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물도 갈 길이 멀면
서로 부둥켜안고 실랑이를 벌이는가
우리가 한데 어울려 강가를 걸었거나
달맞이꽃 노란 이슬 속에 파묻혀
밤의 연서를 뒤적거렸던 것도
오래 전 일이다
누군가와 어우러진다는 것은
이별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은 것
우리가 서로의 등을 떠밀어 주던
그 몇 방울 기도의 눈물로도
가문 세상을 흠뻑
적실 수 있는 일이다
아우라지에 깃든다
누군가를 아우른다는 것은
바람이 깎아내는
흐린 익명의 날들 속에서
슬픔의 분량을 솎아내는 일과 같다
바람도 그친 아우라지엔
서간체로 흐르는 눈물의 행방이 있고
어린 시절의 조막손 같은
바람의 놀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봄이 되기도 전
더 까마득한 망각의 끝에서
함구를 배우고 있는
낮은 날들의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아우라지 / 이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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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 - 김영임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 봉
팔만 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 도두 모고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나달라고
섣달 열흘 노구에
정성을 말고
타관백리 외로이 난 사람
괄세를 마라
세파에 시달린 몸
만사에 뜻이 없어
홀연히 다 떨치고
청려를 의지 하여
지향 없이 가노라니
풍광은 예와 달라
만물이 소연한데
해저 무는 저녁노을
무심히 바라 보며
옛일을 추억하고
시름없이 있노라니
눈앞에 온갖 것이
모두 시름뿐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태산준령 험한 고개
칡넝쿨 얼크러진
가시덤불 해치고
시냇물 굽이치는
골짜기 휘돌아서
불원천리 허덕지덕
허위단신 그 대를
찾아왔건만
보고도 본체만체
돈담무심
간주중
강원도 금강산 일만 이천 봉
팔만 구암자 법당 뒤에
촛불을 밝혀놓고
아들 딸 나달라고
두 손 모아 비는구나.
https://youtu.be/G-uF7Muzq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