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산이 이겼네요.
SK 팬 분들께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갈길이 바쁜데...
날도 쌀쌀하고 막바지 게임이라 경기장도 휑~하니 썰렁한 분위기였습니다만
그런대로 장충동 족발과 함께 늦가을의 마지막 프로야구를 즐기고 후배들과 뒷풀이하고 들어와보니
저 때문인지, 조금 시끌하네요.
우선, 다혈질 중년, 시끌하게 해서 모든 회원님들께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Godislove님과 킬러님에게도 직격탄을 날린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다가 한 말씀 올립니다.
1.
첫째, 제가 아는 한 이 카페는 민물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카페입니다.
어제 말씀 드렸다시피 이 카페는 애견 카페이지
단순히 강아지 정보공유 카페이거나
보신탕 맛집 정보공유 카페가 아니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강아지 견종을 알려달라고 개장수 철장에 갖혀 있는 강아지 사진이나
도축되어 토치램프로 탄 채 진열되어 있는 강아지 사체 사진을 애견카페에 올린다면 그 반응이 어떨까요?
제가 우리 집 시츄 애기 때문에 애견카페 회원이라서 이런 비유를 들게 됩니다.
따라서 칼질을 앞둔 도마 위에 물고기,
그것도 옆에는 커다란 다라이 속에 수많은 물고기가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괴롭습니다.
지우신 사진 속을 저는 매우 세심히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주에서 샀다는 다라이 속에 가득찬 물고기들을 보고
매운탕집 사장님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인이 그렇게 많은 물고기를 키우려고 한 다라이를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모두 입을 삐죽히 내밀고 있는 물고기들은 갓이즈러브님이 말씀하신대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산소부족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점은 좀 그러네요)
이점 깊이 혜량하여주시기 바라며 이제 처음 물고기 사육을 시작하는 분이시라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봅니다.
2.
둘째, 저는 민물고기 매운탕을 먹어서는 안된다던지, 보신탕을 먹지 말자는 반대론자는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문화였고, 그리고 그것을 침범하는 것은 자민족, 혹은 자문화 우월주의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보신탕이나 민물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다만, 매운탕과 보신탕을 즐기는 분들이 존중받아야 하듯이
먹지 않는 제 삶의 소신도 존중받아야할 삶이 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어제 새벽 일을 끝내고 자기 전, 두 분께 직격탄을 날린 것은
존중받아야할 공간에 대부분의 회원들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진과 댓글 때문이었습니다.
칠성장어구이 매니아면 칠성장어 매니어 카페에 가서 즐기면 됩니다.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뭐라하지 않습니다.
칠성장어 보호를 위해 힘쓰는 카페라면 그들 역시 자신들의 카페에서 놀면 됩니다.
다만, 칠성장어구이 매니어가 칠성장어 보호 카페에 와서
칠성장어의 맛과 효능을 주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이것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제가 새벽에 열이 받은 것은....
"다 먹자고 하는 일이고, 민물고기는 먹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이곳은 민물고기를 먹자고 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리고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민물고기의 역할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
다만, 먹자고 하는 의도라면 번짓수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라면 그런 카페에서 즐기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3.
셋째, 왜 자연의 물고기를 잡아서 키우냐고요?
네,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민물고기를 사육하기 전에 왜 내가 민물고기를 키워야하는지를 오랜 동안 심사숙고한 후에
민물고기 사육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런 비유를 들어봅시다.
애완견 문화가 생겨서 우리나라엔 150만 애완견 인구가 생겼습니다.
물론, 그 중 15만은 개를 내다 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를 먹기만 하던 우리가 150만명씩 강아지를 키웁니다.
그리고 각종 강아지의 유전과 혈동이 이 때문에 유지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엄청 커졌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진돗개 뿐이 모르던 우리 세대가 지금은 풍산개, 삽살개 같은 우리 고유종에 대한 관심이 엄청 크고, 이런 강아지들을 분양 받으려고 줄 서 있는 것을...)
민물고기로 가겠습니다.
자연에서 잘 사는 놈들을 왜 잡아다 키우고, 키우다가 죽이느냐?
애완견하고 똑 같습니다.
이것은 제 견해가 아니라 전문가들과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애완으로 키우다보면 종에 대한 보호가 더 절실해지고
민간에 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커져서
종의 보호에 엄청나게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 경우를 들겠습니다.
민물고기를 키우기 전, 저는 민물고기 매운탕 애호가였고, 피라미와 갈겨니를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민물고기를 키우고, 애완동물로, 가족으로 사랑한 후부터
저는 하천의 생태, 자연, 환경오염, 민물고기 보호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구차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현재, 민물고기 보호와 사랑에 대하여 웹진에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민물고기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일단은 일반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보호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민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 후부터 생겨난 저의 행동입니다.
그럼 이제까지 제가 자연에서 잡아서 죽인 물고기가 몇 마리일까요?
비싼 비용을 들여 키우다가 천수를 다해 죽은 물고기 외에 정말 몇 마리 되지 않습니다.(최근 구입한 송사리 제외)
그러나 민물고기를 보호하고, 이해하고, 그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하고, 웹진에 연재하는 제 활동은
그보다는 매우 큽니다.
이것이 왜 자연의 물고기를 잡아다 키우냐는 님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네, 이것이 제가 아닌 전문가들의 답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자연보다 제 수조의 환경이 더 좋습니다요.)
4.
제가 민물고기를 키우기 전,
검색을 통해 이곳을 알고,
저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민물고기 사랑에 빠져 계신 선배님들을 존경, 존중하였습니다.
(저보다 연배인 조성장 선생님이나 한참 연하이신 나르시나크님-나키낙인뎅...이나 저는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그리고 민물고기 사육에 관한 선배님들과 전문가분들, 고수님들의 견해를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그 결과, 책도 몇 권 샀고, 출력한 자료도 책 한권이상 되었습니다.
전부 섭렵하고, 선배님들의 조언을 면밀히 청취하고 이해하고, 준비한 후에
어항, 여과기, 기포기 등등등을 준비하고
물잡이를 위해서 보름을 기다리고,
물잡이 고기인 쏘드테일을 투여하고,
공부를 제외한 실제적인 준비기간 거의 한달 후에
드디어 작은 붕어 치어 18마리를 사왔습니다. (각시, 흰줄납, 떡납, 흔해빠진, 3센티도 안되는 가치 없을 수도 있는 우리 붕어들입니다.)
그것이 저의 첫 경험입니다.
그 후 제 차에는 늘 이동식 기포기를 포함한 운반도구가 트렁크에 들어 있습니다.
도마 위와 다라이 속에 있는 엄청나게 큰 성어들....그리고 아이스 박스....
이 대목에서 저는 너무도 황당했습니다.
미안합니다만 저로서는 그랬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물고기 키우시겠다고 어부한테 한 다라이 사셔서 아이스박스에 넣고
도마 위에 올려놓고 사진찍고.....이런 모습이 제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겐 물고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1달 이상 준비기간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5. 2센티를 위하여....생태감수성
홍천에 사는 친구가 둘이 있습니다.
한 친구는 일찌감치 은퇴하고 별장을 지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돈많은 친구이고
한 친구는 30년 넘게 농촌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농사꾼 목사님입니다.
한참 전에 농사꾼네 집에 놀러 갔다가 생전 처음 그 집 앞 하천에서 족대를 휘둘렀는데
2센티 될까말까한 꺽지가 잡혔습니다. 너무 귀여웠지요. 그래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데려왔습니다.
2센티를 위하여.....초보자였던 제가 들인 정성, 돈, 시간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2센티는 15센티가 넘어서 제가 살던 그곳으로 돌아갔습니다.
@#$%$%$&^%*^()*)(
저는 지난 여름 만났던 친구들이자 스승들인 곤**사, 깜**, mm**, 동**, 등을 좋아합니다.
대학교 3학년인 제 아들보다 한참 어린 중3들이지만
이들을 제가 너무 귀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들이 어려서부터 생태와 민물고기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발로 차버릴 하찮은 존재를
이들은 귀히 여기고, 보살피고, 자연으로 되돌려보낼줄 아는 감성을 가진
우리들의 자녀들입니다.
생태감수성.....
그것이 민물고기에 대한 이 카페의 마음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6. 마치면서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저는 참 좋은 분들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만났습니다.
그 분들은 그야말로 민물고기에 대한 생태감수성을 지닌 분들이었습니다.
채집한 물고기를 주시고,
제 고민과 궁금증에 답변을 주시고 쪽지 주시고
제 물고기에 대해서 자신의 일처럼 깊은 관심을 주시고
우리나라의 하천환경과 자연환경에 대하여 걱정하고 관심갖고 계신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제 댓글에 마음이 상하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그러나 뭔가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준비와 마인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식이 많으신 경험자분들의 조언대로 차근차근 물생활을 배워보심이 어떠신지요....그리고 처음 물고기 사랑을 시작하신 회원님들께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하며 한반도의 하천과 우리 민물고기들을 사랑합시다요~ 라고 하고 싶네요.
(아놔~ 입 씻을려고 했더만...)
첫댓글 한카페에 일년에 한건은 생기는 오해죠
이런오해와 글들 항상있어온거라 전 다이해합니다^^
오해가 생기면 풀면되고 모르면 알려주면그뿐이죠
다들사과하고 하는모습좋습니다ㅎㅎㅎ
우리카페에서는 1년에 한번도 안생깁니다. 이번이 오랜만에 처음으로 알고 있네요. 여하튼 감사합니다.
이구 이렇게 다 털어놓지 않으셔도 대다수 회원님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빈집님마음을 읽고 있었을걸요? 여하튼 우리는 뭔가 도움과 안내가 필요한 초보회원님들은 잘 돕고 안내하고 이끌어줘야할 선배들인거죠 아마 지금쯤 그분도 빈집님 마음을 수긍하고 이해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사과도 하셨을거구요 마음에서 에제 훌훌 털고 웃으세요 화이팅!
약속을 지키시지 위해서 제게 처음으로 귀한 녀석들을 주신 분이시죠. 백점병 치료부터 물관리까지 많이 배웠습니다. .. 이게 노파심인지 말이 많아지고 참견질을 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건강은 어떠십니까? 그리고 언제 다시 접으신 물생활 재개하시는지요? 재미있는 탐어기와 사육기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빈집 잘지내시지요 전 아마 2016년이후에나 저를위한 필드에 나설듯 합니다 그전엔 혹시 여건될때 어쩌다가 회원님들 탐어 따라갈수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회원님들 글읽고 도움말씀 올리는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래도 물고기와사람들의 분위기는 아직 좋은거 같습니다. 보통은 카페 활동하다 오해 생겨서 싸움나면 어린 친구들 보기 부끄럽게 니편 내편 갈려서 싸우는데, 아직 이 카페는 그런 몰상식한 분위기까진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서로 오해 푸시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용서할 건 용서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으면 합니다.
날씨 차가워졌는데, 건강 조심하시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나저나 민물고기 아직 안접으신거죠? 그동안 고수님에게 무지 배웠습니다. 그 중 백미는 구충제 신공....약국하는 친구에게 프리벤다졸이니 알벤다졸이니 하니까 웃으며 저보고, "너 그동안 약학 공부했니?"라고 묻더군요. 덕분에 수조안에 달팽이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늘 감사...
님의 마음을 이해해줄 때가오면 아마 그분도 누구보다 민물고기를 아끼실 겁니다.
이미 그분은 다 이해하시고 민물고기를 아끼실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이쿠, 누구신가 했네요. 신분을 감추시다니....ㅎㅎ
"오해"란 녀석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괴물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시간들이었읍니다.
그럭저럭 서로간의 마음이 크게 상하지 않은 채 해소된 게 정말 다행스럽네요. 귀하의 길고도 긴 글을 읽다가 놓치고 읽다가 놓치는 바람에 대여섯번은 읽은 듯 합니다. ^~^
귀하께서도 마음을 푸신 듯 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자그마한 부탁을 하나 드릴 건 제발 어렵게 길게 글을 올리진 말아 주세요. ^~^
네...명령 받들어 지키겠습니다 ㅎ
저도 처음엔 왜 잡아다 죽여 그냥 먹지 하는 생각을했었지만 민물고기를 키우며 애정을 갖고 관심을 갖게되니 보호를 위한 큰일을 할슌없지만 보호종을 먹으려는 사람들을 말릴수있고 주변 청소도 한번 더해보고..작은 실천들을 할수있는것같네요.
그렇지요. 바로 그겁니다. 감사합니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