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축제(祝祭)의 계절에
김철진(시인, 예술촌 촌장)
'고래 사냥'은 언제 하려는지 그 시끄럽던 '바다이야기'가
매스컴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잠수한 걸 보니
이제 분명 이 땅에 가을이 왔나 보다.
이런 계절에는 머리 아픈 시론(時論)보다는
가슴 적셔 주는 서정의 시심(詩心)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뜰에는 벌써 감나무 잎새가 바람에 하나 둘 떨어져 구른다.
자정이 지나서 모두가 잠든 시간,
불을 끄고 잠자리에 엎딘 채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보면
밀창(미닫이)을 열어 놓은 필자의 고옥(古屋) 덧문 한지에
달빛보다 더 밝은 외등의 불빛이 한 폭 수묵화를 그리는데,
애잔한 풀벌레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고
바람에 잎새 구르는 소리까지 문풍지를 흔들면
가슴은 미칠 것처럼 스산해진다.
이럴 때면 너나없이 밀물지는 그리움에 까닭없이 빠지게 마련이다.
가을 병(病)이다.
때문인가. 가을철이면 유독 수많은 축제가 이 땅의 곳곳에서 치러진다.
이제 가을은 '독서(讀書)의 계절'이 아니라
'축제(祝祭)의 계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이긴 하지만 축제는
가을 병을 지독하게 앓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행을 하게 하고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가을 병을 치유하게 하는 것도 같다.
지난 주 금요일에 하회마을 장승촌 음악회가 열렸는데 올해가 세 번째다,
처음부터 이 음악회를 만들어 주관하고 있는 타목(打木) 김종흥,
중요 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 탈놀이와
목조각 108호 이수자의 초청을 받고
하회 장승촌 목석원에 가서 시 낭송을 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멀리 서울과 전주, 대구 등지에서까지 축제 참가를 위해 찾아온
오백여 명의 관객들을 보면서
그분들의 문화 행사에 대한 관심에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경북에만 해도 앞으로 이 가을에 치러질
지방 자치단체들의 큰 축제들이 즐비하다. 대충만 살펴봐도
영천 한약축제(9.27~10.1), 봉화 춘양목송이축제(9.29~10.2),
안동 국제탈춤축제(9.29~10.8), 영주 풍기인삼축제(9.29~10.3) 등이 있다.
그런데 일년 내내 여기저기서 수없이 치러지는 축제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축제가 거의 먹거리 볼거리 중심의 축제들이다.
그것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가수 일인당 몇 백, 몇 천만 원씩 주고 데려오며 지방세를 낭비한다.
거기 어디 한 자리 인간의 정신을 살찌우는 '문학의 밤'이나
'문학 강연' 행사 하나쯤 들어가면 훨씬 더 좋지 않겠나 싶은데,
가수 한 명만 덜 불러 와도 유명 문인(文人) 여러 분 모실 수 있는데,
눈 닦고 찾아봐도 그런 행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축제는 있는데 문화는 없고, 잔치는 있는데 접대는 없는,
장삿속만 판치는 축제들만 무성한 셈이다.
대구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시인들이 하는 문학의 밤 행사가 있으면
시인들 얼굴 한번 보려고 쫓아다녔고,
그러다 3학년 때는 대구 시내 남녀 고등학생들을 모아
'독도(獨島)'라는 문학동인회를 만들어
YMCA 강당에서 '문학의 밤' 행사를 가졌는데
또래의 남녀 고등학생들이
강당 밖 복도에까지 늘어서서 들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요즘 그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꿈 같은 얘기다.
거기에는 물론 문학계 자체의 잘못도 있다.
옛날처럼 일찍부터 문학의 길로 접어들기보다는
갈 길 가다가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시인이 무슨 감투나 되는 양
너도 나도 다 쉽게 시인이 되려 하고 그에 야합하여
문학적 양심과 자존심을 버린 일부 문예지들이 마구 시인을 양산해 내니,
하기사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렇대도 어느 지자체 단체장이라도
문화를 아는 뜻 있는 분들이 많이 나와서
돈으로만 하는 삶의 질 향상이 아닌
진정 인간 정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그런 '문화 축제(文化祝祭)'를 만들어
투자를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이 가을 축제(祝祭)의 계절에.
첫댓글진정 인간 정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그런 '문화 축제(文化祝祭)'를 만들어 투자를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촌장님의 좋은 생각에 동감합니다 촌장~님 보고싶어요 사랑해요 언제나님 오늘 여성회관 40주년 기념행사합니다 놀러한번 오실래요 작품전시회 바자회도 합니다 향기언니는 오늘 기모노입고 팔자에 없는 떡장사를 해야되나 봐요 ㅎㅎ 이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답니다 언제나님 행운이 가득한 좋은 날되시길^*^*^
그런 행사 중엔 음악 행사들도 많아서 연주회, 합창제, 독창회,예술제 등등이 있는데, 너무 형식 만 가춘 그런게 되어서는 안 되겠는데 하는 염려도 듭니다,,, 기회되면 사진으로 만 보았던 고옥을 보고싶은데 그런 때가 올라나?,,,고맙게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촌장 님,^*^,,
첫댓글 진정 인간 정신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그런 '문화 축제(文化祝祭)'를 만들어 투자를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촌장님의 좋은 생각에 동감합니다 촌장~님 보고싶어요 사랑해요 언제나님 오늘 여성회관 40주년 기념행사합니다 놀러한번 오실래요 작품전시회 바자회도 합니다 향기언니는 오늘 기모노입고 팔자에 없는 떡장사를 해야되나 봐요 ㅎㅎ 이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답니다 언제나님 행운이 가득한 좋은 날되시길^*^*^
촌장님 좋은 글, 노래 고맙습니다. 향기 님~좋은 기회를 놓칩니다. 수고하이소오~날씨 좋아 좋습니다.
그런 행사 중엔 음악 행사들도 많아서 연주회, 합창제, 독창회,예술제 등등이 있는데, 너무 형식 만 가춘 그런게 되어서는 안 되겠는데 하는 염려도 듭니다,,, 기회되면 사진으로 만 보았던 고옥을 보고싶은데 그런 때가 올라나?,,,고맙게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촌장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