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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새벽 3시30분 요란한 벨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가을걷이(?)를 하러 경기도 여주 6촌형님댁으로 시댁식구들과 함께 가기로 한날, 집에있는 아이들 먹거리 준비해놓고 4시30분 집을 나서는데 아직 동트기전이라 어둠에 덮인 하늘엔 수많은 별이빛나고 있다.
가다가 아침을먹고 7시가 다되어 도착한 형님댁 반갑게 맞아주신다. 언제나 너그럽고 어머니의 정을 느낄만큼 이무러운 칠순을 넘기신 형님, 추석에 송편은 해먹었냐고? 반죽상태로 냉동고에 보관중이던 송편반죽과 알굵은 돔부 한사발과 볶은 참깨한사발 꺼내 놓으시며 함께 빚어서 쪄먹으란다. 또다른 솥에선 벌써 여주밤고구마 익는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고.....
딸만 다섯을 두신 6촌 형님은 몇년전 남편을 여의셨지만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우리가 상상할수 없을 많큼의 큰농사를 지으신다. 수천평의 고구마밭,수백근씩 따는 고추밭, 들깨밭,땅콩밭,메밀밭,콩밭에 이르기까지.... 올해 참깨를 무려 10가마나 수확했다는 형님의 말씀에 놀라고 도심에 백화점이 있다면 우리 형님댁은 순우리 농산물 백화점인 셈이다.
예전에 친정부모님이 조금이나마 농사를 지으셨을땐 쌀이며 콩종류며 100%태양초 고추며 김장배추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제서야 그귀함을 알게된 고추장과 집된장까지 아무때나 펑펑 퍼다 먹었었는데 연로하신 친정 어머니마저 아파트 생활을 하시니 이젠 어느것하나 헤푸게 먹을수가 없는 형편이 되었다.
우리시댁형제자매 모두가 도심생활이다보니 이젠 6촌형님댁을 고향삼아 모든 농산물을 구입해서 먹게되었다. 비록 시중 가격보다 어느것하나 싼것은 없지만 중국산이 판치는요즘 그래도 우리눈으로 보고 직접 손질해서 가져올수 있으니 다행이다.
오늘 우리 삼남매가 1년동안 나눠먹을 태양초고추 60근 손질해서 빻고 고구마 20kg씩 밭에서 케고(너무 힘들었다) 지난겨울 메주쑤고 장담가놓은 된장 한통씩 담아오고 덤으로 맛있는 집고추장 작은통으로얻고 참깨 두어대,참기름 한병,껍질째 밭에서 케온 땅콩 한자루 풋고추,애호박,깻잎까지..... 차트렁크에 가득싣고 서울로 올라왔다 물론 농사짓는게 얼마나 힘든지 잘알기에 모든 농산물 값이며 수고비까지 넉넉히 얹저드리고......
아직 밭에서 열매맺고 있는 메주콩 수확하거든 구수한 청국장한말,된장메주한말, 들기름한말 짜달라고 주문해놓고... 그래도 귀찮다고 힘들다고 마다하지 않는 우리 6촌형님께 정말 감사하고 비록 내고향은 아니지만 어머니 품속같은 따스한 정과 사랑을 느낀 아주아주 행복한 하루였다 >>>>>>>>>>>>>>>>>>>>>>>>>>>>>>>>>>>>>>>>>>>>>>>>>>>>>>>>>>>>>>>>>>>>>>>>>>>>>>>>>>>>>>>>>
친구들아? 잘말린태양초 고추를 스무근이나 맛있는 된장도 한~통,고구마도 한상자... 어디품질좋은 우리농산물 뿐이겠니? 넉넉한 시골인심까지 한가득 싣고 왔으니 나오늘 정말 부자된거지? 가슴뿌듯한 마음속에 부자말야?
장녀로써 뭔지모를 죄스런 마음 덜어보려고 공주 어머니와 동생들에게도 골고루 맛있는 여주밤고구마 택배로 보내드렸단다 그것또한 잘한거지? 잘살고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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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락산님 겨우살이 준비는 마쳤네.여자들은 고추,된장,참깨등 가을추수때 미리 구입해노면, 정말 부자가 된거야. 남은건 수락산님 손끝으로 정성스레 식구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줄때 행복을 느끼겠죠?!
하이에나야,나이가 들어서야 모든 집안살림의 기본은 장맛(된장,고추장)이라는걸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예전엔 흔해터진게 그건줄 알았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이젠 나에게 가장귀중한 물건이 보석이 아닌 된장 고추장이라는걸 말하면 그마음 알겠지? 된장한통 가져다놓고 이렇게 마음이
든든하고 흐뭇한걸보면 난 어쩔수없는 아줌마구나,
수락산님 아줌마도 전문가야~계절마다 집안정리 식구한사람마다 정성을 쏟아야하고,집안대소사 쨍겨야하고 장,단기 계획도 세우고 잘알지만 할일이 얼마나 많니? 나 지금도 고추장,된장은 내가 직접담가서 먹었어.울 한국사람이라면 고추장된장 맛을 잊을순 없겠지.^^*
풍성한수확을몸소체험하시고오셨네요..친척들끼리오손도손가을겆이를하는모습이그려지네요..아름다워보입니다..
요즈음 농심은 피멍이 들었다고 하더라 수락산의 형님은 논농사를 짓진 않으시나보다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상정되기를 바라는 쪽과 이를 절대 반대하는 민노당의원들! 우리의 농촌에 닥친 현안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말 마음이 않좋아요ㅠㅠㅠㅠ
여주로 가는 길목 양평외곽 오래된 해장국집에 들러 아침을(6시) 먹으려는데 새벽잠을 깨우는 신나는 음악이 나오더니만 동네주민들에게 알리는이장님에 아침방송이 시작되었다.추곡수매에관한 내용으로 예년엔 부락에 관계없이 목표량을 수매했는데 올해부턴 부락별 각가정별로 수매량이 정해졌다고 그양만큼만
수매하게 되었다는... 신나는 음악에 걸맞지 않게 농민의 마음을 자꾸만 아프게하는 이장님의 아침방송을 듣고 있노라니 안타까운 마음뿐,그누가 농민의 가슴시린마음을 안다고 말할수 있겠니?
그런저런 농민들이 힘들어지는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정말로 마음이 찹찹합니다.. 언제까지 위정자들의 거짓말을 믿고 따라가야 하는지 답답 합니다
이런현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모두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면서 숲을 봐야할지.나무를 봐야할지. 정말 어려운 과정이네요~~
수락산님 ! 도심을 벗어나 풍요로운 농촌의 인심을 만끽하고 돌아오느라 어제 카페결석을 하셨군요?^^ 궁금했었는데..... 싣고 오느라 고생했겠지만 쳐다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듯 ^^ 계산없이 퍼주고 덤으로 주고 나눠주는게 그분들의 훈훈한 인심이고 마음이겠지요 나들이 잘하고 오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