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저가 경찰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요상한 나라나 우리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런 나라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아니다. 바로 세계 최고 강국이자 세계 경찰 국가라는 미국에서 있는 일이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기밀문건을 추가로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압수수색은 바이든 대통령 허락에 따라 이뤄졌고 대통령 부부는 현장에 없었다고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시절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통령 시절에 친필로 작성된 문건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자신들이 소수의 문건들이 잘못된 장소에 보관돼 있다는 것을 발견해 즉시 기록보관소와 법무부에 넘겼다면서 충분히 경찰의 수사에 협력하고 있으며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야당인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다수당인 공화당은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하원 차원에서도 기밀문서 유출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다며 의회 조사권 발동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사저에서 발견된 기밀문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무엇이 담겼는지는 아직 제대로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나라의 기밀문서를 개인이 소지할 경우 위법이며 큰 파장이 일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의 사저에 경찰력이 투입돼 압수수색을 벌인다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파괴력과 위중함을 지닌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도 현역 수상을 직접 수사하고 체포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976년 2월 미국 상원 외교 위원회에서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사가 일본에서의 항공기 판매 공작 자금으로 마루베니 상사를 통해 일본 정부의 고관들에게 200만 달러를 주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4월에는 록히드 사건에 대한 미국측의 미공개 자료가 일본 측에 전달되고 6월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일본 도쿄지검 (한국의 서울 중앙지검에 해당)은 당시 일본의 수상이던 다나카 가쿠에이가 전일본 항공에 록히드 항공기를 구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가로 5억엔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당시 일본의 살아있는 권력을 검찰이 체포했다는 것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다나카수상은 수상에서 사임한다. 지금도 도쿄지검의 현역 수상 체포는 인구에 회자되고 있으며 검찰의 본분을 일깨우는 아주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 현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일본의 당시 수상에 대한 체포는 실제로는 매우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다. 어떻게 자신들을 임명한 인사권자에 대해 공권력의 칼을 들이댈 수 있는가. 하지만 법에 의해 그것을 행해야 진정한 공권력이라 할 수 있다. 공권력의 수사에는 성역이 없는 것이 당연한 원칙인 것이다. 경찰과 검찰의 단호한 수사의지도 매우 놀랍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순수히 압수수색에 응하고 방해를 하지 않은 현직 미국 대통령과 도쿄지검의 수사에 순순히 응한 일본 수상의 자세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우리가 워낙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 역사상 그런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도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지고 그런 공권력의 단호한 자세가 두려워 위정자들이 몸을 사리고 조심하는 그런 분위기 나아가 그런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미국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은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2023년 1월 2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