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오감 중 하나인 미각은 대부분 후각의 영향을 먼저 받는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보았을 때 먼저 냄새를 맡고 입안에서 군침이 도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커피를 마실 때도 이러한 우리의 신체적 특성을 이용해야 더욱 커피의 풍미를 잘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혀는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의 네 가지 맛만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단순한 맛의 구별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후각이다. 우리에게 후각이 없었다면 우리가 맛보는 수많은 맛있는 음식들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이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커피를 마실 때는 가장 먼저 향기를 마시는 것이 좋다. 그 다음 커피를 조금씩 마시는데 전문가들은 이때 ‘후루룩’하는 소리를 내고 마신다. ‘음식을 먹는데 점잖치 못하게 소리를?...’이라고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점잖치 못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커피를 후루룩 하며 소리를 내어 마시면 입안에 커피 향기가 골고루 퍼지게 되어 입안의 섬세한 향이 후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커피전문가나 커피구매상인들에게는 커피 시음이 사업과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하루에 적게는 수십 잔, 많게는 수백 잔의 커피를 시음하게 된다. 아직도 커피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시음방법으로 커피를 테스트하는데, ‘컵테스팅’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여러 명의 커피 감별사들이 원형의 회전판에 올려놓은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테이블을 회전시키며 수 차례에 걸쳐 테스트하는 방법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문가들은 자신이 느낀 커피의 맛과 향, 특징을 기억하기 위해 그 느낌을 짧고 함축적인 단어로 묘사해 구별을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케냐’산 커피를 시음한 후의 느낌을 ‘대지의 달콤한 기운을 머금은 라즈베리의 여신’또는 ‘초원을 질주하는 용맹한 아프리카의 사자’ 등 자신만의 기억 속에 저장을 해놓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묘사와 평가를 통해 다양한 평이 이루어지고, 또 이러한 자신만의 느낌을 기록하고 종합해 결국 최고의 원두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음과정의 결과를 정리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네 가지 공통적인 단어로 커피시음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향기(아로마), 신맛(산도), 농도(바디), 풍미(풍부한 맛) 가 그것이다.
‘향기’는 말 그대로 코를 통해 인지하는 후각을 말한다. 우리가 맛보는 음식맛의 대부분은 후각에 의해 결정되며, 우리는 이미 꽃 향기, 커피향기, 포도주향기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산도’는 상쾌한 신맛으로 입안의 양측 면과 턱 뒤쪽에서 느껴지는 새콤한 맛을 말한다. 산도가 있는 커피를 마시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맛을 돋구기도 한다.
‘농도’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음료의 무게 또는 밀도를 말한다. 예를 들면 우유를 마실 때와 생수를 마실 때의 입안 가득한 밀도와 무게 감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풍미’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종합적인 인상을 말한다. ‘과일 향이 향기롭다 ‘라든지 ‘호두 향이 풍부하다’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