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식량문제와 관련해 단기 전략은 물론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전 세계가 20~30년 후 급증할 인구수에 비례해 식량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석유 등 에너지 문제는 대체 에너지를 개발할 능력이 있지만 식량은 대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농업, 농촌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기지”라고 했고,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농업은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강조하고 있는 터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요, 농업인에게 힘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MMA(최소시장접근) 쌀은 16만6070t인데 가격을 국제시세(t당 730달러)의 30% 이상(t당 1000달러)으로 제시해 2월과 6월 두 차례 입찰 결과 유찰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요구했지만 막무가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식량안보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가 쌀을 자급하고 있기에 버티고 있지만 만약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경제관료와 재계는 농업, 농촌을 개방화 시대 성장의 걸림돌 정도로 생각하는 잘못된 농업관을 불식시켜야 한다.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식량재배 면적의 감소와 물 부족,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식량 공급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에, 인구 증가와 소득 향상으로 인한 식량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곡물소비 증가는 국제적 수급 불안정을 증가시키고 있다.
국민들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식량 위기와 식량의 무기화에 대응해 국내에 일정한 식량생산력을 유지하는 것은 농업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7%에 지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오늘날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잊혀지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앞으로도 더욱 떨어져 식량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식량자급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쌀이 100% 자급되었기 때문인데 2014년에는 쌀의 의무수입량이 41만t으로 증가하게 되면 쌀의 자급률이 90% 전후로 낮아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FTA 진전 등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지금 같은 가격경쟁력 조건하에서 국내 농업생산의 위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진국가에서조차 새롭게 평가되고 있는 농업, 농촌의 가치(식량안보,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의 안정 공급, 국토 및 환경의 보전, 경관 및 휴양공간의 제공, 전통문화의 계승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농업, 농촌과 식량을 지켜내야 한다.
추수철 고향으로 오가는 길목 들판의 황금물결을 감상하면서 이 나라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하영택(농협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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