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해 군성15 산우회 금단산 산행날이다.
나 홀로 출발하여 산곡 초등학교 앞 정류장에 내려 조금 기다리니
일단의 무리가 버스에서 내린다. 먼저 내린 오제 민천식 사장이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바뀌는 찰나에 모험하듯 넓은 도로를 휘저으며 어슬렁 건너오고
다른 사람은 群星人답게 멀리 검단산을 바라보며 여유를 잡고 기다린다
일별하니
지난 봄 몇 개월 사이로 두 딸을 출가시키고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고 있는
동천거사 김만곤사장, 환율 득을 좀보고 있다는 김상수회장, 전신만신백구로
우리들과 더 친숙한 영원한 산우회 김성조 전회장,
바쁜 일정에도 군성산우회에는 빠짐없이 참석하는 대구적십자병원 김성호원장,
천하가 작아 용솟음치는 호연지기를 억누르고 있는 여성호걸 김정연사장,
인생은 60부터라며 새 삶을 즐기고 있는 웃음과 건강의 전도사 도진무사장,
아직도 국민을 위해 일요일 근무도 마다 않고 충직하게 봉사하고 있는 국가
시험원 이곤호실장, 묘령의 정열표 양주병으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서예의
대가 이정열사장, 얼굴 없는 천사로 그 미덕이 자자한 장&황 세무회계사 장병찬회장,
그레이 로멘스의 참 맛에 들떠있는 산우회 신임 장석표회장, 군성산우회 회장직을
18회 후배에게 과감히 양위하고 용퇴한 영원한 산사나이 산신령 백산 장재경 회장
또 있다, 항상 묵묵히 산우회 뒷바라지를 해주는 임총무도 보인다. 장석표회장의
보이지 않는 저력 탓인지 내 포함 자그마치 15명이 참석했다.
입구에 세워진 등산로 안내판을 보니 검단산(黔丹山)이란 유래는 백제의 승려
黔丹禪師가 은거했다고 해서 붙여진 黔丹山 이라는 설이 있으나 최근 하늘에
제사를 지낸 제단으로 추정되는 石壇이 발견됨으로써 ‘제단이 있는 큰 산’이라는
뜻의 黔壇山이라는 설이 유력하다며 백제시대에 임금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鎭山이라는 설명이다.
저 멀리 검단산을 바라보니 누런 황소가 편안히 누워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듯
한가하고, 산 아래 감나무 사이로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평화롭다.
마을을 벗어나 산 입구로 들어서니 하얀 얼음이 산모퉁이를 덮고 있고
벌거벗은 떡갈나무가 몸을 움츠리고 실 가지 잡목이 파르르 떤다.
세찬 산바람에 앞서가던 오제의 가무잡잡한 모자에 귀 덮개가 덧씌워지고
뒤 따르던 여해의 빨간 파카 깃이 목덜미 위로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 무명장수를 위한 장수돌탑과 통일을 염원하는 통일돌탑을 지나니
빠르게 앞서가던 김상수회장의 쪽빛 VAUDE 가 배낭 위에 걸쳐져 펄럭이고
백산의 은빛 갈기머리가 빗겨 쓴 모자 밑에서 춤을 춘다.
검단산 기슭이 己丑年 새해 군성15회 산우회의 힘찬 발걸음으로 그득하고
검단산 계곡이 군성 15인의 뜨거운 숨결로 가득하다.
한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수 샘에 이르니 앞서 오른 김상수회장과 민천식
사장이 여유롭게 나무의자에 앉아 폼을 잡고 있고, 그 위쪽에는 백산이 땀에
흠뻑 젖은 백설 같은 머리털을 손으로 휘날리며 바람에 말리고, 롱 다리
도진무 사장은 천금 같은 머리카락을 금이야 옥이야 조심스레 훔친다.
뒤이어 올라온 김성조 사장이 갈증이 났던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쪽박 한가득 받더니 시원스레 꿀떡꿀떡 반은 흘리며 마시고,
뒤 따라 올라온 이곤호회장도 보사부 출신답게
“먹어도 되나?” 하며 건성으로 묻더니 꿀꺽꿀꺽 맛있게 마신다.
뒤이어 장석표회장이 힘들게 나무게단을 올라오더니 힘이 드는지 배낭을 벗어
던지더니 나무의자에 털썩 무겁게 주저앉고, 그 뒤를 김만곤사장이 땀을
팥죽같이 흘리며 황소걸음으로 앞만 보고 올라온다.
또 그 뒤를 이정열사장과 김정연사장이 천근만근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라오고
바로 뒤에는 말없는 신사 장병찬 사장이 둘을 호위하듯 위를 쳐다보며 올라온다.
여해가 자리에 앉자마자 배낭을 찾아 뒤지더니 갖고 온 곶감부터 돌린다.
몰랑몰랑 촉촉하고 달작지근하다.
마지막으로 한참을 기다린 후 김성호원장이 힘들게 올라오더니
“독감에 걸렸는데 코가 막혀 숨을 잘 쉴 수가 있어야지!”라며 늦은 변명을 하니
장석표사장이 변명같지 않은 변명이란 듯 허벌벌 털털 웃으면서
“대구적십자 병원장님이 코가 막혀 숨을 제대로 못 쉰다니 적십자병원 긴급
구호대로 연락해 헬기를 띄워라고 해야겠다”며 너스레를 떠니 모두들 깔깔거린다.
여해가 남겨놓은 곶감을 김원장에게 건너니
“역시 여해야!”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좋아라 한다.
잠시 쉬었다 왼편능선을 따라 오르니 하늘을 덮을 듯한 장대한 소나무들이 쭉쭉
늘어진 가지를 자랑하며 꿋꿋하게 서있고, 하늘을 찌를듯한 키 큰 떡갈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단숨에 능선에 이르니 소 등같이 휘어진 능선이 끝없이 뻗어있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오솔길을 따라 파란 잎 망울을 감싼 철쭉이 빽빽하다.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정상을 앞에 두고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한다. 정상부터는 북쪽이라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먹고 가자고 한다.
도진무사장이 자리를 잡자마자 막걸리부터 꺼내며
”역시 산에는 막걸리가 제격이야!”하면서 콸콸콸 넘치게 따라준다.
단숨에 들이키니 막혔던 목구멍이 뻥 뚫리며 싸한 기운이 온몸을 타고 내려간다.
와! 맛좋다.
입술을 훔치며 성찬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김성조회장이 기다렸다는 듯
“이건 말이야 진짜 복분자술인데 여성분이 마시면 요강이 엎어지고
남자가 마시면 요강이 뚫어진다”고 하면서 커다란 댓병짜리 술병을 꺼내더니
꼴각꼴각 따라 준다. 검붉은 색갈이 발그스름 한잔 가득 따라준다. 얌얌짭짜
맛을 보니 새콤달콤 알콤달콤 달콤살콤함이 혀끝을 타고 보드랍게 넘어진다.
와! 진짜 좋다.
와! 또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정열사장이 동지섣달 차가운 밤하늘 보름달같이
해맑고 동글납작한 휴대용 알루미늄 술병을 꺼내더니 요술을 부리듯 술병 옆구리에서
네로의 눈물단지 같이 앙증맞게 작은 잔을 꺼낸다. 정열표 술병과 술잔이라고 명명하면서
쫄끔쫄끔 따라 돌린다. 겨울에 마시는 러시아제 보드카란다. 누군가 먼저 냄새를
맡아보더니 48도는 넘겠단다. 단숨에 홀짝 마시고는 직각으로 건내준다.
조심조심 혀끝에 발라 마시니. 김상수회장이 보다못해 답답했던지
“한꺼번에 털어넣어! 한꺼번에!” 하면서 응원을 보내준다.
와! 숨이 콱 막힌다. 불 같은 뜨거움이 식도를 쫙 가르더니 단숨에 위를 가로질러
창자로 내려간다.
와! 끝내준다
또 있다.
오제가 슬그머니
“이건 모과주야! 안 독해!”하면서 건 내준다. 보드카 뒤라 맥수보다 쉽게 넘어간다.
백산 장재경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서울 막걸리 포함 총 6(?)가지 술을 한 두잔씩
맛보며 그 위에 임총무가 준비해온 케비어 김밥과 장석표회장이 여유분으로
준비해온 컵라면을 후다닥 먹어 치우고 일어나니
알딸딸딸! 하늘을 나를 듯 발걸음이 가볍고 요강을 뚫을 듯 힘이 솟아난다.
단숨에 정상에 오르니
저 아래 가마득히 북한강 남한강이 발가벗은 나무 사이로 시퍼런 보이고
강건너 예봉산 운길산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깝다. 그 옆으로 불암산 수락산이
보이고, 하남시가 야트막하게 퍼져있고 성냥갑을 세로로 또막토막 쌓아 올린 듯한
아파트가 오뚝오뚝하고 저 멀리 도봉산 북한산이 뾰족뾰족하고 .
남으로 남한산성이 펑퍼짐하고 관악산 청계산이 아득 가물가물하다.
다시 한달음에 전망대를 향하여 飛虎같이 내 달으니 “삐르르! 삐르르!” 휴대폰
소리가 다급하게 울린다. 장석표회장이다. 계획이 바뀌어 올라오던 길로 내려가다
에니메이션 있는 곳으로 간단다. 불이나게 돌아오니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다.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가볍다. 한참을 쉬엄쉬엄 내려오니 휴대폰이 울린다.
옛 직장 후배다. 계약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운 좋게 정식직원이 되었단다.
기분 좋은 소식이다.
한참을 전화에 열중하다 보니 지금까지 같이 오던 동료가 거짓말 같이 없어졌다.
뒤에도 없고 앞에도 없다. 한참을 뛰어가도 없다. 이번에는 내가 무심코 알바를
했다. 왔던 길을 빠르게 거슬러 오르니 땀이 비 오듯 한다.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나를 보고
“금방 한눈 파는 사이에 언제 뽈뽈 어디로 없어질지 모르는 두돌배기”라고 한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두돌배기라도 좋다 오늘만 같아라.
와! 오늘 정말 기분 좋았다.
PS
1차를 슬그머니 계산한 장병찬회장님, 2차 노래방을 쏜 김성호 원장님,
그리고 말없이 30분씩 연장하면서 음료수도 곁들인 친구들
긑내주는 노래솜씨로 초라한 무대한 화려하게 만든 친구들.......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박윤시 글솜씨는 언제 봐도 감칠 맛이 있단 말이야 잘 보고 간다
생생한 산행기, 정말 감탄합니다. 산과 햇살과 친구와 즐거운 웃음이 가득한 날이었지요.
맛갈스런 산행기 고마워...
경산의 맛깔스런 글솜씨에서도 잘 알겠지만 친구들이 함게 땀흘리며 산을 오르는 맛이란 실제로 동참해 보면 더 좋은디...
맛갈스런산행기에 순간포착 스넵에 여러모로 감사감사.......
어찌 저리 기억력도 좋고, 글솜씨도 좋은지. 그냥 감사 할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