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름 달
심창섭
비단병풍산*이 환해졌다는 건
어느새 강물 풀려 봄 열차가 당도했다는 사실
여린 봄볕의 유혹에 이른 나들이 나온 생강나무 꽃
아직은 발 시리지만 첫 외출이라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봄내 골 노루꼬리 봄날의 꽃 등불 점등식에
초대받은 산수유 덩달아 노랑물감 풀기 시작하고
나도 빠질 수 없다며 미처 눈곱도 떼어내지 못한 채
공지천 변을 채색하는 개나리꽃무리 부산스럽습니다
연둣빛 품은 그 노란 봄날이 수상하긴 했지요
외 사랑마저 어긋나 더듬거리다
울대를 거슬러 오른 붉디붉은 꽃잎 한 무더기 쏟아내고
봄날을 등진 천석지기 댁 총각
그곳에서 푹 고아낸 닭 몇 마리와
뱀탕으로 허한 가슴은 충전하셨는지,
그곳에도 병아리 떼같이 동백은 무리지어 피어나고
도토리처럼 올차던 점순이 키가 크기는 했는지요
번호 몰라 통화할 수 없는 당신의 근황 궁금해
노란색이 툭툭 번져나가는 시루마을**
너른 한들*** 에움길을 수줍은 듯 돌아나가는
경춘 열차의 꽁무니에 매달린 봄볕
나비는 아직 꿈속에 머물지만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동백
그대와 이 봄의 온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물오름 달 스무아흐레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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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 병풍산: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과 동산면 사이에 자리한 금병산
** 시루마을: 춘천시 신동면 증리甑里 김유정 생가마을
*** 한들: 신동면 증2리의 너른 농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