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후엔 어느 시골이나 사람이 얼마나 줄어들지 걱정입니다.
어딜 가도 빈 집이 많고, 고향을 지키시는 분들은 다 연로하시니 우리나라 농촌의 앞날이 크게 걱정이 되서 문제인데 그렇다고 저 같은 사람이 내려가서 살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올 가을에 많이 놀란 것이 김천에서 생산하는 거봉 포도입니다.
제가 지난 여름에 뜻하지 않았던 김천 생활을 8일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거기서 만난 어느 분이 얘기해 준 것이 생생합니다.
'김천'하면 자두가 유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복숭아와 포도, 호두의 생산이 전국적으로 1위거나 2위라는 것입니다. 농협 조합장을 하시고 퇴임하신 분에 무인텔을 짓고 운영하시는데 고향인 김천과 직지면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분이셨습니다.
사실, 복숭아는 장호원이거나 영덕이고, 포도는 영동, 대부도, 가평이며, 호두는 천안 주변인데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조금은 현실에 뒤떨어지는 얘기 같아서 제가 조금 시큰둥하게 얘기했더니 지역별로 얼마가 나오며 김천이 생산하는 양이 몇 퍼센트이고 경쟁지역은 몇 퍼센트라고 상세하게 얘기를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김천 자두가 유명하다고 해도 자두는 복숭아나 포도보다는 한 수 아래라서 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 추석 명절에 김천 포도를 보고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김천 거봉포도가 사방에서 맛이 좋다고 얘기들이 많던데 저도 맛을 보니 아주 좋습니다.
거봉포도라고 하면 천안 입장이고 입장의 거봉 포도라야 거봉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김천 거봉포도가 입장 거봉포도를 밀어내는 양상입니다. 입장의 포도는 알이 김천의 거봉보다 더 굵지만 송이가 실하지 않고 맛도 단맛이 조금 떨어집니다. 거기다가 알이 너무 굵어서 한 입에 넣기가 조금 부담이 될 때도 있는데 김천에서 이를 개량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송이가 실하고 굵기가 한 입에 넣기에 딱 좋은데다가 맛도 좋습니다. 다른 지역 포도를 가 가져다 놓고 맛을 테스트한 것은 아니지만 올 가을엔 단연 김천 거봉포도가 선두에 설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오랜 전통만 자랑하고 고집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쪽으로 개량,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김천의 거봉포도를 보면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