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노래 중에 우리한테 익숙한 게 하나 있다. “우스크다라 기더이켄 일디다비르 야그무르~~~” 지금도 일산이나 파주에 오래 사셨던 80대 이상의 많은 분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리신다. 이 가사대로가 아니라, "위스키달라 기다려라 소주가 나간다"로 부르기는 하지만, 음율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터키 군이 73년 전 겨울 한국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북한 인민군이나 중공군의 공격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였다. 그들은 추위를 이기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둥글게 빽빽이 붙어 앉아 바로 이 노래, 즉 <우스크다라>를 불렀단다. 모닥불 앞에서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고국의 민요이자 유행가를 부른 것이다.
우리의 <아리랑>처럼.이 가사가 우리들 귀엔 ‘위스키달라’로 들렸다. 터키군이 주둔했던 동네 근처에서 밤에 <우스크다라>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한국인들도 "위스키달라 기다려라 소주가 나간다" 하며 흥얼거렸고, 터키군이 지나갈 때면 손을 흔들며 <위스키달라> 노래를 불렀단다. 10여 년 전에 일산-파주 근처에서 주민들한테 직접 들은 말이다.
황진하 UN키프로스평화유지군 사령관(현 한미우호협회장, 18대 국회의원)도 확인해준 사실이다. 터키군은 주로 미군과 함께 중공군과 맞서 싸웠다. 이 와중에 229명이 포로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터키군은 막사에서 고아들을 키울 정도로 따뜻하고 정이 많았다. 그때 막사에서 키웠던 5살짜리 한국 여자고아를 잊지 못해 인생 후반기에 그 아이를 찾아 나섰던 터키 군인의 따뜻한 이야기는 터키 영화 <아일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터키에선 5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그러나 한국에선 2주 만에 막을 내려야 했던 슬픈 영화다. 터키와 한국은 지구 상에서 많지 않은 우랄알타이어를 사용하는 민족이다. 고구려 시대에는 지금의 터키, 당시의 돌궐과 동맹관계도 있었다. 요즘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지만, 80년대까지는 고구려 후기를 가르칠 때 돌궐에 대한 역사가 많았다. 재미도 꽤 있었다.
고구려가 멸망한 후, 돌궐은 고구려 유민 약 20만 명을 받아들여 몽골지역에서 큰 활약을 했다. 사실 돌궐(突厥)이라는 한자는 투르크를 중국어 발음 해당 한자로 독음화한 것이고, 우리는 그 한자를 우리 식으로 읽은 것이다. 그러니 터키라는 용어보다는 튀르키예라는 국명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돌아보면 우리와 터키의 역사가 언제부터 형제가 되었든지 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세계시민으로써 당연히 아픔을 겪는 나라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홍익인간의 정신이고 인류애의 실천이다.
자연재해로 수 만 명이 목숨을 잃고, 다치고,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과 그 국가는 형제 국가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도와야 한다. 하물며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우리 대한민국을 목숨 바쳐 구해준 나라 아닌가. 그러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73년 전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는가? 기쁜 마음으로 두 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터키, 아니 튀르키예를 도와야 한다. 까치도 은혜를 갚는다는데..., 홍익인간을 지향하는 우리가 아닌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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