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3. 일요일
어젯밤
난 거실에서 드라마 정년이에 심취해 있고, 남편은 안방에서 스포츠를 분석하며 시청하고 있던 중
갑자기 거실을 향해 날 부른다
"여보, 내일은 우리 브런치 하러 가지"
어디로 갈까 짠딸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
(의견을 낸 사람이 장소까지 정해주면 좋은데 하면서)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의 건물 이름을 말하고 그쪽 방향이라 했더니
좀 멀리 나가지 하는 눈치다
사실 그 건물 쪽으로 건너간다는 뜻이지 그 건물에 있는 건 아니다
한적한 하천길도 달려야 하고 농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도착하니
이런 곳에 카페가? 하며 놀란다
카페 앞의 '버들마편초'가 아주 고급스럽게 하늘거리고 있다
보랏빛 꽃은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카페 오픈시간에 맞춰왔더니 자리선점이 용이하다
여긴 아이들이 몰려오면 시끄러웠지
여긴 전망은 좋은데 의자와 탁자의 높이가 뭔지 모르게 불협화음이고
1층 전망 좋은 곳엔 믹서기나 조리도구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야외 테라스는 좀 추울 것 같고
하면서 1층 2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자리를 잡는다
바다도 아니고, 큰 강도 아닌
그저 작은 실개천인데도 제법 운치가 있다
그냥 큰 강 앞에 앉았다는 상상을 하면서 이 자리를 즐긴다
세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 음식을 주문하고 나눠먹기
갑자기 눈앞엔 70년대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황금들판과 코스모스는
어릴 적 감성을 톡톡 건드려주는 아주 예민한 장치다
익숙한 정서를 앨범에서 뚝 떼어 가져온 것 같은 풍광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어제 일을 하다 멈춘 걸까
반쯤 비어있는 논 이랑엔 휴식이 시작되고 있다
아마도 저 오묘한 빛을 뿜는 벼도 곧 베어지고 함께 긴긴 겨울잠을 자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