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modern 한국 사회에서 **거주지는 이미 명백한 ‘현대판 계급’이자 ‘정체성’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계급이 혈통이나 신분증에 찍힌 명칭이었다면, 오늘날의 계급은 ‘어느 동네, 어느 브랜드 아파트, 몇 평에 사는가’라는 주소지로 증명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과장이 아닌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1. 경제적 계급: 자산 격차의 결정판
* **세습되는 자산 계층:** 한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매여 있다 보니, 거주지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자산의 절대적 크기**를 의미합니다.
* **상승 사다리의 분리:** 특정 지역의 집값 상승 폭이 노동 소득의 증가 속도를 완벽히 압도하면서, "어디에 거주하는가"가 곧 자산 증식의 속도와 계층 이동 가능성을 결정짓게 되었습니다.
## 2. 문화적·사회적 계급: 라이프스타일과 네트워크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Habitus, 계급적 습속)’가 한국에서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 **문화 자본과 인프라:** 거주 지역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학군, 학원가, 문화 시설, 의료 인프라, 녹지 공간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이는 그 지역 거주자들의 취향, 소비 패턴, 교육 수준을 평준화하며 하나의 ‘문화적 계급’을 만듭니다.
* **인적 네트워크:** 학군지나 고가 주거 단지에서는 유치원·초등학교 시절부터 비슷한 경제적 배경을 가진 이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이는 다시 사회적 자산으로 세습됩니다.
## 3. 정체성: '내가 사는 곳이 곧 나'라는 인식
* **공간의 타자화와 상징성:**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사람의 소득 수준, 교육관, 라이프스타일, 심지어 정치적 성향까지 추정하게 만드는 **상징적 기호**가 되었습니다.
* **어린 세대로의 전이:** 안타깝게도 이러한 거주지 계급화는 아이들에게까지 전이되어 아파트 브랜드나 임대 여부로 편을 가르는 언어(예: '휴거', '엘사' 등)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 단, 정체성으로서의 균열과 변화
거주지가 강력한 계급과 정체성으로 작용하는 한편, 이에 대한 **반발과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 **주거 가치관의 다변화:** 높은 집값과 서열화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거나, 외곽의 넓고 쾌적한 공간, 취향에 맞춘 공간을 선택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 **사생활 보호와 탈(脫)서열화 인식:** 거주지를 묻고 평가하는 문화를 무례하게 여기는 사회적 합의가 늘어나면서, 공간으로 사람을 정의하는 방식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거주지가 계급과 정체성을 대변하게 된 것은 압축 성장과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가 만들어낸 씁쓸한 초상입니다. 공간이 개인의 가능성이나 인품을 가두는 틀이 되지 않도록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