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에 나의 생일이 있다. 음력으로 생일을 보내다 보니 크리스마스 전후로 생일을 맞는다. 덕분에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서 한 달 동안 생일처럼 보낸다. 한 달 전에 미리 난 화분을 보내주시는 은사님은 한 달 동안 즐겁게 보내라고 미리 선물을 보내신다고 하셨다. 거실에서 다소곳이 앉아있는 난 화분을 볼 때마다 행복하다. 선생님 마음이 난향으로 내 마음을 날마다 채워준다.
날씨가 겨울답게 어깨가 웅크려지게 쌀쌀하다. 추울 때가 된 것이다. 그동안 이상 기온으로 봄처럼 포근했는데 이제는 겨울 동장군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다. 목도리도 챙기고 롱 패딩도 꺼내서 거풍을 해놓았다. 날씨가 추워서 운동은 계단 오르내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걷는 것보다 운동량이 훨씬 많다.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20층까지 두 번을 오르내렸다.
남편과 생일 선물을 사러 나갔다. 그다지 사고 싶은 것은 없지만 남편과 데이트하고 싶어서 마트를 갔다. 운동복을 사 달라고 했다. 운동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마땅히 입을 운동복이 없어서 사달라고 했다. 성탄절 선물도 살 겸해서 나들이를 나섰다. 마트에는 어린이들이 북적북적했다. 성탄절 선물을 고르는 아이들 얼굴이 복사꽃처럼 곱다. 장난감 판매대에 서 있는 여자 어린이는 인형 앞을 떠나지 못하고 마네킹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인형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어릴 적 내 모습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해마다 성탄절 선물을 미리 애들에게 받아놓는다. 산타가 해마다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엄마가 주는 것을 알지만 기쁘게 쪽지에 써서 트리에 달아놓은 양말에 넣는다. 올해는 큰아들이 서울에 있으니, 전화로 내가 받아놓았다. <미니 에어프라이어>를 말했다. 작은아들은 <갤럭시 버즈>를 적어서 넣었다. 남편은 딱히 없다고 하니 내가 알아서 적어 넣을 것이다. 이런 이벤트가 가족에게는 미래의 기억이 될 것이다. 추억이 많은 아이들로 살게 하고 싶어서다.
운동복과 얇은 패딩을 선물로 받았다. 립밤이랑 마스카라. 마사지 팩을 샀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병원에도 다녀오고 마트에서 쇼핑도 마치고 재래시장에서 족발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소주 한잔에 족발을 곁들여서 저녁으로 대신했다. 아직도 족발은 나에게는 그다지 친숙한 음식은 아니다. 남편과 아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한두 점 곁에서 거들어준다. - 2023년12월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