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어렵다
노병철
기관지가 별로 좋지 않아 겨울철만 되면 잔기침을 달고 사는지라 엄마는 늘 시골에 사는 사촌 누나에게 부탁해서 도라지와 배를 구해다 달여 준다. 한방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사포닌 성분 효과에 기대하는 모양인데 별반 효과가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아버지가 흉선암과 폐암으로 돌아가신지라 아마 나 또한 이런 암의 유전자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한다. 그래서 엄마의 걱정은 도라지나 배 같은 것에 집착한 것 같다. 하지만 건강에 강한 자신감이 있었던 터라 신경 쓰지 않고 살다가 갑자기 온갖 병이 한꺼번에 찾아와 담배, 술 끊고 몸 관리한다고 난리다.
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폐렴이다. 허파에 바이러스나 균이 들어가서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열나고 기침하고 가래가 생기는 것이다. 심하면 숨쉬기가 곤란해지기도 한다. 폐렴은 감염성 질병이므로 원인균을 찾아내어 그에 맞는 항생제 치료가 기본이다.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은 예후가 좋지 않아 항생제를 퍼붓는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성 폐렴은 비교적 호전이 잘 되는 편이고 회복이 빠르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암과 중풍과 같은 뇌혈관질환의 사망 확률은 점차 낮아지는데 폐렴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폐렴은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많이 생기고 특히 70세 이상의 노년층 환자에서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오미크론이 폐에 상처를 내기에 노인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야 버텨낼 여력이 있지만 여러 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조심하라고 당부 또 당부하는 것이다.
“왜 이제 모시고 왔어요.”
일찍 오지 않고 뭐 했냐는 타박이지만 이는 의사들이 그냥 하는 말이다. 노인에서는 젊은 폐렴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급성 호흡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 없이 입맛이 떨어지고 식사를 제대로 못 하거나, 기운이 없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고 헛소리를 하는 등 막연하고 뚜렷하지 않은 증상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단순히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오인하기가 쉽다. 의사도 이걸 안다. 그래도 막판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어른들이 코로나 백신뿐만 아니라 독감이나 폐렴 백신도 맞아야 하는 이유다.
“갑자기 패혈증이 와서 돌아가셨어요.”
아침에 폐렴으로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결국 돌아가셨다는 지인의 부고를 받았다. 폐렴을 우습게 보면 패혈증으로 진행된다. 간혹 사람들은 들리는 소리로만 판단해서 폐렴(肺炎)과 패혈증(敗血症)을 헷갈려 한다. 폐(肺)와 패(敗)는 분명 다르다. 패혈증(敗血症)은 해석하면 '피가 썩은 상태'다. 혈액 내에 고름이나 화농균 같은 염증 물질이 돌아다니는 상태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자기네끼리 욕 비슷한 발음인 “셉시스” 혹은“셉티시미어”라고 말하면 패혈증이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패혈증은 패혈쇼크로 진행하는 경우 한 달 내 사망률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사망률보다 높다.
오래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 패혈증이 생길 빈도가 높다. 중증 감염이 발생하면 혈액 내 염증 물질 때문에 세포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는 현상이 생긴다. 이때 쇼크가 발생하고 몇 시간 이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으로 진행된다. 입원 중 돌아가신 분들은 대부분 막판에 패혈증이 와서 돌아가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입원해서 좋은 일이 없다. 면역 떨어지면 패혈증 따라붙고 숨쉬기가 몹시 어려워진다. 패혈증이라고 판단되면 1시간 이내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상이다. 그래서 보호자에게 연락 오는 경우 거의 패혈증이 환자에게 왔을 때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양반이 갑자기 패혈증이 오는 게 말이 됩니까. 의료사고 같아요. 약 부작용으로 쇼크가 온 것 같은데 확실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요.”
상황이 안 봐도 비디오다. 이럴 경우 말문이 막힌다. ‘부작용’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이 말의 뜻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한 번이라도 한문으로 긁적여 보면 알 수 있는 뜻을 그냥 대충 아는 척하느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모른다고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만, 그래도 가르쳐주었으면 이해라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납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왠지 쪽팔리고 괜히 무시당하는 것 같고 더 크게 와 닿는 것은 수긍함으로써 발생할 것 같은 불이익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부작용을 한문으로 쓰면 不作用이 아니라 副作用이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작용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약을 먹으면 이런 부작용이 납니다’라고 적어 놓았고 그 문구를 읽어보면 얼굴이 빨갛게 된다는 홍조라든지 간지럽다는 뜻의 소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적혀있다. 부작용(不作用)이면 이런 증상조차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이런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부작용이란 부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약을 먹고 어떤 두드러기가 피부에 난다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기에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마치 상한 음식을 줘서 배탈 난 것처럼 성을 낸다. 설명을 아무리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침부터 설명이 길어진다.
첫댓글 설명이 어렵지 않고 쉬운데요. 병에 관해 무관심한 제게 조금 도움이 되었습니다.
설명도 쉽고 옳은 말인데...무슨 의학 강의 같습니다그려. 송하선생
수필을 너무 방대하게
끌고 가는것 아닙니까?
하기야 주제를 짐작할 수 없으니 각자 요긴하게 쓸 사람들이 있겠구려. 또 무슨 주제로 쓸런지 금새 기다려집니다.
의사선생님 강의 같습니다..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상식이 업데이트 됩니다~~
감사합니다.^^
설명이 어렵거나 귀찮은 의사는 퇴출해야함.
환자는 모르기 마련.
몰라서 묻고 또 묻는 거임.
설명 또한 진료임을 명심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