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공연업계 양극화… 홍대 인디 공연장은 문 닫고, 대형 뮤지컬은 매진행렬
“살려면 ‘투 잡’, ' 쓰리 잡’은 기본이죠.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을 지경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인디 음악의 ‘메카’로 불렸던 홍대의 라이브 클럽들은 운영이 제한됐고, 등록 공연장들도 공연에 나설 가수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면 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뮤지컬은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공연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가 공연예술산업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 코로나 이전까지는 인디 가수들의 메카로 불리던 이곳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휩쓸고 간 홍대 거리엔 적막만 흘렀다. 기타를 등에 멘 청년들은커녕 활기차게 거리를 거닐던 인파도 종적을 감춰 거리엔 매미 소리만 가득했다. 인디 가수들의 무대가 되어 주던 라이브클럽들은 문이 굳게 닫혀 있거나 간판마저 내려간 모습이었다.
30일 오후 3시 홍대입구역 거리가 텅 비어있다./윤예원 기자
서교동 소재 소규모공연장인 ‘플렉스라운지’의 대표 백종범씨는 “주변에 있던 라운지클럽 3곳이 모두 닫고, 잘나가던 공연장들이 올해 초 모두 문을 닫으며 매일같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는 “코로나 전 대비 매출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마저도 다른 공연장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가수들뿐만 아니라 공연업계 사람들 모두 ‘투 잡’ ‘쓰리 잡’ ‘단기 알바’를 뛰며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라이브클럽은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럽’이라는 말이 낙인을 찍을 수 있다”며 “운영자 중 주변에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지방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이곳 라이브클럽들은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는 학생들이나 아티스트들의 둥지같은 곳인데, 벼랑 끝으로 내몰린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연이 가능한 등록 공연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공연장으로 정식 등록된 장소라면 좌석 간격 띄우기, 관객수·운영 시간 제한 등을 전제로 한 공연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가수들이 공연을 꺼리면서 공연장에는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공연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관객을 포함해 모두 22명이 확진됐다. 사진은 확진자가 나온 공연장이 폐쇄된 모습. /연합뉴스
홍대의 유명 소규모 공연장인 롤링홀 관계자는 “7월부터 아무런 공연도 못하고 문만 열어놓은 상태”며 “공연을 할 수 있게 해도 공연을 하는 가수가 없다. 가수들이 혹시라도 관객이나 스탭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이미지가 나빠지고 스케줄에 문제가 생길까봐 우려해 아예 공연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부터 재정난 때문에 직원도 줄인 상태”라고 덧붙였다.
인근 공연장인 폼텍웍스홀 관계자도 “가수들도 코로나 때문에 괜히 입방아에 오르면 이미지가 깎이니까 공연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면도 있고 관객들이 올 거라는 확신도 없어 공연 계약이 쉽지 않다”며 “홍대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은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100석 언저리 공연장을 계약한다. 그런데 방역수칙 때문에 정원이 더 줄어드니까 영향을 받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등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위키드’는 티켓 오픈 첫날 1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으며 뮤지컬 ‘시카고’ 역시 70회 이상의 공연이 매진되기도 했다. 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는 지난 5월 티켓 판매를 시작한 공연 17회 중 11회가 하루 만에 다 팔렸고, 그중 2회는 30초 만에 매진됐다.
이용화 한국공연장협회장은 “뮤지컬 같은 대규모 공연은 아티스트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 공연장에 비해 개인이 눈치를 볼 일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작은 공연일수록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공연장에 대한 기준을 완화해줬다고는 하지만, 비현실적인 대책”이라며 “차라리 공연을 제한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주는 게 공연업계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