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인형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핏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 류시화>
나는 바다를 무지무지 좋아한다.
산골에서 태어나고 지금도 산골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바다에 가면 내 마음은 터질듯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이 되어
둥~두둥실 떠다니다 급기야 갈매기처럼 날개를 달고 비상을 하고 만다.
그래서 예견치 못한 돌발상황(?)까지도 벌어지고 만다.
이번 여행에서도 쑥쓰러움의 대명사인 단지 아줌마가
모놀 이래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밤늦게까지 놀았다는 사실......ㅎ
바다는 그렇게 내 삶의 긴장을 풀어주고
내 삶의 군더더기를 쓸어가주고
내 삶의 회한마저도 날려 보내 준다.
어렸을때 나의 꿈은 섬마을 여선생님이 되는거였다.
잔잔한 해안가에서 까만콩처럼 반질 반질한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가을의 문턱에서서 이래저래 바쁜 일들을 모두 내려놓고 2박 3일
아니 내게는 하루전날 올라가고 하루 더 묵고 오니 4박 5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지만 서해바다의 속삭임은 나를 일상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떠나자~~
이 세상 아무것도 나를 묶어 두지 못할지어다 ~~
내 삶의 마지막 길이 온다한들 무어 주저하리~~
자 ~~ 떠나자
서해바다로 ~~~
우리를 태운 배가 인천 대교를 지나간다.
우리 모놀가족들이 저 다리를 걸어서 건너 갔었지....
나도 그때 현준이와 같이 걸어보리라 꼭 마음 먹었었는데 그만.....
넘실대는 바다위에 어떻게 다리를 놓았을까?
참 인간은 위대하다.
두무진
서해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만들어낸 절경
우리는 이곳 두무진에서 감히 감탄사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과연 늙은 신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할만 하다.
물곰들이 올라와서 쉬어가는 곳.
지금은 가마우지들이 쉬고 있다.
마치 지금 내가 삶의 여정에서 잠시 쉬러 온 것처럼....
백령도의 겉모습과 두무진의 비경에 흠뻑 젖어서 노을이 지는 줄도 모르다가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해가 바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기 해가 지는 곳을 따라가면 내 딸 아영이를 만날 수 있을텐데....
아영아 ~~~
하고 불러 본다.
천안함 위령비 앞에 서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46명 병사들의 부조 앞에서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들을 잃은 어미의 심정이 되어 설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꽃다운 청춘이 스러져간 저 바다가 원망스러웠다.
왜 우리는 동족끼리 총을 겨누어야만 하는가
분단의 아픔이 숨구멍 마다 들어와 박힌다.
정말 서럽고도 원통하고도 분통하다.
저 불꽃은 꽃다운 청춘들의 혼불이 모여서 이 세상이 다 할때까지 타오르리라...
서러움과 그리움의 불꽃으로....
미처 꽃잎을 오므리지도 못한 채 뚝뚝 떨어진 동백처럼
붉은 선혈로 스러진 못다 핀 청춘의 넔이여 ~
부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향기야님의 사진)
참 히한한 곳!!
사곶천연비행장 ~
시멘트바닥처럼 딱딱한 해변을 우리는 차를 타고 달렸다.
기사님이 자동차 바퀴로 그려준 네잎그로버 동그란 잎을 따라
강강수월래를 부르며 놀았다.
사곶천연비행장을 우리 모놀식구들이 전세를 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의 에너지를 바꿔준 곳이 바로 콩돌해안이다.
정말 콩알만한 돌들이 좍 깔려 있었다.
신기한일은 푸른 옥색을 띈 것은 돌이 아니라 깨진 유리조각이
요렇게 동글동글하게 마치 보석처럼 되어 있었다.
파도가 얼마나 찰삭이던지 물결속에 쓸리는 자갈돌의 소리가 싸르락 싸르락 들려왔다.
그 순간 나는 모가 난 내 마음도 얼른 콩돌속으로 밀어 넣었다.
싸르락 싸르락...
내 마음이 깎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왜 그토록 백령도를 오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는 콩돌 해변이 알려 주었다.
맨발로 콩돌을 밟으며 한참동안 혼자서 걸었다.
마치 나의 온 몸이 콩돌처럼 동글동긇 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내 몸에 기쁨의 에너지가 감돌았다.
(향기야님의 사진)
콩돌해안은 나를 기쁨의 터널로 인도해 주었다면
대청도의 농여해변은 나를 평화의 터널로 인도해 주었다.
여태껏 내가 본 바다
내가 본 섬 중에서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농여해변이다.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곳
로맨틱한 기운이 감도는 곳
이곳에 머물다보면 왠지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 나오는 주인공
로버트가 나타나 사랑을 고백하며 다가올 것 같다.
.
.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요"
하면서 말이다....ㅋ
.
.
내가 귀농을 한다고 했을때 내 친구가 그런 농담을 한적이 있었다.
"얘 너 로버트 같은 사진작가가 너를 찾아 줄거라는 생각으로 가려고 하는거 아니니?
그 당시 우리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그토록 빠져있었으니까~~
농여해변에 있으면 누구나 다
남자는 로버트가 되고
여자는 프란체스카가 된다.
.
.
그리고 바다로 들어간 소금인형처럼
이 지구별에서 살면서
묻어온 영혼의 군더더기들을
저 푸른 물결에 다 녹이리라
첫댓글 바다를 보며 아이처럼
좋아라하던 단지님의 모습이 떠오르네..
'언 니~ ...우짜까?
나도 모르게 콩돌이 내주머니에
들와 있을꼬?~~" 하던~~~~ㅎㅎㅎ
그대마음처럼 예쁜후기
너무 좋타~ 이뿐 단지님아~~~^^
이번 여행에서 단지님과 많은 얘기를 주고 받은것 같아요
단지님을 보면 울 큰언니랑 살아가는 모습이 어쩜 그리 닮았을까 생각한답니다
우울했던 마음 콩돌해변에서 날려 버렸다죠..
농여해변은 단지님의 맑은 영혼처럼 평화로워 저도 참 좋았습니다.
단지님의 말간 후기 읽으며 오늘도 감사한 하루를 시작하렵니다.
사랑하는 단지님! 단지님께 그런 여행의 의미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너무나 곱고 아름다운 마음씨로 글도 순수함이 물씬 묻어납니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 저도 흠뻑 빠져서 몇번을 읽었던 기억이나요..
저와 단지님의 정서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또 확인이 되옵니다.
여행중의 좋은말씀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아름다운 후기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단지님의 글은 항상 제 마음의 거울을 좀 더 깨끗하게 닦아줍니다.
곱고 맑은 청경수가 백령도 바닷가에서 소금을 품었네요.
일탈의 즐거움으로 더 큰 힘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처음 단지님과 방도 같이 쓰면서 훨씬 가까워지고 따듯한 교류를 할 수 있어서 저는 참 기뻤습니다.
아름다운 후기 감사합니다. 멀리서 오고 가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풍성한 가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편의 수필집을 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멋진 풍광 못지않은 아름다운 후기 감사합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되셨슴해요^^*
감동입니다.
순수한 단지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후기,넘 좋아요
내 마음까지 다 정화가 되어 버린것 같은 예쁜마음의 글...
아이들은 점점 내 품안에서 멀어져 가고 또 그렇게 되야 하는거고...
백령도 섬 여행이 단지의 기분을 바꿔 주었다니 다행!
로버트 킨케이드가 저 해변에서 걸어 올 것만 같어?ㅎㅎㅎ
깨긴 싫지만....갸도 늙었어~ 물론 프란체스카도 관절염에~ 백내장에~ㅋㅋㅋ 미안~~ 도망간다~ ㅎㅎㅎ
깨몽? 언냐 ~~~ 로버트 킨게이드가 온다해도 아마 나를 보고 아는척도 안할거야 그치?? ....우헤헤
아름다운 후기글에 눈이 시리네요~~단아한 모습이 절절히 녹아나 단지님의 고운 삶이 그려집니다~언제나 건강하세요 ^^*
말이 없어도 품어져 나오는 자애로움, 모놀 글에서 앍었던 삶의 지혜, 백령도 답사때 궁금했던 단지님 뵐 수 있어 좋았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미로운 후기에 잠시 머물고 갑니다.......노래까지^^
이쁜 후기네요.^^* 단지님과 함께 다녀온 느낌............*
단지님~~~
백령도 기운을 팍팍 꺼내서 쓰고 계시지요?
예쁜 추억이 되었네요
단지님..멀리서 몇번을 뵈었지만 참 단아한 모습이었습니다. 보기에도 ,글에서도 단아한 냄새가 물씬하더군요.
소금인형이라 ~~~~~~~ 뭔진 몰라도 내게도 줄거 같은데.........
단지에 푸욱 빠졌다 갑니다
예쁜 기억 되살려 주시네요 ~~
노래부르는 단지님의 목소리, 꿈결같았어요...
맨발로 온 해변을 사박거리던 단지님 모습 떠오릅니다 ^^*
단지님 행복해 뿜어내는 그 하얀미소를 직접 봤어야 했는데...아쉬워라~~..
마음까지 다 투명해져 나도 씻기운 듯..그대의 고운글 감동이여라~~~~
다시그시간으로 돌아간듯합니다
넘넘고운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