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028]司空曙(사공서)5율-喜外弟盧綸見宿(희외제노륜견숙)
원문= 당시삼백수 권3 오언율시
喜外弟盧綸見宿(희외제노륜견숙)
〈외사촌 동생 노륜이 찾아와 머문 것을 기뻐하며〉
司空曙(사공서)
靜夜四無鄰(정야사무린), 荒居舊業貧(황거구업빈).
雨中黃葉樹(우중황엽수), 燈下白頭人(등하백두인).
以我獨沉久(이아독침구), 愧君相訪頻(괴군상방빈).
平生自有分(평생자유분), 況是蔡家親(황시채가친).
고요한 밤 사방에 이웃도 없고
황량한 거처에 집안의 유업도 가난하다
빗속에 누렇게 물든 나무
등불 아래 백발의 사람
나 홀로 몰락한 지 오래되었는데
그대 자주 찾아주니 부끄럽도다
예전부터 연분이 있는데다
하물며 외종간의 친척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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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釋] 적막한 밤 주변에는 이웃도 없고, 누추한 거처에 집안의 살림도 여전히 가난하다. 비바람 속에 누렇게 매달린 나뭇잎, 등불을 마주하고 있는 백발의 노인, 모두 처량하고 쓸쓸하다. 내가 이렇게 몰락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그대가 자주 찾아와주니 부끄럽다. 지금까지의 정과 우애가 두터운데다가, 하물며 우리는 외종사촌간이 아닌가.
[解題] 이 시는 외사촌의 방문을 소재로, 자신의 몰락하고 불우하며 가난하고 외로운 정회를 나타내었는데, 자신의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외사촌 노륜의 방문이 더 기쁘게 표현되어 있다. 앞의 4구는 고적하고 황폐한 촌락의 가난한 노인, 누렇게 시든 나뭇잎과 등불 아래의 백발노인을 통해 시인 자신의 괴롭고 서글픈 상황을 그려내었고, 뒤의 4구는 두 사람이 만난 기쁨과 그 깊은 정을 드러내었다. 즉 앞의 4구가 ‘悲(비)’를 표현한 것이라면, 뒤의 4구는 ‘喜(희)’를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이 중 3·4구인 ‘雨中黃葉樹(우중황엽수) 燈下白頭人(등하백두인)’은 경구(警句)로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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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舊業(구업) : 집안의 오랜 유업을 말한다.
○ 沉, 沈(침) : 沈淪(침륜)의 뜻이다.
재산(財産)이나 권세(權勢) 등이 없어져서 보잘것없이 됨
○ 君(군) : 노륜(盧綸)을 지칭한다.
○ 平生(평생) : ‘往昔(지난 지 썩 오래된 때)’의 의미로 쓰였다.
○ 分(분) : 연분(緣分) 또는 정분(情分)의 뜻이다.
○ 蔡家親(채가친) : 외종 친척임을 의미한다.
≪晉書(진서)≫ 〈羊祜傳(양호전)〉에 “양호(羊祜)는 채옹(蔡邕)의 외손(外孫)이다.
[祜蔡邕外孫]”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로 인하여 외가 친척을 蔡家親(채가친)이라 한다.
‘蔡(채)’가 ‘霍(곽)’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는데, 서한(西漢)의 곽거병(霍去病)은
위청(衛靑)의 누이인 위소아(衛少兒)의 아들로,
즉 위가(衛家)와 곽가(霍家)는 외종간이기 때문이다.
사공서와 노륜의 관계를 이에 빗대어 외종 친척임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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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集評]
○ 韋蘇州(위응물)의 ‘창 안에 사람은 늙어가고,
문앞에 나무는 이미 가을이네.[窓裏人將老 門前樹已秋]’,
백낙천(白樂天:白居易)의 ‘나뭇잎이 노랗게 시들 무렵,
나는 머리가 하얗게 덮일 때라.[樹初黃葉日 人欲白頭時]’,
사공서(司空曙)의 ‘빗속에 누렇게 물든 나무,
등불 아래 백발의 사람[雨中黃葉樹 燈下白頭人]’
이상 세 편의 시는 동일한 기저(機杼)인데 사공서의 것이 뛰어나다.
눈앞의 경치를 잘 그려내어 끝없이 처량한 감정이 말 밖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