용한다. 혁명을 위해 옮겨다녀야 하기에 딸을 학교에 보내지 못했던 아버지 - 아버지를 죽인자를 찾아서 결사단에 참여한 여자, 도박에 빠져 사랑한 여자가 대부호에게 시집가버리자 그녀를 원망하던 무예 절정 고수...그녀의 딸이 자신의 딸임을 알고 대부호를 지켜 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대부호에게 자신이 딸의 아버지임을 인형을 통해서 밝히고 죽는다.
8인의 결사대는 대부호와 혁명가만 살고 모두 죽는다.
대부호(옥상)는 그의 아들이 그 일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나이 40에 얻은 독자이기에....
너무나 사랑한 아들을 잃은 절규의 울음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러나 이미 그 울음은 예정된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같다.
친구의 부탁으로 쑨원을 지키기 위해 참여하게 되는 자신과 - 대부호 자신을 보고 모인 5인 - 그런 대부호를 지키기 위해, 딸에게 아버지 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참여한 1인,
정말 혁명이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를 알고 참여한 이는 혁명가와 대부호의 아들 뿐이다.
대부호는 친구의 부탁과 아들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호와의 인간적 관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역시 결과는 혁명때문이었고 쑨원을 지키기 위해 결사대에 참여하고 죽은 것과 다름없다.
그것은 이미 중국에 부는 혁명의 바람이 그들에게는 필요했고 염원했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결사대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결사대에 참여하라고 부탁한 대부호가 그의 아들만은 살아 남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토록 살리고 싶어했던 아들의 목숨과 초개처럼 쓰러져간 자들의 목숨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호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그래도 죽은 아들을 부여잡고 우는 그의 모습은 눈물이 나게 한다.
이름없는 목숨들이 쑨원과 혁명을 위해 죽어갔고...그 혁명이 그들에게는 죽음이란 댓가를 지불하게 하였지만...
그들이 바란 것은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그것이 아니라...중국 인민을 위한 것이었기에...쑨원을 믿고 의지하였기에..청나라 말기에 새롭게 부는 혁명의 바람..그것을 신뢰하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쑨원- 혁명을 신뢰한 그들에게 쑨원이 중국에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지는 중국민들 스스로가 알것이다.
개인에게 보았을 때는 혁명이 도대체 무엇인가...? 라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그렇게 가슴에 품은 이상이 실현되기 어려울 지라도
그들의 죽음은 숭고하다. 아니 숭고해야만 한다. 그들의 죽음은 그냥 죽음이 아니고 살신성인의 죽음이므로...
딸의 얼굴 한번 더 보아야 하고 아버지다운 아버지 노릇 한번 해보았어야 하는데...
엄하고도 자상한 아버지와 오래도록 살았어야 했는데...
아버지와 자신의 고향에 가서 살아야 했는데...
다시 승려로 돌아가 살고 싶었는데...
내일이면 결혼을 했어야 하는데...
결국 그러나..이들은 푸른 꿈을 남겨놓고 모두 죽었다.
오직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한 남자만이 진정으로 원한 죽음을 죽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던 그 길이 죽음의 길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길을 갔다.
살아남은 자의 절규를 뒤로 하고....
그들 죽음의 무게는 태산과도 커서...마침내 신해혁명은 일어나게 된다.
그것을 해내었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 이후는 어떻게 흘러갔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신해혁명이 일어났다.!..라는 그 사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므로...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이 스스로 원하여 행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족에게 따뜻한 인간미와 불안한 시대에서 어떻게 처신을 하며 제 위치를 지키며 살까를 고뇌하는 대부호의 애상한 눈빛에서 사람이 한 순간 한순간의 시간과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이어져 가는가를 보여주는 것도 같고...
한편으론 시대는 달라도 대놓고 결사대를 저지하는 청나라 정부를 보면서... 백주 대낮에 청나라 군인들의 무자비한 공격은 조폭과 다를 것이 없었다.
묵인하에 자행되는 암살 지령...왠지 뭔가 오버랩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렇게 찬 바람 스치듯 애상한 울음이 스쳐 지나간다...
첫댓글 예전에 역시 썼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