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과 성찰적 시민사회
문성근(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회원)
헌법·교육기본법과 민주시민교육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교육기본법은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 함양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유지·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지상명령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은 여전히 낯설다. 특정 이념지향의 교육으로 호도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헌법, 교육기본법과 다른 방향의 길을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민주시민교육을 회피해 온 것이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를 필요로 한다’는 프리드리히 에버트(Friedrich Eber)의 말처럼 민주주의 역량을 갖춘 시민을 길러내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성숙시키기 위한 가장 절박한 과제이다.
세월호 참사와 성찰적 시민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아픔을 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보자. 필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요인을 ‘근대성의 한계’라 본다. ‘개인, 물질, 성과, 경쟁’ 등은 중세시대의 한계를 넘어 인류에게 많은 성장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많은 ‘위험’을 양산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자신의 저서 『위험사회(Risko Gesellschaft)』에서 근대적 제도들이 생산해낸 ‘위험’을 지적하며, ‘위험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일반 시민들이 참여를 통해 위험을 통제하는 ‘성찰적 근대화’를 제시한다. 즉 ‘위험사회’를 극복하는 핵심은 시민의 참여에 있다는 것이다.
성찰적 시민은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시민성과 권리와 참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시민권을 균형감 있게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명확히 확립하고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태도와 역량을 갖춘 자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많은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시민역량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아예 민주시민교육을 독립된 교과목으로 만들어 정규교육으로 실시하는 나라도 있고, 모든 교과 과정에 민주시민교육을 포함시켜 교육하는 나라들도 있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디딤돌, 민주시민교육
근대가 낳은 가장 파괴적인 위험을 자행함으로써 인류에 큰 상처를 입힌 독일은 철저한 민주시민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성찰적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 학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은 1976년 각계각층이 모여 체결한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이다. 교화와 주입을 금지하고, 논쟁이 있는 사안은 그대로 전달하며,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시킬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협약의 핵심이었다. 이 협약에 따른 시민교육의 결과 독일사회는 더욱 민주적이고 안전한 사회가 되었다. 나아가 최근에는 보이텔스바흐 협약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공익, 공동체 정체성,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 연대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 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책임과 의무만을 강조하거나 인성만을 부각시키는 교육이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처럼 ‘가만히 있어라’고 하는 지시에 가만히 있도록 하는 교육을 지속·강화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의 교육은 균형을 잃은 시민을 길러내고 위험을 계속 확대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민성과 시민권을 균형있게 가진 성숙한 시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민주시민교육이야 말로 성찰적 시민사회,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