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자연사 - 백두산 기지개 100년안에 다시 분출
영원한 인간사랑 ・ 2023. 12. 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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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연사 - 백두산 기지개 100년안에 다시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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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3. 17:44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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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연사
백두산 기지개
100년안에 다시 분출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아 있는 듯 몹시 무덥고…흩날리던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 가량 되었다." 1702년 (숙종 28년) 6월 3일 함경도 부령과 경성에서 벌어진 일을 <조선실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 천지의 화산분출의 영향을 약 150km 동쪽에 위치한 함경도에서 관찰한 것"이라며 "천지 칼데라 화산의 분출은 이것 말고도 1413년, 1668년, 1903년의 분출을 역사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960억m3 분출물, 성층권인 25km 치솟아…화산재는 홋카이도까지
백두산 천지의 위성사진
<이미지 제공: NASA>
그러나 백두산의 분화가 황화수소 가스와 화산재를 뿌리는 정도에 그쳤을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백두산의 화산분출은 지구기후에까지 영향을 끼쳤으며, 지난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분출 가운데 하나임이 드러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 화산학자인 한스 울리히 슈민케 박사팀이 북한 당국의 허가 아래 백두산의 지질을 조사해, 2000년 <화산학 회보>에 발표한 논문은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슈민케는 이 논문에서 서기 969년 백두산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960억m3의 분출물을 성층권인 25km 상공까지 뿜어 올렸다며 "단기간의 분출이지만 지구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두산의 분출규모가 이보다 컸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윤성효 교수는 "슈밍케는 일본에 쌓인 백두산 화산재의 두께를 1cm로 보고 계산했지만 실제로 재면 5cm까지 나온다"며 "실제 분출량은 150km3(1500억m3)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백두산 분출은 1815년 지구촌에 '여름 실종' 사태를 부른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폭발과 뉴질랜드 타우포 호 분출 등과 함께 역사기록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산활동인 셈이다. 천지 분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와 가스는 서풍을 타고 북한의 함경도를 거쳐 1000km 이상 떨어진 동해와 일본 동북부와 홋카이도까지 퍼졌다. 궈정푸 중국 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당시 불화수소 약 2억t과 아황산가스 2300만t이 함께 나와 야생동물과 가축의 질식, 산성비, 나아가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도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분포(지진파 단층사진)
시속 100여㎞ 속도로 덮치는 화산쇄설류에 앉은 채로 '억!'
그러나 화산폭발에서 정작 무서운 것은 하늘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땅으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화산재와 바위가 섞여 물처럼 쏟아져 내리는 화산쇄설류와 뜨거운 가스와 돌조각이 섞여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밀려드는 화쇄난류가 치명적인 재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시 공중으로 치솟는 화쇄난류 <이미지 제공: 미국지질조사국 캐스케이드화산관측소> | 땅으로 흘러내리는 화산쇄설류 |
백두산에서 화산쇄설류는 분화구로부터 반경 35km에 걸쳐 3~83m 두께로 쌓여 있다. 거대한 돌덩이가 든 레미콘 반죽과 같은 화산재가 지축을 울리며 계곡을 흘러내렸을 것이다.
백두산의 화산쇄설류와 화산재 분출 범위
화쇄난류는 화산쇄설류보다 훨씬 빠르고 계곡을 건너뛰기도 해 더 큰 피해를 준다. 핵실험과 9·11 테러 때 공중으로 솟는 버섯구름과 동시에 수평으로 확산되던 먼지구름이 바로 화쇄난류이다. 1631년 베수비오 화산폭발 때 폼페이 시민 1만 8천여 명이 미처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빠져나갈 틈도 없이 목숨을 잃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백두산의 이런 대규모 분출이 언제 발생했는지는 아직 논란거리다. 유력한 단서가 밀려오는 화산쇄설류에 묻혀 타고남은 탄화목의 탄소연대를 측정하는 것이다. 좌용주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천지 부근 탄화목의 방사성 연대측정을 근거로 화산분출이 서기 760~960년 사이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탄화목을 이용한 다른 연구결과 추정된 연대는 700~1150년에 걸쳐 있다. 손영관 교수는 "백두산이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차례 분출했으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약 1천 년 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장기간의 화산활동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농경지 피해로 발해가 멸망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2000m가 넘는 천지 20억t의 물이 순식간에 터져 쏟아진다면
문제는 백두산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천지 주변에는 매달 10~15차례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지진파 측정 결과 백두산 지하에는 거대한 마그마 방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마는 살아있는 생물이 숨 쉬듯이 오르내리면서 지표를 밀어올리거나 함몰시킨다. 괴물은 천지 물속이 아니라 백두산 땅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세인트 헬렌스 화산 분화때 16km 떨어진 곳의 자동차가 화산재에 묻혀있다.
<이미지 제공: 미국지질조사국 캐스케이드화산관측소>
역사시대의 대규모 분출기록과 최근의 전조증상을 바탕으로 화산학자들은 백두산을 '고위험 화산'으로 분류한다. 중국 국가지진국은 1999년 천지온천 북쪽에 천지화산관측소를 설립해 다음 분출에 대비하고 있다. 천지화산관측소가 마그마 공급속도를 근거로 계산한 백두산의 분출 잠복기는 약 300년으로, "다음 100년 안에 분출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관측소가 내다본 최악의 시나리오는 재앙적이다. 격렬한 폭발과 함께 날아간6cm 이상의 화산탄은 건물의 지붕과 벽을 관통할 만큼 위력적이다. 화산재가 10~15cm 두께로 쌓이면 건물 지붕이 무너진다. 지난번 분출 때는 1만 4천~3만 3천km2 범위에 10~30cm 두께로 화산재가 쌓였다. 화산재가 1cm만 덮여도 농작물은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마그마에 포함된 다량의 불소는 유독가스가 돼 사람과 가축을 질식시킬 것이다. 관측소는 천년 전 분출이 되풀이된다면 중국과 북한, 일본 북부 등에서 남한 면적의 7배인 70만km3가 농업과 주거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20억t의 물이 2000m가 넘는 높이에 고여있는 천지가 화구 붕괴와 함께 쏟아진다면 백두산 일대에 가공할 홍수피해를 일으킬 것이다. 북한은 풍향으로 볼 때 중국에 못지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백두산 화산 연구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준 채 2000년대 이후 연구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은 2007년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해 화산활동을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합의하고 지난해까지 실무협의를 했으나,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태이다.
손영관 교수는 "백두산은 2천 만년에 걸쳐 분출한 화산이어서 폭발적 분출의 빈도 등을 알려면 적어도 몇십만 년에서 100만 년 동안의 지질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북한, 중국과의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백두산 기지개 - 100년안에 다시 분출 (한반도 자연사, 조홍섭,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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