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정액에 상처치료 PDRN 물질
인공수정 뒤 잔여물 원료로 수거
가을 축제 전후 1년치 물량 확보
강릉 공장서 작업 전 과정 이뤄져
기절한 암컷의 배를 가르자 붉은 알 2500개가 주르르 쏱아졌다.
수컷의 생식기에서 짜낸 정액이 그 위에 흩뿌려졌다.
지난달 25일 찾은 강원도 양양의 한국수자원관리공단 내수연생명자원센터(연어사업소)에선 연어 인공수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2만km를 헤엄쳐 고향 냇가로 돌아온 태평양 연어는 산란 후 기력이 다해 죽는다.
회귀할 때 먹이 활동을 멈추고 양분을 모두 알과 정자에 양보한 탓이다.
자연수명의 성공률은 고작 10~15%, 인공수정을 하면 부화율이 80%까지 오른다.
기력을 다 써 죽기 직전인 연어가 대상이다.
강원도 화천이 모천인 연어 1만 마리는 매년 10~12월 남대천,명파천.북천.연곡천 4개의 하천으로 돌아온다.
인공수정은 2~3일에 한 번, 하루 200~300마리씩 이뤄진다.
인공수정 후 남은 수컷 연어의 정액은 의약품과 화장품의 원료가 된다.
연어는 생식세포에 PDRN이란 대사 활성품질을 품고 있다.
PDRN은 항염증 효과와 조직 재생 효과를 갖춰 피부 이식 후 상처 치료나 조직 개선 재생, 관절.근육재생 주사,
재생 크림.앰플.필러 등 의 미용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해외에선 이탈리아 마스텔리사가 1990년대에 최초로 송어에서 PDRN을 추출해 척추 디스크, 오십견, 앨보 등에 쓰는
비수출 치료 주사 '플라센텍스주'를 개발,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PDRN을 활용하는 대표적은 국가내 기업은 연 매출 600억~800억원대의 경기도 판교 바이오기업 파마리서치프로덕트(파마리서치)다.
2016년 박보검의 '이제 상처 받지 말아요, 누나(눈아)' CF로 유명해진 점안액 '리안'이 이 회사가 PDRN으로 개발한 상품이다.
이외에도 관절강 주사 '콘주란', 코스메틱 라인 '리주란 힐터' 등이 PDRN을 원료로 쓴다.
플라센텍스 수입사였던 파마리서치는 2008년 한국천연물연구소(KIST)와 함께 PDRN 추출 기술을 연구해 독점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연어사업소와 계약을 체결하고 동해 연어와 정액을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연어사업소에서도 파마리서치 직원 2명이 수컷 연어의 정액을 모우고 있었다.
정소(생식기)도 이들에겐 주요 원료다.
정소에선 PDRN보다 분자량이 더 큰 (DNA 길이가 더 긴) PN이 추출된다.
PDRN은 의약품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에, PN은 의룍기에 주로 쓰인다.
매년 가을 양양 연어축제에선 연어가 4000마리쯤 잡히는데, 이때 연어 손질장에서 나온 정소도 파마리서치 직원이 거둬간다.
액 50일간의 연어 산란기에 끌어보은 정ㅇ갸과 정소는 파마리서치의 1년치 원료가 된다.
4개 하천에서 모인 원료는 강릉의 파마리서치 공장으로 보내진다.
강릉 공장에선 정소를 분해하고 정액을 정제해 PN과 PDRN으로 만드는 작업부터 제품 제조, 충전, 멸균, 포장까지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다.
국내 PDRN 시장은 2016년부터 다수업체의 각축장이 됐다.
2014년플라센텍스주의 시판후안전성조사(PMS) 기간 만료를 기점으로 해외 수입 원료를 내세워
한국 BMI, 휴메딕스 등이 제너릭(복제약)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 BMI와 휴메딕스는 각각 '하이디알주', '리비탈렉스주' 등을 선보였으며,
대한 뉴팜.영진약품.휴온스 등 6개 업체에 이를 납품 중이다.
시장을 양분 중인 곳은 파마리서치와 한국 BMI다.
업계는 PDRN 주사 시장을 연 180억~2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강릉.양양.판교=김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