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 저버린 패륜 범죄, 해마다 늘어
경기도내 5년간 4228명 검거…최다
전문가 “소통 단절로 유대 약화
피해자에 대처 방안 지도 필요”
#1. 설명절이던 지난 2월10일. 고양시 한 가정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만취한 3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것. 경찰에따르면 A씨는 숨진 모친의 시신옆에서 잠이 든 채 발견됐다.
#2. 지난 3월25일, 모친을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은 40대 아들 B씨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B씨는 2013년부터 수차례 모친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을 행사했다.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못한 모친이 직접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피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을 맡은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평소 모친을 하인 대하듯 강한 명령조로 지시하거나 자기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로 협박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며 선고 사유를 밝혔다.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며 노인과 어른을 공경하는 의미로 5월8일을 어버이날로 제정했지만 취지가 무색할 만큼 천륜을 저버리는 존속 대상 패륜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가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존속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2369명이던 피의자 수는 2021년 3468명으로 46%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5년간 존속 폭행 검거 피의자가 1만293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지역에서 4228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검거됐다. 존속간 살인범죄 검거 건수도 매년 평균 30건에 달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871건(통계청·범죄자 검거 및 수사결과 현황)의 존속 범죄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가족간의 단절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족 간에 소통이 단절되면서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있다"며 "과거보다 가족간에 위계질서나 존경심이 무너지면서 벌어지는 사회 현상들이 범죄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친족 간의 범죄는 추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은폐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편적인 피의자의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후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출처: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