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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크리스마스 준비를 했습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야,
준비를 끝냈습니다....
은지의 모든 이웃님들...
크리스마스 이브, 잘 보내고 계시지요? ^^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은...
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무척 조심스럽기도 하고,
나의 가족 이야기라
선뜻 내키는건 아니지만,
이또한..
주님이 내게 주신
또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오늘...
이웃님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약.. 9년전...
저의 시어머니께서, 어느날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저의 막내, 돌잔치가 얼마지나지 않아
바로 생겼던 일이었지요...
혼자셨지만, 항상 밝고 긍정적이시며,
늘 선한 마음을 지니셨던 분....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시며
대외 관계가 늘 활발하셨고,
또한 연세도 그리 많지 않으셨기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처음 어머니를 뵈었을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또한.. 그러면서,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저희 시댁 가족은
딱! 형제뿐이고, 저희 남편이 맏형이었지요...
도련님은 아직 미혼이셨고...
그래서, 어머닌...
언제나 도련님이 결혼하면
도련님과 같이 사시겠다고,
늘.. 그렇게 말씀하셔서
저는... 아직 어머니를 모실 마음의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때였지요...
병원에서는...
휠체어타고 퇴원하신다면
그게 아마도 최선일꺼라는...
무시무시란 말만 했을뿐이고...
중환자 대기실에 있노라면,
시댁의 친척분들이 말씀하시기를
" 그래도, 쟤는 며느리를 일찍 봐서 얼마나 다행이니!
며느리가 모시면 되겠네~~~ "
그렇게.. 한입을 모아 말씀을 하셨지요....
그때의
중압감이란...
불안감이란...
부담감이란...
말로.. 형언할수 조차 없었지요....
하지만.. 결국,
저희집으로 모실수 밖에 없는 상황....
5개월여 만에 어머니는 퇴원을 하시고
저희 집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한것은...
병원의 우려와 달리,
어머니는 두발로 걸어서 퇴원을 하셨지요...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셨지만,
그래도.. 이만한게 정말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그렇게 같이 삶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저의 삶은...
그 전의 나의 삶과는 전혀 다른..
그것 이었습니다...
어머니를 혼자 두어서는 안되었기에,
늘 곁에서 지켜드려야 했고,
밥을 차려드려야 했으며,
항상 어머니의 눈과 귀가 되어야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막내가 어찌 컸는지...
큰애가 어찌 저학년을 보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거의 2-3 해 동안은
어머니에게만 몰두를 하였기에...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큰 시름을 알고 있는지,
큰애에게 할머니 산책을 부탁하면,
아이는 아무 말도 안하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나니며 할머니의 운동을 도왔지요...
한번은..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 얘, 글쎄... 정현이가 찻길로 나랑 산책을 하는데,
할머니가 위험하다며 자신이 찻길쪽으로 몸을 옮기고,
나를 도로쪽으로 밀더라...
어쩜.. 이제 9살인 아이가 이리도 맘씨가 따뜻하니... "
아이들이 있었기에....
이 시련들을 잘 견디었던것 같습니다.....
남편과 도련님이 계셨지만,
늘 함께 할수가 없기에
어머니의 재활치료의 몫은
오로지 저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막내를 업고 날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한의원으로 침을 맞으러 다녔습니다..
추운겨울에 막내를 한의원 놀이방에 놀게하고
어머니는 침을 맞고 재활치료를 받으시고....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아이들에게 미안한게 많습니다...
그렇게 세달이 넘게 꼬박,
한의원을 다녔지요....
그러다.. 심한 독감에 걸려
앓아 눕기도 했구요...
하지만... 어머니께서 차츰 회복 하시는 걸 보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당장에라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실것만 같아,
큰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닌 자신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 받아들이시기에 힘이 드셨는지,
우울증 증세도 보이시고,
모든일에 무기력함을 나타내기도 하셨습니다...
씻는거, 운동하는거, 정리하는것등....
아무것도.. 하시지 않으시려 했습니다...
그저, 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저 또한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의 집정리와 주변정리를 하면서,
몰랐던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들을
많이 받았더랬지요....
하지만..
누구하나, 저의 일을 대신해서 해줄수 없슴을 깨닫고..
오직, 이 몫을 제가 잘 해나가게 해달라고,
주님께 울며 매달려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정말.. 주님이 아니었다면...
이 모든걸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주님이 있었기에...
모든걸 잘 해나갈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평안을 찾아갈 즈음...
2년이 지난 어느날...
다시한번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다시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께서
집안의 모든걸 낯설어 하시고,
기억을 전혀 하시지 못하셨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에 찾아갔지만,
이미.. 뇌경색이 진행된 상황이었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어떻게 또 감당해야 할지....
새벽기도를 나가며,
어머니를 다시 세워달라고.. 기도드릴밖엔..
제가 할일이 없었습니다...
어머닌... 그후에..
정말.. 달라지셔도, 너무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집안의 화장실을 기억 못하셔서
실수를 하시는 적이 빈번하셨고,
자신의 방을 찾지못해
거실에서 떨며 주무실때도 있었으며,
단! 5분전 기억도 머릿속에 담아내지 못하셨습니다...
그때의 절망감이란...
말로 형언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이렇게 헛된것인가.. 하는...
서글픔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야 깨달을 것이지만,
이 또한...
주님의 뜻이란걸...
알게 되었지요...
나와, 우리 가족의 평안을 위한것이었슴을...
또, 어머니를 위한 것이었슴을....
어머닌... 기억을 잃어버리셨습니다....
10년전 기억들이 어머니의 머리에서 사라졌고,
이제 더이상 어머니의 머릿속에
어떤 기억도 담을수가 없게 되었지요....
일상의 모든 생활들을
저의 지시없이는 아무것도
스스로 혼자서는 알아서 하실수가 없었어요....
어머니~ 일어나세요~
어머니~ 씻으세요~
어머니~ 양치하세요~
어머니~ 목욕하세요~
어머니~ 진지 드세요~
어머니~ 옷 갈아입으세요~
어머니~ 로션 바르세요~
어머니~ 어머니~ ......
이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요...
어머니께는 또..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실까요...
날마다 며느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니,
어머니도 스트레스가 될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어머닌, 기억에 담으실수가 없으시니,
스트레스가 없으셨지요...
자신의 상태를 알지 못하시니,
우울증도 사라지셨지요...
날마나 즐겁고 즐거우셨지요....
그저.. 잠시 저희집에 놀러와 있을뿐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니....
그래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아프시기 전보다 더 밝아지시고
행복해지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단지....
말하셨던걸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씀하시고,
질문했던 내용을 똑같이 몇십번을 질문하시고,
저와 살았던 추억들을 다, 잊어버리셨을지라도...
어머니께서 행복하시다니....
그걸로.. 감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뜻이란걸...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지요....
어머니와 함께,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성당을 다니셨던 어머니께서는
저희 부부와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다니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교회 어떤 사명을 같이 감당할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남편의 권유로
성가대를 서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기억이 없는 어머니라 하실지라도,
워낙에 노래 부르시기를 좋아하셨던지라,
충분히 감당할수 있을거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남편의 잦은 출장과
또 어쩔수 없는 주말부부 상황이 되면서,
어린아이들을 집에 둘수가 없기에
작은아이, 큰아이.. 또, 어머니를 모시고
주일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성가대 연습을 갔습니다...
첨엔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꼭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건지...
조금씩 지쳐가려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할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우며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몇해가 지나,
큰애가 11살, 작은애가 5살이 될쯤 이었나...
" 엄마~ 이제 제가 세현이 챙겨서, 교회 갈테니
엄마랑 할머니 먼저 가세요~ "
참.. 지금생각해 보니, 얼마나 기특한지요...
자기도 어린 나이인데,
동생까지 챙겨가며, 그렇게 엄마를 도왔으니...
그런 세월이..
벌써... 9년이나 지났네요....
지금은, 어머니 손을 잡고,
교회에 단촐히 다닐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할 뿐이지요...
그리고, 아는 권사님의 도움으로,
4년여 전부터
노인 장기 요양보험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 혜택으로
어머니는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시고
복지센터로 재활치료를 다니시고 계십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시듯,
오전에 복지센터 선생님이 오시면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가시고,
오후가 되면, 또
이곳까지 모셔다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저에게도.. 숨통이 트이는 일이 생겼으니...
정말.. 어머니에겐 죄송한 말씀이지만..
또 다른 제 삶을 기대할수 있게 되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집안에 갇히는 일이 계속 되었고,
친정집에 가더라도,
무슨 행사나 큰일이 있을때에도
꼭~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습니다...
심지어...
큰 아이 친구들과 엄마들이 함께
체험학습을 같이 갈때도..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친정집이라해도,
한번도 맘편히 언니 집이나,
엄마집에서 하룻밤을 보낸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왜.. 꼭! 내 몫이어야 하지?
라는 의문을 품을때마다....
그 현실은 오히려 화살표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르곤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꾸 기대를 하게되고,
뭔가를 자꾸 소망하게되고,
그러다 실망하고,
그러다 절망하고...
그러면서 깨달았지요...
어머니는.. 내 몫이다...
내가 함께 넘어야할 산이다...
평생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다...
이리..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고,
절망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다가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준다면
그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게.. 저의 삶이라는걸.. 알게되었지요...
늘.. 감사하는 마음을 품는일...
그게..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는것을....
어머니를 모시면서 집안에 많이 있다보니,
절로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고,
집에 대해 손길이 많이 가게 되고,
관심을 갖다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살면서, 제게 이런 능력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입니다...
이 또한, 주님의 능력이지요...
어머니로 인해 힘이들때마다,
혹은 스트레스를 받을때마다,
붓을 손에 들고 그 현실을 잊으려 애쓰고,
망치에, 톱에, 드릴을 손에 들며
마치, 여자가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듯...
예뻐진 집을 보며,
기쁨으로 가득했고,
모든 힘든, 무거운 짐들을
잠시나마 내려놓을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이런 일조차 제게 없었다면..
어찌.. 그 많은 시간들을.. 세월들을..
견디어 지냈을런지...
아마도.. 애들을 달달볶거나,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거나....
둘중에 하나는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얘들아~ 자기야~
이런 능력을 내게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해야해~~~ ^^
그렇게 힘든 생활속에서도
감사함을 잊지않고
내 스스로도 기특하게 여기며
살아왔는데...
2년여전...
갑자기... 제게 건강의 시련이 다가 왔지요...
어느날.. 갑자기...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몇년전에도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몇번을 고생하고,
그게 나중에야 공황장애 였단걸 깨닫고,
스스로 노력하고 노력해서 이겨낸 터라,
이번에도 그런것중 하나라 여기고,
당황하지 않으려 애썼는데...
정말.. 숨이 쉬어 지지가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숨통을 트이고 나니,
이제.. 밤에 잠이 드는것이 겁이 났습니다...
이러다.. 정말...죽는것은 아닌지...
죽음의 문턱을 겨우 넘은걸 경험한 저로서는..
정말.. 밤이 무서웠습니다..
기도와 간구로 겨우겨우 잠이 들 정도 였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갔습니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
내 생전 처음..
나를 위해 큰 병원을 예약하고,
병원 진료를 받았지요...
결과는...
폐가 말썽이었습니다....
어렸을때 왼쪽폐를 다쳐서
많이 고생했는데,
그 뒤로 별 이상이 없어서
몇년에 한번 X 레이 사진 찍는 것 외에는
별로 신경을 안쓰고 지냈지요....
어머니를 모시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그러했어요...
아이들과 어머니 돌보기에도 급급한 저로서는
그동안 폐가 어떤 신호를 보내왔슴에도,
그저 무시고 지내버리기 일쑤 였으니....
말썽이 된 왼쪽폐는
지금은 현재, 거의 그 기능을 상실한터고,
오른쪽 폐도 몇년전에
약간의 폐렴의 흔적이 보여서,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왼쪽폐에 염증이 넘 심해서
그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졌고,
그래서, 천식의 증상중에 하나인
호흡 곤란이 오게 된것 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폐라는 장기는 몸이 힘들어도 그 기능이 나빠지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면 더 나빠질수 있다고...
몸이 힘들면 쉬어야 하고,
마음이 아파도 쉬어야 하고,
몸과 마음이 같이 아픈게
젤로 안 좋은 거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며
그렇게 잘 지내야 한다고...
그러셨습니다.....
그렇구나... 그런거였어....
뒤돌아 보니, 나는... 참...
미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나, 하나 돌보기보다는..
어머니를.. 아이들을.. 남편을...
생각하고 배려했던 시간들만 있었지,
정작.. 나하나, 내몸하나
건사할 생각은 못했던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니,
너무나 초췌한 여인이...
거기.. 서 있었습니다...
얼굴엔..
잡티가.. 주름이...
세월이... 느껴졌습니다..
젊었을때의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나이든, 중년의 낯선 내가..
서 있었습니다...
소리없이 울었습니다...
이런, 내 모습이 넘 안타까워
소리없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내가.. 이런 모습이어야 하냐고..
왜 내가 힘들게 아파해야 하냐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나의 잘못인걸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그 탓을 하고 싶었습니다...
소리없이 모습없이...
그렇게 내탓이 아닌,
내 곁에 없었던 남편 탓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어머니 탓으로...
그렇게 몰아가게 되었습니다...
몸이 아프고 병원을 다닌지,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조금씩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고,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 병의 원인을 알게된 지금...
제 마음이.. 굳게 닫힌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몰랐던 어머니의 어떤 사실을 알게된것도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것일까요...
그저.. 내 마음의 진심이 아닌,
하나의 형식이랄까.. 버릇이라고 할까...
그렇게.. 형식적으로 어머니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어머니를 깨우고
복지센터에 보내드리고,
또 밥을 챙겨드리거나,
이것저것 도와드리거나,
교회에 성가대를 서는 일상의 모습들은
모두 똑같았지만...
제 마음의 진심이 담긴..
' 사랑 ' 이 빠진...
며느리로서의 그저 하나의 의무감...
그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셨어도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으셨던 어머니...
아이들도 이제는 커서,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어지고,
또 반복적인 할머니의 질문이나 말씀들이
이제는 싫증을 넘어 짜증으로
생각되는 아이들도
할머니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지요....
저 또한...
의무감으로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이 컸던지라,
대화의 시간들은 점점 줄어들고,
일상적인, 지시적인...
그런 말투만 늘어 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게 마치 당연한 일인양..
그렇게 여기며, 지내왔는데...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어머니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어느날 부터,
고개가 기우뚱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늘 고개가 반듯이 되어있지 않고,
6시 5분전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되어 있으셨습니다...
성가대를 설때 악보를 보실때도
그 모습이 너무 힘들게 보여
몇번을 자세를 고치려 해 보았지만,
그리 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모시고 가니,
아무래도..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것 같다며,
약을 다시 처방해 주셨습니다...
몇년 전부터 치매 예방약도 꾸준히 드시고 있는터라,
별.. 염려는 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저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했던 탓인가 봅니다....
그것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반년전 부터...
어머니께서 저를 바라보시는 눈빛이 달라지셨습니다...
마치... 적개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뒤돌아 설때마다
좋지 않은 말씀을 제 뒤에다
조용히 나직이셨습니다...
순간 당황했지요...
하지만.. 그저.. 잔소리하는 며느리에대한
짜증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아프신 어머니의 병이 나빠진거라
생각지 않고,
그저... 짜증이 나신거라고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머니의 표정은 점점 무서우리 만큼 변하셨고,
저에대한 나쁜 험담은
횟수도, 목소리도 커져만 가셨습니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아프시다는 현실을 망각하고,
왜 내게 이러시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럴때마다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시고...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제게 조금씩 쌓여져만 갔던것 같습니다...
그동안 내가 어머니한테 어떤 세월을 받쳤는데..
내가 어머니한테 어떻게 대했는데...
내가 어머니한테 얼마나 잘하려고 애썼는데...
내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데..
내가 누구때문에 이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내가 얼마나 .. 얼마나....
아프신 어머니를 두고...
원망에 원망을 하며....
어머니에 대한 실망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대한 모든 기억들이
다 사라지고 없어지신 걸까...
그럼.. 그동안의 나의 삶은
누구를 위한 삶이었던 것일까....
아.. 힘들다..
아..아프다..
나.. 힘들면 안되는데..
아프면.. 안되는데....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사람처럼,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이건.. 단순한 짜증이 아닐수도 있어...
병이.. 진행된걸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망치로, 뭔가..
한대 맞은것 같았습니다...
복지센터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그동안 뭔가 어머니의 신상에 변화가 없냐고
조심히 여쭈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저의... 걱정했던 우려가 일어났습니다...
그곳 복지센터에서도
자기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는
정말 둘도 없이 잘해 주시지만,
당신에게 적개심을 주는 사람에겐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씀을 하시고,
심지어 그 일로
크게 싸움도 낫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표정도 너무나 많이 변하셔서
아무 표정없이 그저 앉아계신 어머니를 바라볼때면
너무나 무서우시다고... 하십니다...
당신의 옷을 잘 못찾아 입으시는건 물론...
신발도 못찾으시고....
댁에서도 아시는 일일거라
생각하셨다고....
치매가.. 조금 더 진행이 된듯 하다고...
그러셨습니다...
눈물이 ...
쏟아졌습니다....
한없는 눈물이...
제 얼굴을 적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아프신건데...
아프셔서 내게 그런건데...
난.. 그것도 모르고...
그저 피해의식만 늘어서,
모든게 내 탓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했던 어머니 탓이라고...
내가 힘들때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은
가족들 탓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그동안.. 어머닌..
얼마나 아프셨을까...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프신 중에도 늘 며느리 자랑,
자식들자랑, 손주들 자랑에
침이 마를날 없으셨던,
너무나 선하셨던 어머니...
나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모습을...
되찾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결과가 당연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느끼지 못하셨을테니,
그 결과는 마땅 한 거겠지요....
내 모습이,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이정도만 해도 다행이라고
늘 그리 생각해 왔는데..
말뿐이었나 봅니다...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해서 어쩌지요...
어머니를 너무 힘들게 해서 어쩌지요...
너무 늦은건 아니겠지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내 상처보다, 어머니가 받으셨을 상처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다시, 사랑이란 마음을
내 마음 가득히 담아,
어머니께 쏟아 부으려 합니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그리..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볼을 쓰다듬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맞잡아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만 번지게
개그맨도 되어봅니다...
어머니의 입에서 험악한 소리가 나올까봐
늘 마음이 조마조마 하지만,
그저 저의 귀를 막으면 그만입니다...
병의 진행이...
나와 저의 가족의 사랑으로
다시 막을수만 있다면....
어떤것도 주저 하지 않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어머니의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같이 동참하자고 말했습니다..
더 관심을 갖고 어머니를 돌봐드리자고....
언제까지, 얼마나..
어머니께서 우리와 함께 계실지...
그건 알수 없지만....
정말.. 후회없이...
어머니를 잘 모시자고....
그렇게.. 식구끼리 약속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단 며칠 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입에서 험담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고,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표정도 조금씩 되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어머닌...
사랑이.. 관심이...
필요하셨던 것이었습니다.....
늦기 전에,
다시 어머니를 사랑할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오늘은 크리스 마스 이브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불이 켜지면...
기적과도 같이,
어머니가 예전처럼
건강하셨을때 처럼,
그리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보지만....
그리 되지지 않으시더라도,
늘.. 사랑의 마음으로
가슴에 담아,
어머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모두
어머니를 보호하고 사랑하겠습니다...
이번주엔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검진을 받기로 했습니다...
검진결과가 '사랑 부족' 이 아닌,
' 사랑 과다 ' 가 나오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더 이상.. 나빠지시지 않고,
지금처럼의 모습일지라도
주님의 나라에 갈때까지,
영원히 저와 함께 지금처럼만 계시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이웃님들... 모두에게,
그런 간절함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시는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축복해 드립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 ^^
첫댓글 은지님의 글을 읽고 나니 가슴이 뭉클하네요.저는 은지님이 그냥 집안 꾸미기 좋아하는 젊은 새댁일거라 생각했었거든요. 이렇게 맘 고생도 많이하시고 속 깊은 분인줄 몰랐어요. 어머님이 정말 행복하고 복 많은 분이란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은지님이 건강해야 어머님도 챙겨드릴 수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구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거실러그정보부탁드려요
은지님글보며 울고있네요~~ 저도 기간이 그리길진 않지만 경험이 있어서
저는 시어머님도 아닌 시할머니... 최선을 다하느라 애쓰다보니 우리아가 세째가 유산되는일까지 겪었드랬죠... 아들만 둘이라 힘들게 시도했던 세째였는데... 병원에서는 딸인것 같단 소리까지 들었던 울 아가... 그리보낸지... 내년이면 입학할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직 잊혀지지가 않아요...
은지님 힘내시고 그래도 자신을 챙기셔야해요~~ 건강 꼭 챙기세요
멋진 크리스마스가 되었시길 바래요...어머님도 얼릉 좋아지시길 바래요
사랑이 가득한 은지님의 글을 보노라니 내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네여.
내가 저상황이면 어쨌을가나?
정말 효심이 깊고 따스한 사랑이 가득한 가정이네여^^
은지님의 예쁜사랑이 어머님께 전해져 꼭 쾌차하실꺼예요.
살림도 잘하시고 맘씨도 예쁘고 ...넘 만능이신거 아니예요~~~
이젠 본인 건강도 챙기시며 생활하세요...
가족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되시길 바랄께요...ㅎㅎㅎ
이런 시련들이 있었네요. 정말 해맑고 걱정 없는분일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더불어 저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아마 해내지 못했을거에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는중이에요. 사람이 건강하다는게 평상시에는 모를 소중함이지요. 힘내라는 말도 못하겠네요. 앞으로 좋은일만 생기길 바랄께요
누군가는 해야할일..
그러나
아무나할수없는일을 너무 잘하고계신 은지님~ 화이팅~~
정말 훌륭합니다
이쁜집만큼이나 은지님마음은 더더욱이쁘네요. 집을보며 참부지런한엄마이구,이런사연과는거리가있는 여유로운마음을 가지고있는줄알았어요. 은지님 그힘든일을 어찌해내시나요? 제가참닮고싶은심성이네요. 새해에는 은지님도,시어머님도,가족모두모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길바래요~~
집이참이뻐서 부지런도하시다,, 집구경하면서 나도집 저렇게 꾸미고싶다는 생각하고 감탄에감탄을하였답니다~~힘드신얘기 올리기 쉽지않았을텐데 ㅡㅡ
대단하신거같아요^^저라면 할수있었을까싶네요ㅎ
아마못했을꺼예요ㅡㅡㅋ늘 몸챙기시구요 집구경자주자주구경시켜주셔요^^~~
님은 정말 대단한분이네요
짱이세요
긴병에 효자없다고들 하는데 정말 대단하세요.집도 마음도 어쩜 이리 예쁘신가요?정말 저 스스로 반성 많이 하고 갑니다.앞으로 더욱 행복한 가정되세요.눈물이 저절로 흐르네요.
정말 박수를 보냅니다
의무감이 아닌 사랑으로 행하긴 넘 힘든일인데 참 잘하시네요
글읽고...저도모르게눈물이납니다
어찌 마음이...
너무 좋으신분이세요...
글읽으면서얼마나울었나몰라요ㅜㅜ
마음고생많으셨죠?힘드셨죠?
어깨를토닥거리고싶네요
안아주고싶네요
잘했다고잘하고있다고칭찬하고싶네요
아름다운그마음으로함께할수있는그날까지
행복하기만을바래봅니다
집도너무이뻐요
힘들때그렇게붓도잡고망치도잡고
스트레스푸세요
담아두면병됩니다 힘내요
가슴이아파서 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져와서 눈물이나는 은지님의 글이네요...너무 잘해오셨고 너무 잘해나가시리라고 믿게되네요 아름다운은지님 화이팅하세요!
저두 어머님이 치매방지약 드시는데..늘 더 나빠지지 않으시는 것에 감사하다가도..
자주 잊고 그러네요.
너무 은혜가 되었어요..읽는 내내 눈물이..
건강하시길 기도드릴께요
정말 멋진집이에요♥♥
차한잔하러 당장 가고싶은 멋진집♡♡
센스를 저에게도 나눠주세요♡♡♡
정말쉽지않은길을 오랫동안 힘겹게 걸어오셨네요 앞으로도 쉽진않겠지만 이또한지나갑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오뚜기처럼 일어날수있는믿음이있었기에 잘견디셨을거에요 하나님이기억하십니다 내딸아 네맘을잘안다 라고 ?하나님이함께하십니다 힘내세요
집도 넘 넘 이쁘고 음악도 잘듣고갑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마음도 아름답습니다 많이 많이 행복하시길 그리고 많이 보여주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3.02.26 06:00