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는 길을 잃어도 괜찮다
여행에서 실수는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다.
비행기를 놓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실수는 결코 추억이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길을 조금 잘못 들거나, 말을 엉뚱하게 알아듣거나,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는 정도의 실수는 여행에 뜻밖의 이야기를 남긴다.
파리는 그런 실수가 잘 어울리는 도시다.
지도를 보고 분명히 센강 쪽으로 걷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처음 보는 골목에 서 있다. 목적지는 점점 멀어지는데 창가에는 예쁜 꽃이 놓여 있고, 작은 빵집에서는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흘러나온다.
처음에는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하지만 잠시 멈춰 주변을 바라보면 오히려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이 골목을 만날 수 있었을까.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는 자신 있게 커피를 주문했는데, 생각했던 커피와 전혀 다른 작은 잔이 나왔다. 나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앞에 두고 한동안 당황했다. 우유가 든 커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직원을 다시 부를까 고민했지만, 결국 그 작은 잔을 천천히 마셨다. 처음에는 쓰기만 했던 커피가 몇 모금 지나자 이상하게 파리의 맛처럼 느껴졌다.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누군가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잘못 주문한 커피는 실수가 아니라 파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한 장면이 되었다.
여행은 계획대로 움직일 때 편안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흘러가면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잘못 탄 지하철 때문에 낯선 역에서 내리고, 어렵게 찾아간 식당이 문을 닫아 골목의 작은 식당에 들어가고, 서툰 프랑스어 때문에 서로 다른 말을 하다가 함께 웃는 순간들.
그런 장면들이 쌓여 여행의 표정이 된다.
우리는 여행지에서도 자꾸 완벽하려고 한다.
정확한 시간에 움직이고, 유명한 장소를 빠짐없이 보고, 실수 없이 주문하고, 사진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파리는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고, 가끔은 엉뚱하게 걸을 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도시다.
길을 잃어 만난 골목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고, 잘못 주문한 음식이 새로운 취향이 될 수도 있다. 동문서답으로 시작한 대화가 오래 기억되는 웃음이 되기도 한다.
여행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완벽했던 순간이 아니라,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결국 웃을 수 있었던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파리에서는 조금 실수해도 괜찮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더라도 그 사이에 만난 풍경이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른척 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다 효자가 된다고 합니다.
부자(富者)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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