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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대제는 없다> 북콘서트
이야기 손님 : 김경근, 콜라비

사회자 : 노동시간, 교대제에 대한 얘기를 해 보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좋은 책을 만든 <좋은 교대제는 없다> 저자 두 분을 모시고 얘기해보겠다. 오늘 이야기 손님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김경근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고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콜라비 : 직업환경의 전문의로 일하고 있고, 콜라비로 불러달라.
사회자 : 이 책에 대한 소개와, 노동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해 보고 싶다. 강남역을 지나는 시민분도 근무시간이 길어서 회사에서 과로로 혹사당하는 분도 있을거다. 법정 근로시간은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실제는 과로에 노출되어 있다. 예전에는 법정 기간 근로시간 보다 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로로 짧다. 기준도 다른데, 노동시간을 누가 정했는지 들어 보는 등 다양한 얘길 들어보면 좋겠다.
김경근 : 초 장시간 노동에 대해서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 교대제는 노동시간의 부분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얘기를 많이 해 왔지만 어쩔 수 없다고도 얘기해 오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교대제를 선택해서 얘기해봤다.
교대제는 새로운 게 아니라 1800년 대에 생겼다. 시간이 돈이 되면서 임금 노동이 되고, 노동시간이 중요하게 된 것 같다. 새로운 방식의 노동, 새로운 방식의 임금이 생기면서 고용주, 일하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생겨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사회자 : 노동이 자본주의가 시작되었을 때, 노동 시간이 훨씬 길지 않았나? 과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설명 좀 해달라.
김경근 : 맨처음에는 교대제가 없었다. 하루에 16시간씩 일했기 때문에. 재밌는 건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현대노조도 14-5시간 일하는 경우도 존재했었다. 과거에 사라진 줄 알았던 노동이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초창기 비인간적인 노동에 대해 노동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12시간 노동을 주장하기 시작했다.그 후 10시간 노동법으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사회자 : 16->8시간으로 시간이 바뀔 때, 자본가들이 알아서 바꾸기 보다는 노동자의 투쟁에 의해 얻어낸 것이 아니냐.
김경근 : 양심적인 자본가, 장시간 노동이 생산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가진 이,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 이런 흐름이 있었다. 하루 8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어 많은 이들이 죽기도 하고 잡혀가기도 했었다. 하루 8시간 노동시간을 획득한 기념으로 메이데이가 생기게 되었다.
사회자 : 1880년대 후반에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노동자들이 주장하였다. 100년 전의 주장 덕분에 현재의 노동 시간에 따라 살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는 8시간보다 많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힘이 약해 진 것 아닌가 싶다.
노동 시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경근 : 성인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일터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의 의미, 그 곳에서 무엇을 느끼는지도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 잠을 자는 것뿐이라면,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한 명의 생각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 사회가 조직되어 있는 방식이 잘 못 되어 있다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실제 변화 가능한 노동시간의 변화를 생각해 보았다.
사회자 : 돈이냐, 삶이냐. 무한 노동을 통해 돈을 뺏어가려는 자본가와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는 노동자가 있고, 또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투여해서 돈을 벌려하는 이도 있고. 돈이냐. 삶이냐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좋은 교대제는 없다>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교대제로 일하는 이가 10프로라고 한다. 반도체 노동자도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하기도 했다. 교대제에 대해 얘기를 해 봤으면 좋겠다. 교대제가 무엇인지 설명과 함께 교대제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무엇이 있을지 얘기해달라.
김경근 : 한국에서는 10-15프로가 교대제로 일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교대제란 동일한 업무를 여러 명이 번갈아서 수행하는 걸 말한다. 영어로는 shift 라고 하는데 파트타임도 교대제에 포함된다. 밤늦게 출근해서 아침에 퇴근하는 것도 shift 에 해당한다. 외국에서는 다른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것을 대체하는 것이므로 이도 교대제도 봐야 한다.
사회자 : 많은 이들이 교대제로 피로감을 호소하지 않나.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는 분들 중 여성분들이 생리 불순, 하혈을 호소하기도 한다. 화학물질과 함께 교대근무도 영향을 크게 주었으리라 생각하는데, 직업환경의학과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콜라비 : 교대제로 인한 영향은 많다. 흔한 건 수면문제가 있다. 교대 근무로 인해 잠을 잘 못잔다고 많이 답변하신다. 여러 연구를 보면, 교대 근무를 하는 분들이 수면 시간도 짧고 잠들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수면의 질도 좋지 않다고 나온다. 이로 인해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사회자 : 질병은 생기지 않나?
콜라비 : 결과가 확정적으로 나온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등이 교대 근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나온다. 위장 질환도 있다. 속쓰림, 소화 불량도 많이 호소하시고 연구 결과도 그렇게 나온다. 대표적으로 암도 심각하게 나온다. 교대 근무가 암이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수업시간에 알게 되었을 때 충격적이었다. 어떤 물질에 의해 암이 생길 수도 있지만, 교대 근무가 발암 물질로 분류되어 있기도 한다. 발암 물질 위험도에 따라 분류되어 있는데, 교대 근무가 발암성이 거의 확실한 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유방암도 교대 근무와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자 : 수면부족, 뇌졸중, 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충격적이다.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반도체, lcd에서 일하다가 각종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렸다고 제보된 수는 230이 넘고 그 중 76명이 걸렸다.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도은 님도 교대제 근무가 유방암 유발로 산재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유방암에 걸린 이들이 다 승인 받은 건 아니다. 근무 시간이 짧다고 하여 불승인 받기도 하여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설명을 부탁한다.
콜라비 :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대 근무를 5년, 20년 차이들이 있을텐데, 연구 결과는 제각각이긴 한다. 얼마나 일하면 유방암에 발생하는지는 연구 결과마다 다르다. 국내에서 산재 판정을 할 때 다른 나라의 선례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덴마크 항공기 승무원들이 암에 걸려 산재로 인정 받았는데, 교대 근무 20년을 기준으로 정해 놓았다. 최근에는 그 기준을 25년으로 엄격하게 변하기도 했다.
암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오래 교대 근무를 하면서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던 분들은 다양한 암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 분들이기에 노출기간을 단일한 기준으로 삼긴 힘들다.
사회자 : 이숙영, 황유미씨와 같이 일했던 2교대로 일했던 분이 불승인 받았던 이유는 방사선, 교대제, 화학물질 영향이 복합적으로 노출되었을텐데, 그 근거가 없다는 거였다.
심야노동을 바꿔보자, 교대제를 바꿔보자는 운동이 있지 않았나.
김경근 : 한국은 주야 맞교대로 불리는 2개 조가 하루종일 공장을 돌리는데, 외국에는 이런 경우가 없다.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싶다면 적어도 3개조여야 하고, 이렇게 하면 쉴 수가 없으니, 5조 3교대, 7조 4교대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계산 간단하게 주야 맞교대로 해 왔다. 2000년대 초반에 과로사로 몇 사람이 죽기 시작한다. 임금, 고용도 중요하지만, 동료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 경각심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현대 자동차들은 연간 1000시간을 외국보다 일하고 심야 노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정보도 나오면서 노동자들이 다르게 사는 것에 눈을 뜬 것 같다. 밤에 일하지 말자는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그 게 될까. 사측도 노동자도 생각했지만, 점점 한국 사회가 여러 측면에서 달라지면서 인간의 생명에 대해 존중하고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심야 노동을 줄여보자는 운동이 벌어져 10년 간 갈등, 협상을 거치면서 현대 자동차는 올해부터 하루8시간 일하게 되었다. 밤에는 공장이 멈추는 변화를 이끌어 낸 것 같다.
사회자 : 현재 시청에서 농성 중인 유성기업은 현대자동차 부품을 만들자는 하청 업체으로 “잠좀 자자”고 외쳤었다. 거기에 기업은 교대 근무 형태를 바꾸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는 노동탄압을 했다. 근무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아 연대의 움직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이 곳은 삼성전자 앞이고, 삼성 반도체, 엘씨디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병에 걸린 이들의 상담을 받다보면,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도 공장이 멈춰서는 안 된다. 큰일 난다고 생각하기도 하더라. 몇 년 전 불산 누출 사고가 났을 때도 노동자들도 공장을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김경근 : 절대 불가능 하다 생각했던 밤에 공장을 멈추는 것을 사람들이 해냈다. 얼마전만 해도 24시간 돌아가던 대형마트를 바꿔내기도 했다. 노동시간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가능할 것 같다. 철강 용광로를 식히지 않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게 하지만, 얼마든지 조직하고 배치하는 것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호 장치, 혜택을 주는 장치를 마련하는 걸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해치지 않은 배치가 필요하다.
사회자 : <좋은 교대제는 없다> 라는 책 제목인데,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개선된 교대제는 없을까.
콜라비 : 교대제를 가급적 안 하는 게 첫 번째다. ILO 에서도 불필요한 교대제를 하지 말라고 한다. 병원은 24시간 응급 환자가 있어 교대 근무를 피할 수 없다. 발전소도 불가피 하다. 그런 곳은 정방향 순서로 교대제를 짜라는 얘기가 있다. 시간이 흘러가는 순서대로 하면 그나마 건강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야간 근무를 하고 난 뒤에는 충분한 휴식 근무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야 하고. 야간 중간에 휴게 시간을 확보하라는 권고사항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떤 사업장은 거꾸로 배치되어 있기도 해서 권고가 아니라 강력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사회자 : 삼성을 향한 쓴소리를 부탁한다.
콜라비 : 직업 환경을 전공하는 의사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마음으로 환자를 만들고 노동자들을 만나는데, 의사로서 한계가 있다. 건강 문제는 우리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교대 근무를 바꾸기 위한 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삼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글로벌, 대기업으로 롱런하려면 직업병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잘 듣고 회사 차원에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삼성의 운명이 여기에 걸려있다 생각하며 열린 자세로 임해야 한다. 닫힌 자세로는 좋은 기업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이다.
김경근 : 2015년에는 노동시간이 전 세계 1등인 나라가 우리 나라다. 초장시간 일하는 건 참 한결같다. 한편,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도 변화하고 있다. 반올림이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는 한 삼성도 변화하리라 생각한다.
사회자 : 오늘 주옥같은 얘기를 오랫동안 해 주신 게스트에게 박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